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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 게이트 추적①] ‘해독주스’ 대표는 어떻게 ‘1000억 큰손’이 됐나

권남희‧권보군 남매가 핵심 실세…해독주스 사업부터 함께
츄링 키워 배달의민족 매각 후 크게 한 몫…재창업 밑바탕
직원 월급 일부도 ‘머지포인트’로…“펀딩이나 매각도 검토”

 
 
권남희 대표 츄링 매각 당시 모습. 해독주스브랜드 츄링 이미지와 머지포인트 관련 이미지. [사진 배달의 민족, 앱 캡처]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 그리고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머지포인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머지포인트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의 모바일 플랫폼이다. 20%라는 파격적 할인 혜택을 앞세워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제휴 가맹점 수는 8만개에 이른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는 정작 돌려막기식 땜질 경영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20%라는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였기 때문. 이른바 ‘머지포인트 게이트’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서비스 제한 닷새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가 머지포인트 게이트를 추적해봤다.  

2019년 1월 서비스 시작, 단기간 내 100만명의 누적 가입자를 모으고 1000억원 이상의 머지머니를 발행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쇼핑·외식 할인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이 회사의 이력은 스타트업 성공 신화에 더 가까웠다. 단기간에 스타트업을 키워온 사업가에서, 포인트 먹튀 논란의 주역이 된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고객들이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츄링’ 해독주스로 대박…엑시트 후 재창업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창업자는 권남희 대표(37)다. 권 대표의 이력은 특이하게도 핀테크 기업과 전혀 무관한 해독주스 업체 L&S 컴퍼니 대표. 2013년 츄링이라는 브랜드로 해독주스 제조사를 창업한 뒤 웰빙 트렌드를 타고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권 대표는 츄링을 통해 꽤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부터 방송인 이다도시 등 많은 연예인이 마시는 해독주스로 유명세를 탔다. 그해 기준 순 매출이 약 6억원, 총자산이 전기 대비 1억7000만원 이상 늘어나는 등 외형이 커졌다. 단일 브랜드로 유일하게 40만병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해독주스 츄링 이미지. [사진 L&S]
그 유명세를 통해 2016년 3월 권 대표는 츄링 경영권 지분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자회사인 우아한신선들(배민찬)에 넘겼다. 인수가액은 비공개라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가격을 받고 회사를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당시의 창업 경험과 매각 자본이 머지플러스 창업의 밑바탕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머지플러스 자본금은 30억3000만원이다.  
 
또 한 명의 머지플러스 창업 공신은 권 대표의 남동생인 권보군 최고운영책임자(CSO)다. 1987년생인 권 책임자는 머지플러스 1대 CEO이기도 하다. 그는 2013년 해독주스 사업을 할 당시에도 누나를 도와 L&S 컴퍼니 츄링의 제조‧판매업 등을 담당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의민족 임원? 권 대표 관련 오해와 진실  

권 대표 관련 또 하나 눈에 띄는 이력은 배달의민족 전 임원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권 대표는 배달의민족 임원이 아닌 배민찬에 츄링 경영권을 넘긴 후 직원으로 약 3년간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2016년 배민찬에 회사를 넘긴 후 기획팀 직원으로 3년간 근무하다 2019년 퇴사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항간에 알려진 배달의민족 임원 경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알려진 대로라면 권 대표는 오랜 기간 해독주스 사업을 영위해오다 배민찬에 넘긴 후 내부 기획팀 직원으로 3년간 근무한 것으로 정리된다. 2019년 초까지 배민찬 직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볼 때 근무 당시 동생과 함께 신사업을 준비해 오다 2019년 1월 머지포인트 사업이 본격 시작된 후 퇴사한 것으로 보인다.  
머지포인트 관련 홍보 이미지. [사진 앱 캡처]
권 대표가 머지플러스로 취임한 시점은 2021년 6월. 그전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한 권강현 전 대표도 눈길을 끈다. 권 전 대표는 전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전무, 전 서강대학교 지식융합학부(아트앤테크놀로지 전공) 교수를 역임했다. 권 대표 남매보다 핀테크 업체로 가장 납득할 만한 경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20년 12월 머지플러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약 5개월간 근무하고 권 대표에게 자리를 넘겼다.  
 
일각에선 1957년생인 권 전 대표가 권 남매의 아버지가 아니냐는 루머가 돌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권 남매가 자신들의 경력과 전혀 무관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새 사업을 도전하면서 권 전 대표를 얼굴마담으로 세웠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면서도 “20% 할인이라는 비정상적 구조로 이렇게 외형성장을 일궈낸 것 보면 전문성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한 사람들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전문성 결여…창업가 ‘한탕주의’ 부작용

업계에선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가 창업가의 ‘한탕주의’가 만든 부작용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전문성이 결여된 이들이 모여 ‘투자 유치’가 목적인 양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계속 악화하는 재무제표를 애써 외면하면서 미래 가치에 눈을 돌린 게 패착이 됐다는 것이다.  
 
권 대표의 상황 수습도 관련된 의심을 지워버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권 대표는 머지포인트의 판매 중단과 서비스 축소 등을 알리면서 곧 머지포인트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머지페이’의 추가 출시와 그에 대한 수익화, 기관 투자 등이 절차대로 이뤄질 것이란 설명을 내놨다.  
 
최근 한 매체와 서면 인터뷰에선 매각에 대한 뜻도 내비쳤다. 최우선 목표가 서비스 정상화지만 고객들 불안 해소를 위해 대규모 펀딩이나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만간 서비스 재개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공개한다는 뜻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구조가 없고 적자를 안고 가면서도 외형성장에만 연연한 걸 보면 키워서 투자를 받거나 매각해 큰 몫을 챙기려는 것 아니었겠냐”면서 “과거 일부 직원들은 월급 일부를 머지포인트로 받을 만큼 상황이 어려웠다고 하던데 지금까지 버틴 게 용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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