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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韓 양궁의 37년 동행①] '금빛 화살' 질주 뒤엔 현대차그룹의 헌신이 있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 양궁과의 37년 ‘아름다운 동행’
파벌 없는 대표 선발부터 첨단 기술 접목 훈련장비까지 지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7월 31일 일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8강전에 출전한 김우진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 양궁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거머쥐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울한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리 양궁 국가대표팀의 금빛 질주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자, 지난 1985년 당시 비인기 종목이던 양궁을 현재까지 37년간 묵묵히 후원해온 현대자동차그룹의 결실이란 평가다.  
 
재계 등에 따르면 이번 도쿄 올림픽의 한국 양궁의 성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양궁 발전의 기반을 탄탄히 다졌고, 정의선 회장이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와 도쿄 올림픽 맞춤 지원 등을 통해 양궁 국가대표팀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것.  
 
실제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그룹의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한 AI(인공지능), 비전 인식, 3D(3차원) 프린팅 등의 첨단 기술을 접목한 훈련 장비와 훈련 기법을 적용했다. 한국 양궁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췄지만, 이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그룹 내 연구개발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이벤트 대회에 해외 전지 훈련장도 챙긴 정의선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인 고정밀 슈팅머신을 비롯해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점수 자동기록 장치,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 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 등이 대표적이다. 선수 훈련 영상 분석을 위한 자동 편집 장비인 딥러닝 비전 AI 코치와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맞춤형 그립도 양궁 국가대표팀에 제공됐다.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이번 도쿄 올림픽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은 양궁 테스트 이벤트 대회, 미얀마 양곤 전지훈련장 등을 직접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해왔다. 현대차그룹 회장으로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을 챙긴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양궁 국가대표팀의 방역 상황도 철저히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019년 도쿄대회 양궁 테스트 이벤트 대회 현장을 찾았다. 양궁 국가대표팀 응원과 함께,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장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과 선수촌 시설을 둘러보기 위함이었다. 당시 정 회장은 양궁협회 관계자들과 일본 현지 시설을 꼼꼼하게 살핀 뒤 귀국해 진천선수촌에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장과 동일한 시설을 건설하라고 주문했다. 도쿄 올림픽 양궁 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한 모의 대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초엔 미얀마 양곤 전지훈련장을 방문해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후 적응 훈련 등을 살폈다. 7월 말의 도쿄와 유사한 기후인 미얀마 양곤에서의 전지훈련을 지원하고, 훈련장을 직접 찾아 훈련 상황 등을 점검한 것.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양궁은 대회장과 유사한 환경에서의 훈련을 통해 실전 적응력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스포츠다.  
 
코로나19 악재에 국제대회가 줄줄이 취소되자 양궁 국가대표팀의 실전 경험을 위한 세심한 지원도 이뤄졌다. 경기장 환경과 방송 중계 상황에 대한 적응을 위해 실제와 유사한 경기를 마련했고, 지난 5월과 6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스포츠 전문 방송사 중계를 활용한 미디어 실전 훈련도 지원했다. 이 같은 세심한 배려 뒤에 정 회장이 있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韓 양궁 기틀 닦은 정몽구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팀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사진 현대자동차그룹]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올해 1월 열린 양궁협회장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13대 양궁협회장에 재선출됐다. 그만큼 양궁인과 양궁협회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지속적인 지원으로 양궁협회의 재정을 안정시킨 데다,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양궁 저변 확대 등의 공로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2008년 양궁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지시한 한국 양궁 활성화 방안 연구가 대표적이다. 양궁협회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3기, 13년에 걸친 중장기적 양궁 발전 계획을 세워 시행 중이다. 이를 토대로 양궁 꿈나무의 체계적인 육성뿐만 아니라 양궁 대중화 사업을 통한 저변 확대, 지도자·심판 자질 향상, 양궁 스포츠 외교력 강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지연, 학연 등의 파벌 없이 원칙에 입각해 투명하게 양궁협회를 운영해왔다는 점에 대한 긍정 평가가 많다.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갑작스런 선수 발탁이 없고, 철저한 경쟁을 통해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시스템 구축에 정 회장의 공이 크다는 것이다. 코칭스태프도 공채로 선발된다.  
 
정 회장의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은 한국 양궁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4년 당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 명예회장은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서향순 선수의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고, 현대정공 여자 양궁단, 현대제철에 남자 양궁단을 각각 창단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미국 출장 중이던 그가 심장 박동 수 측정기, 시력 테스트기 등을 직접 구입해 양궁협회에 선물한 일화도 유명하다. 연습량, 성적 등을 전산화해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정 명예회장의 지시로 개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양궁 관계자들과 해외 활 제품과 국산 활 제품에 대한 품평회를 갖는 등 활 국산화에도 기여했다. 현재 양궁 연습에서 필수 코스 중 하나인 관중이 가득한 야구장에서의 활쏘기 연습도 정 명예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양궁에 토너먼트가 채택되자, 정 명예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끄러운 곳을 찾아가 훈련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 번의 실수로 메달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집중력 유지 훈련 도입을 권유한 것이다. 이 제안이 야구장 활쏘기 연습으로 발전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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