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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계의 에르메스? “스페셜티 커피 맛보셨나요?”

‘MZ세대 바리스타’ 주범규 …“커피도 와인처럼 감별을”
커피 본고장 강릉에서 급부상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 ‘주가커피’

주범규 주가커피 대표 [주가커피 제공]
 
주가커피 사장 주범규 씨(오른쪽)와 그의 친형 주명규 씨. [이용우 기자]
예루살렘에는 '진흙커피'가 있다. 주전자에 원두를 직접 넣고 끓이는 식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블랙커피보다 더 진하고 묵직한 맛과 향을 낸다. 본 기자가 2년 전에 갔던 예루살렘은 메마른 도시면서 뿌리 깊은 3종류의 종교가 아슬아슬하게 공존하는 곳이었다. 낮엔 덥고 밤엔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견디는 사람들이 수천 년을 버틴 성벽 아래서 그 진한 커피를 마시며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커피가 인간의 삶을 대변하는 셈이다. 

 
커피의 도시 강릉에서 '주가커피'를 운영하는 주범규 (31) 대표도 커피에 그런 힘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이어주고 인간을 말하는 것이 음식이라면, 그중에서도 커피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커피는 사람과 닮았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커피 향의 종류만 1000여 가지입니다. 같은 제조법에도 어제와 오늘의 맛이 다르고 오전과 오후가 다릅니다. 커피와도 좋은 ‘인연’이 있습니다."
 
올해 3월 커피의 본고장 강릉에서 로스터리 카페로 출사표를 낸 ‘주가커피’는 그래서 더욱 ‘특별한 커피’의 인연을 고객에게 전하려 한다. 커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스페셜티 커피’를 추구하는 이유다. ‘세계 7~9% 안에 드는 고품격 커피’라고 일컬어진다. 그는 과거 인스턴트 커피의 시대였다면,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프랜차이즈 전성시대를 거쳐, 이제 고품격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에 커피 마니아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2016년 강릉커피축제라떼아트 부문 대상, 2017년 강릉커피축제 핸드드립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커피로 석사 논문도 썼다. 특히 깊이 있는 커피의 향을 알리고 고객과 소통하는데 정성을 기울인다. 매장의 커피잔 하나까지도 향을 얼마나 담을 수 있느냐를 따졌다. 커피가 완성되면 커핑노트를 함께 준다. 지금 마시는 커피가 어떤 종류인지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도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주 대표와의 일문일답.
 
 
 
일반 커피숍의 커피잔이나 테이크아웃컵은 커피의 향을 잘 담아낼 수 없다. 주범규 씨는 와인잔처럼 커피잔도 향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손님들에게 커피를 커피답게 마실 수 있도록 매장에 위와 같은 커피잔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주범규 대표가 커피와 관련해 받은 상장들. [이용우 기자]
스페셜티 커피가 무엇인가.
커피도 와인처럼 감별해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스페셜티커피협회)의 원두로 만든 커피다. 스페셜티일수록 커피의 상세한 이력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라고 하면, 우리나라로 치면 대한민국 강원도 커피라는 식의 표기이지만, 스페셜티는 ‘대한민국 강원도 성산의 주범규 농부가 재배한 커피’처럼 구체적인 생산이력이 나온다. 농부도 기존에는 본인이 생산한 커피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는데, 이제 이름이 붙어서 판매되니 품질에 더욱 신경쓰게 된다.  
 
인기 있는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도 농산물이다. 제철 커피가 있다. 주가커피에서는 9월 현재 10개 국가에서 온 고품질 원두를 취급하고 있다. 케냐,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페루,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확한 프리미엄 원두를 소개하고 있다.
 
‘나에게 맞는 커피’는 어떻게 고를까.
나에게 맞는 원두를 찾고 싶다면, 바리스타와 충분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좋다. 시기에 따라 추천 커피는 바뀔 수 있다. 그 시기의 가장 품질 좋은 커피 중에서 취향에 따라 추천한다. 묵직한 커피를 좋아하는지, 청량한 커피를 원하는지 등에 따라 추천대상이 달라진다. 예컨대 코스타리카 커피가 묵직하고 초콜릿향이 난다면, 에티오피아 커피는 가볍고 과일향이 감돈다.  
 
‘홈카페’가 유행이다. 드립커피를 집에서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물을 여러차례 나눠 붓는다든지, 물 온도를 조절한다든지, 물 양을 적게도 많게도 조절해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자만의 레시피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주가커피가 추구하는 커피의 세계는.  
강릉은 앞선 세대가 만들어 놓은 커피 도시다. 뒤를 잇는 젊은 커피인으로서 새로운 트렌드로 발전시키고 싶다. 카페에서 커피 교육도 준비 중이다. '주가커피'의 뜻은 주 씨 형제가 운영하는 카페라는 뜻이면서 '주(Main)가 커피다'라는 의미도 있다. 누구나 편안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커피를 선보이고 싶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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