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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경제학①] 민망한걸vs당당한걸…쫄바지의 화려한 외출

대접받는 레깅스…올해 8000억 시장으로 폭풍 성장
젝시믹스‧안다르 중심…신생 브랜드 시장 진입 계속
‘위드 코로나’ 시대…건강‧편함 선호하는 MZ세대에 각광
부츠컷 팬츠가 레깅스? 기존 틀을 깨는 디자인 속속 등장

  
 
국내 레깅스 브랜드 젝시믹스의 화보. [사진 젝시믹스]
 
일명 쫄바지 패션이 ‘레깅스’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올여름 패션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통통한 사람은 날씬하게, 마른 사람은 육감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법까지 곁들여졌단다. 놀라운 것은 유명 스타의 파파라치 컷이나 인플루언서의 SNS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 쇼핑할 때, 조깅할 때 심지어 출근할 때도 레깅스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는 이들이 늘고 있다. 관련 시장도 쑥쑥 성장 중이다. 레깅스 열풍에 담긴 '경제학'을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레깅스’가 화려한 외출에 나섰다. 집과 피트니센터라는 고정 울타리를 넘어 사람들이 북적이는 길거리 속 일상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전처럼 레깅스 위에 치마나 바지를 별도로 레이어드하거나 엉덩이를 가리는 긴 상의 혹은 헐렁한 티와 매치하지도 않는다.  
 
말 그대로 레깅스 그 자체, 본연의 느낌을 그대로 즐기는 게 요즘 트렌드다. 속옷만 걸친 듯 보여 민망하다는 시선은 여전하지만,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들은 너무 편하다며 난리다. 이들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 레깅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3인방’이 이끄는 올여름 레깅스…‘HOT’ 뜨거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2017년 6801억원에서 2018년 7142억원, 지난해 7620억원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올해도 5% 이상 성장해 8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뮬라웨어 연보라 레깅스. [사진 뮬라웨어]
 
국내 레깅스 시장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젝시믹스와, 안다르, 뮬라웨어 3인방이 이끌고 있다. 3인방은 지난해 약 250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젝시믹스는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레깅스업계 최초로 매출 1000억원 클럽 반열에 올랐다.  
 
젝시믹스의 성장세는 놀랍다. 지난해 매출액 1209억원, 영업이익 6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도 대비 매출이 110% 이상 폭풍 성장했다. 최근 3년간 매년 2배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엔 역대 최고 매출액을 달성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액만 703억원에 달한다.  
 
 
기존 1위였던 안다르를 확실히 따돌린 성적이다. 젝시믹스의 상반기 매출이 안다르의 지난 한해 매출과 엇비슷하다. 안다르는 지난해 760억원의 매출과 영업손실 89억원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젝시믹스에게 내줬다. 
 
하지만 안다르 역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 요가강사 신애련 대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MZ세대의 높은 지지를 얻으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직장 내 성추행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고, 이 과정에서 부당해고 논란이 불거졌지만 여전히 5%대 매출 증가를 이어가며 저력을 과시했다.  
 
안다르 레깅스 화보. [사진 안다르]
 
‘뮬라웨어’를 운영하는 뮬라의 추격도 매섭다. 뮬라 매출은 2019년 295억원에서 지난해 453억원으로 53.1% 상승하며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레깅스 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레깅스 업체에 신생 레깅스 브랜드의 시장 진입이 잇따르면서 빠르게 레드오션화가 진행 중이다. 
  

속옷 입고 나온 것 같다고요? 편함·실용성이 강점 

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 급성장하는 레깅스 수요를 방증한다. 업계에선 재택근무 확대와 홈트레이닝 수요가 더해졌고, 레깅스에 익숙한 MZ세대가 영역 확장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걸그룹 클레오 출신 방송인 채은정이 레깅스를 입고 완벽한 몸매를 선보였다. [사진 채은정 인스타그램]
 
MZ세대가 말하는 레깅스의 장점은 편함, 그리고 실용성이다. 신축성이 좋아 착용감이 편하고 라인을 잘 잡아준다는 것. 패션업계 관계자는 “일부에서 레깅스를 속옷으로 보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이 입는 데에는 그만큼 실용성이 입증된 것”이라며 “레깅스에 편안함을 느끼는 MZ세대가 소비 주요 계층이 된 만큼 이 같은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시가 레깅스를 입고 출근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사진 제시 인스타그램]
 
전문가들은 일종의 팬덤 현상이라 분석하고 있다. “나도 한 번 입어볼까”, “자기 관리하는 건강한 이미지” 등 길거리와 SNS를 통해 받은 레깅스 영감이 ‘건강한 섹시’를 지향하는 현 트렌드와 딱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패션 전문가들은 “과거에 미니스커트나 긴 니트 등으로 엉덩이 라인은 가렸지만 이젠 이마저도 당당하게 노출하면서 흘낏 보면 스타킹과 다름없는 레깅스로 라인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시대에 건강을 위한 노력과 함께 노출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뮬라웨어 화보. [사진 뮬라웨어]
 

남성용에 오피스룩 레깅까지…바빠진 브랜드  

덩달아 바빠진 건 각 브랜드다. 빠르게 변하는 MZ세대 트렌드에 맞춰 레깅스 상품군을 다양화해야 하는 ‘특명’을 안고 있다. 레깅스가 가진 기존의 틀을 깨는 디자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몸매가 덜 드러나는 실루엣의 조거팬츠 레깅스나 밑단이 넓은 벨보컴 레깅스 등 보다 차별화한 생활복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레깅스가 운동하는 남자들을 위한 복장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애슬레저 브랜드들도 앞다투어 남성용 레깅스를 내 놓고 있다. [사진 안다르, 젝시믹스]
 
최근에는 레깅스를 입는 남성도 늘어나는 추세. 젝시믹스는 남성용 레깅스에 이어 오피스룩 레깅스까지 내놨다. 일명 ‘웍슬레저’(워크+애슬레저)인데, 부츠컷 팬츠로 종아리 아래부터 발목까지 퍼져 다리 라인이 부각되지 않아 사무실에서도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다르도 남성용 레깅스를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젝시믹스는 애슬레저(운동복과 일상복으로 손색없는 패션의류) 분야의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뒤 이제는 종합 패션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며 “젝시믹스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차세대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다변화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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