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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家 탑골공원] 강부자·구봉서 최장 모델...35년간 '사나이 울린 신라면'

1986년 출시한 농심 신라면, 올해로 35주년 맞아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에서 ‘세계 울리는 신라면’으로
1991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라면 매출 1위 차지

 
 
농심 신라면의 최장기 모델이었던 배우 강부자와 코미디언 구봉서. [사진 화면캡처]
“그땐 그랬지.” 생활과 밀접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추억 속 옛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중장년층에겐 '추억 소환', 1020세대에겐 '옛 것이지만 새로운' 콘텐트를 선보입니다. 1990년대 영상과 사진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며 인기를 끌던 ‘온라인 탑골공원’의 유통가 확장판이죠. 당대 스타의 광고 사진에서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들춰보겠습니다.   
 
 
35년 역사를 자랑하는 농심 ‘신라면’. 1986년 첫 선을 보인 농심 신라면은 매콤한 국물을 자랑하는 국물 라면에서 사골국물을 더한 프리미엄 ‘신라면 블랙’에 이어 올여름에는 국물을 뺀 ‘신라면볶음면’까지 끊임없이 진화하는 라면으로 꼽힌다.  
 
큼직하게 한자 매울 ‘辛(신)’자가 적힌 제품 표지는 현재 신라면의 대표 이미지가 됐지만, 출시 당시에는 이례적인 디자인으로 상표등록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1980년대 당시 식품위생법은 ‘식품 상품명 표시는 한글로 해야 하고 외국어를 병기하고자 할 때는 한글 표시보다 크게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 조항 개정하며 얻은 ‘辛(신)라면’ 상표권  

1986년 출시 당시 첫 신라면 모습. [사진 농심]
 
신라면 상표 디자인의 한자 ‘辛(신)’이 문제였다. 이에 농심은 즉각적인 의미 전달과 이미지 부각을 생명으로 하는 상품명에 ‘한글보다 한자를 크게 쓸 수 없다는 규정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법규 때문에 제품명을 바꿔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결국 당시 보건사회부는 농심의 건의를 받아들이고, 1988년 10월 법 조항을 개정했다. 이후 매울 ‘辛(신)’이 포함된 ‘신라면’은 농심 단독 상표명으로 등록됐다.
 
35년 동안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 카피도 변화했다. 신라면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카피인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은 제품을 출시한 1986년 광고부터 시작했다. 신라면 핵심 속성인 매운맛을 감성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표현한 이 카피는 현재까지 신라면의 대표 수식어가 됐다. 강인한 사나이조차 울릴 수 있는 매운맛을 강조하는 기본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때부터 신라면 광고 모델은 남성 모델이 주축을 이뤘다. 배우 최수종을 시작으로 최민식, 송일국, 하정우 등이 등장해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을 외쳤다. 2013년도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에 나온 출연자를 모델로 발탁해 군복을 입은 배우들이 신라면을 먹는 모습이 광고로 꾸며졌다. 가장 최근 신라면 모델은 올해 신제품 ‘신라면볶음면’ 광고를 촬영한 배우 조정석이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이라는 카피를 선보인 신라면 광고. [사진 화면캡처]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에서 ‘세계를 울리는 신라면’으로 광고 카피가 추가된 건 지난 2019년부터다. 당시 농심은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을 신라면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손흥민 선수의 국가대표 이미지를 신라면에 더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 신라면이 세계 100여개 국가에 수출되면서 일본, 중국의 라면 브랜드와 경쟁하는 국가대표 신라면이라는 변화한 위상을 광고 카피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오랜 기간 신라면 광고에 출연한 모델은 배우 강부자와 코미디언 구봉서다. 두 사람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신라면 모델로 나오면서,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했다. 특히 코미디언 구봉서는 1970년대 함께 인기를 누리던 코미디언 곽규석과 함께 등장해 ‘형님 먼저 아우 먼저’로 유명한 농심 라면 광고에 이어 신라면 장기 모델로 활동했다.  
 
1980년대 코미디언 구봉서와 배우 강부자가 나오는 신라면 광고. [사진 농심]
 
1990년대 농심 신라면 옛 광고 화면. [사진 화면캡처]
 
광고 카피가 '세계를 울리는 신라면'으로 바뀐 신라면 광고. [사진 화면캡처]
 
반면 제품 광고 마지막 부분의 ‘농심 辛~라면’이라는 짧은 노래 카피는 신라면 출시 이래 현재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35년 전 강부자와 구봉서가 부르던 CM송을 2020년대에는 손흥민이 불렀다.  
 

융프라 정상, 네팔 히말라야까지 정복 나서  

세계 10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농심 신라면. [사진 화면캡처]
 
신라면은 출시 첫해 석 달 동안 30억원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시작으로 이듬해인 1987년에는 180억원을 넘는 매출을 올리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후 1991년 신라면은 국내 라면시장 1위를 차지하더니 지금까지 31년 동안 업계 1위 자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누적 매출 10조원을 넘어섰고, 2021년 상반기까지 14조8000억원 어치가 팔렸다.  
 
이외에도 신라면은 2017년 업계 최초로 미국 내 월마트 4000여 전 점포에 입점하는 등 해외시장 확장에도 나섰다. 신라면은 가깝게는 일본, 중국을 비롯해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아프리카, 네팔 히말라야 등반 코스,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납품하는 등 2021년 기준 세계 100여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해외 매출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해 신라면 해외 매출은 약 8600억원으로 집계된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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