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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유일 불참국 ‘북한’…코로나19 한계국가 되나 [채인택 글로벌 인사이트]

‘국경 봉쇄, 교역 중단’에 경제난 악화일로…중국 우방 자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당 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1년 여름, 전 세계에 선명한 기억을 남겼다. 북한의 정체성과 처지 그리고 김정은 정권의 의도에 대한 또렷한 이미지다. 우선 살펴볼 것이 도쿄올림픽에 유일하게 불참한 나라라는 사실이다. 도쿄올림픽에는 206개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29명의 선수가 참가한 난민올림픽선수단을 포함해서다. 국가도 없고, 특정 국가에 정착도 하지 못한 난민 신분의 선수들이 각국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훈련하고 조직해 출전했다. IOC와 국제사회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이들에게 그리스 다음으로 입장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근대올림픽에서 전통의 첫 입장국인 그리스의 바로 다음에 입장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따뜻한 배려와 스포츠 정신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들며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의 유일한 불참국이 됐다. 북한은 한국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국가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참가를 포기했다는 사실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북한 경제는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지난 1월 북중 국경 폐쇄 1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에 기반을 둔 인도·태평양 지역 전문 온라인 매거진인 ‘더 디플로맷’은 한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중 교역이 1년 새 78%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더 디플로맷은 북한이 중국에서의 코로나19 발생 소식을 확인한 직후 국경을 봉쇄했으며 그 이후 교역이 거의 중지되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일시적이나마 나라의 문을 닫은 경우는 북한 말고도 적지 않다. 북한으로선 국경 봉쇄와 대외 교류 중단이 전염병의 유입을 막을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 나라의 문을 완전히 닫은 데 따른 방역 효과를 얻기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국제연합(UN) 회원국 중 북한(인구 2566만)은 중앙아시아의 폐쇄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611만)과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10만)·나우루(11만)·투발루(10만)와 함께 코로나19 발생 사례가 없다고 주장하거나 보고하지 않은 다섯 주권 국가 중 하나다. 이에 대해 USA 투데이는 “전문가들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염은 막았지만, 불안 가중하는 북한 경제

문제는 이러한 국경봉쇄와 대외교류 중단으로 가뜩이나 불안했던 북한 경제가 더욱 쪼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한의 경제는 어느 정도일까. 북한은 경제 관련 통계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생산하는지도 알 수 없다) 정확한 내용을 알기 힘들다. UN 통계국의 2020년 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163억 달러로 세계 125위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부르키나파소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비슷하다. 북한의 1인당 명목금액 기준 국내총생산(GDP)는 2019년 640달러로 세계 213개 국가 중 201위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CIA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추산치로 북한의 1인당 GDP는 1700달러였다. 불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16년 1인당 GDP는 1300달러였다. CIA 팩트북에 따르면 북한 경제의 구조는 2017년 농업 22.5%, 제조업 47.6%, 서비스업 29.9%의 구조로 이뤄졌다.
 
무역은 어떨까? 무역은 상대국이 있어 이를 역으로 종합하면 북한의 수출입 현황을 짐작할 수 있다. CIA 팩트북에 따르면 북한의 수출은 2018년 2억2200만 달러로 광물, 금속제품, 무기, 섬유, 농·어업 제품이 주류다. 미국 MIT 연구진이 세계 무역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해 MIT 미디어랩의 경제복잡성 전망대(OEC)를 통해 공개하는 자료에 따르면 북한 수출의 67%가 중국으로 향한다. CIA 팩트북에 따르면 북한의 수입은 23억 2000만 달러에 이른다. 수출의 10배가 넘는다. 수입품은 석유, 코크스용 석탄(제철·야금·가스제조 등에 쓰임), 기계, 부품, 섬유, 곡물 등이 주류를 이룬다. OEC에 따르면 북한의 2019년 수입은 중국이 95.8%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큰 상태에서 북중 국경을 봉쇄하고 교역을 중단하는 것은 북한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북중 국경은 북한의 경제를 지탱하는 생명줄 구실을 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때다 팔 상품은 거의 없지만 석유와 코크스용 석탄, 그리고 식량을 비롯해 외부에서 들여와야 할 필수 물품이 한둘이 아니다. 달리 수단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국경봉쇄가 코로나19의 유입을 막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북중 국경 폐쇄는 북한의 경제는 물론 사회와 심지어 정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북한은 국경을 맞댄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다 보니 해상 교역보다 국경을 지나는 육상 무역에 의존해왔다. 북중 사이에는 12개의 세관을 낀 교류 통로가 있다. 가장 큰 규모가 압록강 하류를 지나는 신의주-단동(丹東) 통로다. 철도·도로·수운의 3개 세관이 있다.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통로다. 2009년 약간 상류 지역에 도로교량인 신압록강 대교가 착공돼 완공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로 공식 개통은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측 신압록강 대교 인근 지역에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양측의 무역 활성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압록강 지역에는 차량과 연간 1만 명이 오가는 중강-린쟝(臨江) 통로, 기차와 8000여 명이 지나는 만포-지안(集安) 통로, 차량과 3만여 명이 지나다니는 혜산-창바이(長白) 통로 등이 있다. 두만강 지역에는 기차·도로로 연결돼 연 3만여 명이 오가는 남양-투먼(圖們) 통로도 있다.  
 
