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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청년몰①] 르뽀- 매장 네 곳에 손님 하나…무너지는 '창업 꿈'

손님 끊기고 고정비 부담에 10곳 중 3곳 문 닫아
'청년몰 사업' 3년여 만에 잇따라 휴·폐업으로 좌초 위기
산학협력단 “사업 종료, 점포 현황 파악도 안 해”

 
“올해로 임대료 지원이 끝나는 데 막막하죠. 일년은 더 버텨보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아요.”  
 
7월 27일 오후 찾아간 서울훼미리 청년몰엔 적막이 가득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이라는 좋은 입지에 위치해 손님들 발길로 분주해야할 청년몰엔 상인들의 목소리만 정적을 깼다. 식사시간이 지났다고는 하나 20여 개 매장을 통틀어 손님은 단 한 명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를 고려한다고 해도 너무 적은 숫자다.
 
2019년부터 청년몰 사업으로 장사를 시작한 이민영(38·가명)씨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진 오래됐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개장 초기에는 시장 다른 상인들도 점심 드시러 자주 오시고 회식도 여기서 많이 하셨었다”며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찾는 이가 거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청년몰 안에서도 그나마 요식업은 나은 편”이라며 “공방이나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옆 가게 청년 상인들은 근래에 문을 닫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상권 침체에 지원사업까지 끝나…청년상인들 ‘망연자실’

지난달 27일 찾은 경동시장 서울훼미리에는 손님이 없어 적막만 맴돌았다. [김채영·임수빈 인턴기자]
 
같은 날 오후 방문한 또 다른 청년몰 서울 서대문구 ‘이화 52번가’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청년몰이 시작하는 좁은 골목 어귀에는 청년몰 입점 점포 위치와 점포명을 안내해놓은 지도가 액자에서 빠진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지도 위에 쌓인 먼지가 이곳이 오래 전부터 관리되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듯했다.
 
2016년 10월 서대문구청과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은 중소기업벤처부(중기부) 지원을 받아 비어있던 이화여대 앞 골목길 일대에 ‘청년몰’을 만들었다. 이화여대 교문 옆 낙후돼있었던 길에 젊은 감성의 상권을 조성해 유동인구를 늘리고 청년 창업을 활성화할 목적이었다.  
 
이듬해인 2017년 3월 서류접수와 발표평가를 거쳐 총 22개 팀을 선발해 1년 동안 상점 임대료와 창업 교육·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말 공식 종료됐다.  
 
투입한 예산 대비 성과는 신통치 못하다. 전국 청년몰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시작 이래 청년몰 39곳에 입점한 672개 점포 가운데 올해 6월 기준 184개 점포가 휴·폐업 중이다. 평균 폐업률은 27.71%로 10개 점포 중 3개 가량이 문을 닫은 셈이다.  
 
사업 종료 후 4년이 지난 지금 이화 52번가에서 영업 중인 청년몰 점포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사업 시행 초반 때부터 청년 상인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1년만 지원해주는 것이 계획이었다”며 “이미 끝난 사업이기 때문에 이화 52번가에 남아 있는 청년몰 상점 수도 (지금은) 파악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청년몰 사업을 통해 이화 52번가에서 둥지를 틀고 4년간 카페를 운영 중인 민경석(30)씨는 “처음 창업할 때는 큰 도움이 됐는데, 지원이 끊기고 나서는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설상가상 최근엔 인근 대학생들의 발길까지 끊겼다. 청년몰을 포함해 해당 골목상권 자체가 침체된 상황이다. 이화여대 재학생 김성연(24)씨는 “초반엔 특색 있는 상점이 많아서 이화 52번가를 자주 갔었지만, 요즘엔 빈 점포가 대부분이라 잘 찾지 않는다”며 “그때도 청년 상인들이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간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찾은 이화 52번가 상점가에는 '임대' 표시가 적힌 점포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김채영·임수빈 인턴기자]
 

매년 100억원 혈세 쏟아 부었지만 반짝 성과에 그쳐

정부가 2017년부터 지원해온 청년몰의 청년 상인들이 하나 둘 '창업 꿈'을 접고 있다. 
 
청년몰은 정부의 ‘청년몰 조성 및 활성화 지원 사업’에 따라 전통시장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복합청년몰을 조성하고 예비청년상인의 창업과 자생을 돕는 사업이다.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골목상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주도하며, 국비(50%)·지방비(40%)·민간(10%)이 마련한 예산으로 만 39세 미만 사업자미등록 예비청년상인에게 청년몰 조성과 창업교육·임차료・인테리어비용·컨설팅·홍보・마케팅 등의 창업을 지원한다.
 
소진공에 따르면 청년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2017년에 187억1000만원, 2018년엔 150억5000만원, 2019년에는 11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정부가 이 사업에 해마다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투입한 예산 대비 성과는 신통치 못하다. 2017년 시작한 이래 전국 청년몰 39곳에 입점한 672개 점포 중 184개 점포가 휴·폐업 중(올해 6월 기준)이다. 폐업률은 27.71%로, 10개 점포 중 3개 가량이 문을 닫았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과)는 “소비 수요를 청년몰에 끌어오기 위해서는 청년 상인들이 기존 상권(상인)에선 보기 어려운 색다른 메뉴, 서비스·가격 등의 측면에서 차별점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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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영 인턴기자kim.chaeyoung1@joongang.co.kr,임수빈 인턴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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