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페이스북 DNA에 메타버스 있을까? [한세희 테크&라이프]

모바일 이후 새로운 컴퓨팅 환경으로 예상
메타버스 제품 개발 별도 조직 신설

 
 
지난해 9월 '페이스북 커넥트'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술의 미래와 기술 비전을 공유했다. [중앙포토]
 
“5년 후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메타버스 기업으로 간주될 것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얼마 전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860억 달러(약 98조원)의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기업이고, 이 사업으로 5대 빅테크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이제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가 아니라 메타버스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말 직원들에게 메타버스 비전을 내부 공유했고, 7월 하순 저커버그 CEO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를 대중에 공개했다.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도 메타버스를 거론했다.
 

페이스북이 그리는 메타버스 모습은?

페이스북이 제시한 메타버스의 비전은 포괄적이다. 마치 SF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 급진적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은 우선 마치 옆에 앉아 대화하는 듯한 ‘실재감’(presence)을 디지털 공간에서도 구현하고 싶어한다. 친구와의 온라인 대화, 채팅, 화상회의와 업무 등이 보다 현실감 있게 이뤄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안에 ‘들어가 있는’ 경험이 목표다. 저커버그는 이를 ‘체화된 인터넷’(embodied internet)이라 불렀다.
 
이러한 메타버스 안에 사람들이 디지털 창작물을 만들어 사고 파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펼쳐진다. 지리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듯, 디지털 가상 공간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말이다. 또 세계 어디에 있건 업무에 지장이 없어진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하지 않고도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메타버스의 구축과 운영은 한 기업에 의해 이뤄질 수 없고, 여러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탈중앙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또 여러 메타버스 간에 호환성이 있어 한 메타버스에서 만든 디지털 자산을 다른 곳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제품 개발을 위한 별도 조직을 신설하고 수백 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도 밝혔다. 저커버그는 사내 제품개발, 커뮤니티, 크리에이터, 상거래, VR 관련 조직들이 한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드라이브가 성공할 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행보가 이들의 기본 경쟁력이나 그간의 사업 방향, 지향점 등과 맞아 떨어지는지는 볼 수 있을 터다.
 
메타버스에 대한 저커버그의 발언을 살펴보면 페이스북은 메타버스를 모바일 이후 다가올 새로운 컴퓨팅 환경으로 바라봄을 알 수 있다. 이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스마트폰 시대의 지배자는 모바일 운영체계(OS)와 플랫폼을 장악한 애플과 구글이다.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애플과 구글 못지 않은 사용자 기반을 만들었지만, OS도 하드웨어도 없는 상태에서는 모바일의 근간을 통제하는 애플과 구글에 맞서기에 한계가 있다.
 

‘모바일 이후’ 겨냥 차세대 컴퓨팅  

그래서 페이스북은 일찍이 차세대 컴퓨팅 환경으로 점 찍은 VR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 오큘러스를 인수해 헤드셋을 만들고 소셜 VR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 메타버스에 깃발을 먼저 꽂아 자신들이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을 만들고 싶어한다.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비전은 몇 년 간 꾸준히 추진해 온 VR 사업의 확장판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컴퓨팅 플랫폼의 관점으로만 보면 이는 신기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문제로만 여겨지게 된다.
 
중요한 점은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현실에서 소셜 활동을 하는 좁은 의미의 가상세계 서비스가 아니라, 현실과 디지털 공간이 상호작용하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페이스북의 관점이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은 이제 VR로도 소셜 네트워킹을 하려는 소셜 미디어 기업이 아니라 메타버스 기업이 되려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이전과 본질적으로 다른 회사가 되는 것일까?
 
페이스북이 내세우는 소셜 미디어란 기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디지털 공간에 모사하려는 것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 떨기, 가족 친지와 안부를 묻고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는 것 같은 일들이다.
 
디지털 기술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이런 어울림이 보다 쉽고 편하게 일어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그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많이 페이스북 위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활동하게 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목표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사용자 데이터와 광고 수익을 얻는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를 통해 사람들 간의 어울림은 더 실제같이, 시공간의 제약은 더 무력화시키고 싶어한다. 저커버그는 “스마트폰 화면과 앱을 매개로 소통하는 지금의 방식은 자연스럽지 않아 보인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줌 화상 회의를 할 때는 참석자들이 이쪽에 앉았는지 저쪽에 앉았는지 같은 맥락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이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커버그가 구상하는 메타버스에서는 마치 실제 회의실에 있는 듯 왼쪽에 누가, 오른쪽에 누가 있는지 등의 감각까지 재현할 수 있다. 실재감이 보다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VR 기기 오큘러 퀘스트2. [중앙포토]
 
반면 시공간의 제약은 줄어든다. 그는 컴퓨터에 관심 있는 친구를 찾기 힘들었던 어린 시절 기억을 소환하며 “수업 시간에 코딩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공책에 쓰거나 집으로 돌아와 적었다. 그래서 이럴 때 다른 곳으로 텔레포트하듯 컴퓨터를 좋아하는 다른 친구와 바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인터넷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와 같으면서 실제의 한계를 초월하는 관계 맺기인 셈이다. 즉 페이스북이 그리는 메타버스는 소셜 미디어와 별개가 아니라 그 확장, 또는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VR 헤드셋이나 AR 안경, 혹은 페이스북이 연구 중인 신경 신호를 읽어 명령을 수행하는 손목 밴드 등은 이런 비전을 가능케 하는 물리적 기반이 된다.
 
메타버스는 한때의 마케팅 테마일까? 저커버그도 제대로 된 VR 헤드셋이나 AR 안경 개발의 어려움은 인정한다. 산업 전체가 달라붙어야 할 것이란 점도 안다.
 
하지만 이들이 그리는 메타버스는 페이스북이 가장 잘 하는 것, 가장 원하는 것, 그리고 DNA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의 결합체이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마침내 ‘8만전자’ 회복…코스피, 2800선 돌파 기대감 ‘솔솔’

2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

3 이재명 인천 유세현장서 흉기 2개 품고 있던 20대 검거

4영천 최무선과학관, 새단장하고 오는 30일부터 운영 재개

5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 ‘소비자 추천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50′ 선정

6어서와 울진의 봄! "산과 바다 온천을 한번에 즐긴다"

7佛 발레오, 자율차 핵심부품 대구공장 준공식 개최

8정부, 경북지역 민간투자 지원방안 내놔

9‘직원 희망퇴직’ 논란 의식했나…정용진, SNS 댓글 모두 감췄다

실시간 뉴스

1마침내 ‘8만전자’ 회복…코스피, 2800선 돌파 기대감 ‘솔솔’

2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

3 이재명 인천 유세현장서 흉기 2개 품고 있던 20대 검거

4영천 최무선과학관, 새단장하고 오는 30일부터 운영 재개

5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 ‘소비자 추천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50′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