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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땅 매수자에 갑질”로 제재하자, LH “법적 판단 받겠다”

문화재 발굴로 지연됐는데 토지매수자에게 보상금·재산세 떠넘겨
공정위 “매매대금 조기 회수에 급급…거래상 지위 남용했다” 결론
LH “공정위가 이미 2019년 법 위반 아니라고 결정…소송 가겠다”

서울 강남 LH서울지역본부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 강남 LH서울지역본부 모습. [사진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김포 한강신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토지매수자들에게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LH는 공정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에 나설 뜻을 밝혔다.  
 
LH, 택지개발공사 지연해놓고 “9억4800만원 내놔” 압력
지난 16일,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LH는 2008년 김포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이주자 등과 ‘선(先)분양 후(後)조성 및 이전’ 방식으로 이주자택지·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상 '토지사용 가능시기'는 사업 준공이 완료되는 2012년 12월 31일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개발사업 부지조성공사 도중 문화재 발굴조사가 지체되면서 2014년 4월 말에야 공사가 마무리됐다. 공사가 1년 4개월 지연되면서 그 기간만큼 토지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매수인들도 이에 따라 LH에 토지 매수대금을 뒤늦게 지급했다. LH는 그 기간 매매대금을 연체했다는 이유로 토지 매수인에게 ‘토지사용 가능시기 이후 지연손해금’ 8억9000만원을 내도록 했다. 지연손해금은 매매대금을 제때 내지 않아 발생한 손실의 보상금이다.  
 
LH는 해당 기간 자신이 납부해야 할 재산세 5800만원도 매수인에게 부담시켰다. 공정위는 재산세 부담을 떠넘긴 혐의에 대해 “재산세는 재산을 사실상 소유한 자가 부담하는데 당시 매수인은 자신이 분양 받은 토지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부담을 매수인에게 전가한 LH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이익을 제공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연손해금·제세공과금 부담 등 계약 조항들은 LH가 계약상 의무인 토지사용 가능시기 이행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도 않고 지연손해금과 재산세를 매수인들에게 부담시킨 것은 계약 이행과정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LH 내부 규정과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매매대금 조기 회수에만 급급해 관련 계약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LH는 토지사용 가능시기가 미뤄질 것을 미리 알았는데도 매수인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않고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될 것처럼 안내문을 보내 매수인을 속이려고 했다. 토지사용 가능시기 지연을 예상한 일부 매수인의 잔금 납부 연기 요청도 거절했다.  
 
공정위는 LH의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거래상 지위 남용’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6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김포 한강신도시 전경. [연합뉴스]

김포 한강신도시 전경. [연합뉴스]

 

LH “해당 토지 이용 가능했다…처분 부당성 다툴 것”

공정위 관계자는 “LH는 전국에서 시행하는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토지 공급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독점하는 지위나 상황을 이용해 이 사건과 같거나 비슷한 형태의 불이익 제공 행위를 계속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제재가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 사업시행자, 지방자치단체 도시·개발공사의 업무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LH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H는 “매수인 중 일부는 토지사용승낙을 득하고 건축인허가를 받아 사용하는 등 전체 단지의 조성공사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토지는 토지사용 가능시기 도래 시점에 실제로 이용이 가능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LH는 “공사의 귀책사유로 토지사용 시기를 미준수할 경우 잔급납부일을 토지사용 가능시기 이후로 연장해주고 있지만, 위 사안은 토지사용 시기에 토지사용이 가능했으므로 지연손해금과 재산세 부과는 문제없다”며 "이미 공정위도 위 사안에 대해 2019년 12월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정했다"고 맞섰다.
 
LH는 법적 다툼도 예고했다. LH는 “계약서상 의무의 상호 이행 여부, 이에 따른 민사상 책임에 관한 문제로서 민사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사항”이라며 “소송을 통해 처분의 부당성을 다툴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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