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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진 신탁, 지각변동②] “조금 덜 벌어도…” 안전 택하는 부동산 신탁업계

책임준공형 강화 흐름 지속, 주택경기 활황에 도시정비도 눈길

 
 
하나자산신탁이 책임준공확약 관리형으로 참여한 경기 화성 송산테크노파크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하나자산신탁]
 
성장일로를 달리고 있는 국내 부동산 신탁업계가 점차 ‘안전한 포트폴리오’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경기변동 및 부동산 시장 악화 같은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신규 진입자들로 인해 경쟁이 심화하면서 신탁 보수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차입형’으로 등장한 도시정비사업에 신탁사의 진출이 늘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등 대표 부동산신탁사가 위험성이 높은 기존 차입형 토지신탁 대비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14개 상위권 부동산신탁사 수주고가 277조4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20.3%(46조9000억원)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신탁보수는 8353억원으로 0.5%(39억원) 감소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차입형 토지신탁 보수가 996억원 감소한 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대세’ 된 책임준공 관리형 신탁, 문제는 보수율

최근 몇 년간 관리형 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 시장에서 비중을 늘려가며 대세로 자리 잡았다. 차입형과 달리 자금조달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지방 부동산 침체로 한때 위기를 겪었던 신탁업계의 대안이 되며 재무건전성에 기여했다.
 
특히 관리형 토지신탁의 성장기를 이끈 책임준공 확약 관리형(책준형)은 신탁사 입장에서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일명 ‘골디락스(goldilocks)’형 방식이다. 보수율은 2%정도로 일반 관리형(약 1%)에 비해 높은 한편 책준형(3~5%)에 비해 낮다. 위험도는 차입형보다 덜한 편으로 비교적 손실이 적고 대신 시공사가 준공을 다 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떠 안아야 한다.
 
가파른 성장세로 올해 상반기 매출 4위를 달리며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 ‘전통의 강자’를 위협하고 있는 KB부동산신탁은 2017년 책준형 시장에 진입한 선도회사다. 올해 2분기 KB부동산신탁 영업보고서를 보면 관리형 토지신탁보수가 635억원으로 전체 신탁보수(775억원)의 81% 수준이었다. 1분기 신탁보수에서 관리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보다 높은 85%였다. 매출 1~3위 대비 영업이익율은 이처럼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서 비롯한다.
 
토지신탁 신규수주 추이 [한국기업평가(주)]
 
그 뒤를 잇는 하나자산신탁 역시 관리형 토지신탁 수주 비율이 높은 대표 신탁회사로 영업순이익률이 매년 성장한 끝에 올해 1분기 55.7%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로 금융지주사 계열사가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책준형을 비롯한 관리형 신탁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으며 우수한 수익성으로 신용등급이 상향하면서 자금조달비용이 더욱 낮아지는 선순환을 낳고 있다.
 
그러나 신규 신탁사가 늘고 책준형이 해를 거듭하며 ‘레드오션’이 되고 있는 점은 불안요소다. 한국기업평가는 “시장참여자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로 수수료율이 낮아지고, 수주사업의 위험 수준이 높아질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금기 맞은 도시정비사업, 차입형 다크호스로

이에 새로운 ‘노다지’로 떠오른 것이 도시정비사업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신탁사가 조합에 자금조달 및 여타 업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차입형 신탁에 속한다. 차입형 신탁 자체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낮다고 평가되나, 지금의 도시정비사업은 예외다. 조합원 분양분이 있어 자체사업보다 분양리스크가 적은 데다, 최근 주택시장이 호황을 거듭하며 청약 ‘완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 입장에서 신탁 방식은 자금조달 및 전문성 측면에서 유리하고 사업시행인가 전 시공사 선정을 하는 등 속도가 빨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신탁을 맡은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등 도시정비시장에서 이름값을 높인 여러 단지들이 신탁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무궁화신탁은 500억원 자금을 자체보유현금을 조달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업계 선두권을 치고 올라가기도 했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그동안 조합이 자금조달 문제로 인해 결국 시공사에 끌려다니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신탁방식이 활성화되며 조합은 이런 리스크를 해결하고 신탁사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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