중국 지역에서 살펴보면 혜산 창바이 통로의 경우 국경이 개방되는 날 보따리를 이거나 양손에 물건을 든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우상화 시설인 보천보전투 승리기념탑을 지나 국경을 넘는 것을 볼 수 있다. 양국의 무역을 잇고 북한 장마당에 주요 물품을 공급하는 경제 생명줄이다. 북한 장마당에선 지난 1월 5~12일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이후 ‘역겨운 남조선 물품’의 단속을 지시한 뒤로 중국산 물품의 비중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2020년 11월에는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제거하기 위한 전문 단속조직인 ‘6·27상무’를 개편해 남조선 물품에 대한 전문적인 단속에 나섰다고 데일리NK가 보도했다. 북한이 경제적 문제를 정치적인 압박으로 해결하기로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제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희박함을 보여준다.
 
강동완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가 발간한 책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에 담긴 중국행 기차의 모습. [중앙포토]

김정은 집권 10년, ‘고난의 행군’ 반복하는 북한

블룸버그 통신의 7월 30일 보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의 집권 10년을 맞았던 2020년 북한 경제가 코로나19, 자연재해, 국제사회 제재 등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 보고서를 인용해 2020년 북한 국내총생산(GDP)이 4.5% 줄었다고 전했다. 북한의 지난해 실질 GDP는 31조4000억원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의 33조8000억원보다 감소했다. 집권 10년 김 위원장의 초라한 성적표다. 초라하다기보다 충격적이다.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암울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지난 4월 북한의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0.5%로 2.0%포인트 낮췄다. 2021년은 코로나 팬데믹 첫해인 2020년의 경기침체에 대한 반등으로 전 세계에서 비교적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0.5% 성장에 머물 것이란 전망은 북한 경제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매년 핵탄두 6개를 추가할 수 있을 정도의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는 등 경제난에도 핵 개발을 지속 중인 북한에 대해 국제 사회는 싸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국제 범죄를 통한 북한의 자력갱생 추구도 국제사회가 눈을 돌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2019년 UN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이 2015~2018년 전 세계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대상으로 총 35건의 해킹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최대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를 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사회는 북한 정권이 코로나19와 국경 봉쇄로 비어가는 정권의 금고를 사이버 범죄로 채우려 한다고 비난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하기는커녕 외려 목에 힘을 주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벌어진 뜬금없는 영국 비난이 그것이다. 지난 3일 북한은 영국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 함의 동아시아 이동과 영국 해군 군함의 동아시아 배치를 비난하고 나섰다. 영국은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 평양에 29개가 있는 상주공관을 설치한 나라의 하나다.  
 
영국은 지난 5월 자국 군함 2척을 동아시아에 고정 배치하기로 하고 연말쯤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2014년 취역한 최신항모 퀸엘리자베스 함을 동아시아로 출항시켰다. 퀸엘리자베스함 은 지중해 입구의 영국령 지브롤터를 지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동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조만간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앞세워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견제하고 있는 남중국해를 지나 한국과 일본에 기항한다. 이는 누가 봐도 미국의 동맹이자 나토 회원국인 영국이 동아시아에 해군력을 투사해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호주·인도·일본과 힘을 합쳐 이룩해놓은 대중국 압박의 틀에 힘을 보태는 행위다. 중국에 대한 견제가 서구세계의 가치와 이익, 안전과 세력균형을 지킨다는 인식을 함께하면서 행동에 나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미 훈련 취소 압박, 친중으로 방향타 조정

2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계류장에서 미군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중앙포토]
 
여기에 북한이 연구원 기고문이라는 이름이긴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 손을 보탠 것이다. 북한의 이익이 아닌 중국의 이익에 맞춰 청부 외교, 또는 자웅동체 외교를 펼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대중 의존 추가 확대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한미 연합 훈련 취소 압박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7월 27일 남북한 통신선을 연결하겠다고 밝힌 뒤 한국에 한미 연합 훈련 연기나 취소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이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반대해왔지만 이는 대외적·엄포용이었고 북한과 협상이나 대화를 할 때는 자애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외교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 북한이 이렇게 심각하게 나온 것은 식량을 비롯한 경제적 어려움을 대중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중국이 싫어하는 한미연합훈련과 영국 해군의 동아시아 배치 반대의 총대를 대신 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 정부를 중국이 압박하는 것보다 북한이 압박하는 것이 전략적으론 훨씬 효과가 좋을 수도 있다. 대북 성과에 목말라하는 한국 정부를 북한이 윽박질러야 중국도 원하는 것을 더 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것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회 보고에서 국제사회가 사치품으로 지정해 대북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고급 양복지와 양주의 대북 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이다. 북한 최고위층이 양복지와 양주를 부하들에게 선물하면서 인심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최고 지도부가 경제난을 비롯한 다양한 주민 불만 속에서 앞날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한국 측과 접촉한 북한 측이 넌지시 이 부분의 제재 해제부터 요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 지도부가 국제사회의 경제제제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석유도, 식량도 아닌 통치용 선물 재료라는 점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점이 크다.
 
북한이 제재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경제난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의 직접 협상으로 제재를 풀고 핵과 미사일의 대가를 받는 통로를 잃은 북한이 결국 살 길은 미중 대결 속에서 중국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영국 군함의 동아시아 배치와 통신선 복구를 빌미로 한미 연합훈련 연기나 취소를 압박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사치품 봉쇄 완화 요구는 북한의 대남 공작의 무게가 중국을 돕는 청부 외교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상징한다. 김정은 정권은 통치수단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최근의 북한 발언과 행동은 생존을 위한 최후의 딜을 모색하는 것은 아닐까.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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