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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재벌 카카오의 그림자, 정부·여당이 함께 키웠다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라①]
플랫폼 앞세워 골목업종 서비스업 독식
혁신 이유로 규제 완화 앞장섰던 정치권
국민 51% “빅테크 규제 강화에 찬성”
“손 놓고 있다가 일제히 카카오 탓” 지적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카카오프랜즈 대표 캐릭터 라이언. [사진 카카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채널 카카오 나우]
 
“혁신을 부르짖던 카카오가 옛 재벌의 전철을 밟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혁신 기업’, ‘혁신 경영’이라는 명분으로 골목업종까지 장악하며 영향력을 마구잡이로 키우는 것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삼성·현대·롯데 등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덩치를 키우던 모습을 카카오가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벌 규제 이후 세계시장 진출로 방향을 튼 대기업과 달리, 막대한 자본력과 네트워킹으로 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가 국내 서비스업계를 독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카카오의 계열회사 현황을 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에만 117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해외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158개에 이른다. 상장사는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게임즈·넵튠 4개 뿐이지만, 이들의 시가총액을 더하면 국내 상위 5대 그룹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게임즈·넵튠)의 시가총액은 9월 1일 기준 11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1위 삼성그룹(680조5000억원), 2위 SK그룹(210조5000억원), 3·4위 현대차그룹(137조4000억원)과 LG그룹(135조9000억원) 다음이다.  
 
상장 준비중인 카카오페이 가치가 시가총액 기준 10조원 이상 거론되고, 향후 다른 계열사가 추가 상장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 그룹이 3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가 2017년 7월 상장한 후 불과 4년여 만의 일이다.  
 

‘급성장 속 명암’ 국내 시장 독식이 비판 키워 

 
카카오의 급성장에 대해 평가는 엇갈린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면서 간편 결제와 인터넷 금융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호평도 있다. 하지만 IT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특혜성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독점을 통해 골목상권을 독식했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문제는 카카오 성장의 그림자에 대한 지적이 더 많다는 데 있다. 택시·대리운전·미용실·꽃배달 등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군집한 시장을 파고 들어가 영향력을 키운 뒤 수수료 장사로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콜비’로 불리는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이용료를 인상하려 했다가 소비자 반발에 부닥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이용자들이 몰리면 호출비를 최대 5000원까지 탄력적으로 받으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이전 수준(최대 2000원)만큼만 받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명목상 콜비 인상이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택시비 인상 효과가 있는 이 정책 발표 이후 카카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사실상 택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가 언제든 콜비 인상에 나서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교육(야나두)·쇼핑몰(지그재그)·골프(카카오VX)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내수 사업에만 골몰한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웹툰 등 콘텐트 제작·마케팅 등을 위한 해외 사업도 있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조찬 간담회에서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또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새로운 시장 접근 기회를 부여하지만 불공정 행위 우려도 상존하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지만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상당수의 국민들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500명에게 정부의 빅테크 기업 규제 강화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51%가 규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과도한 규제라 생각한다’라는 응답 비율은 35.3%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카카오에 대한 지적을 무겁게 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카카오 등 빅테크 플랫폼 관련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7일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에서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10월 국정감사에서 다룰 쟁점으로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갑질’ 사례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가 통과시킨 ‘은산분리’ 규제 완화 후 카카오 급성장  

지난달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정부와 국회의 책임도 작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국회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카카오가 급성장하며 돈을 모았고, 이 자금은 국내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는 마중물이 됐다는 것이다.  
 
2018년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은행에 대해 일반 기업의 지분 소유 제한(10%)을 완화해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은산분리 완화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 혁신 1호 법안이었다. 재벌의 은행업 진출은 최종적으로 막았지만, 이를 통해 비은행 사업자가 은행을 소유할 수 없게 했던 이른바 ‘은산분리’에 대한 규제가 무력화됐다.  
 
2018년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2대 주주였던 카카오(지분율 18%)는 2019년 11월 22일 지분을 14%포인트 늘리며 최대주주(지분율 34%)로 올라섰다. 이후 우리사주 미수선택권 행사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이 31.62%로 줄었지만,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8월 상장을 거치며 카카오·카카오게임즈와 더불어 상장사의 한 축을 맡고 있다. 16일 종가(6만7100원) 기준 시가총액은 31조8792억원에 이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재벌이 은행을 소유해선 안 된다는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놓고도 특정 기업을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 재벌을 만들었다”며 “이렇게 확보한 실탄으로 (카카오가) 급격히 성장했는데, 이제 와 정부와 여당이 카카오의 무분별한 확장을 규제한다는 건 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9월 7일 금융위원회(고승범 금융위원장)가 빅테크·핀테크 금융 플랫폼을 상대로 위법 소지가 있는 서비스를 시정하지 않으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금융플랫폼이 보험·카드·펀드 등 금융상품 비교·견적·추천하는 서비스가 단순 정보 제공이나 광고가 아닌 ‘중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런 서비스를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행위에 대해 ‘불법’이라고 했다. 이후 카카오페이 등은 운전자 보험, 반려동물 보험, 해외여행자 보험 등 일부 보험상품 판매와 비교 서비스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카카오페이가 2019년 5월 카카오톡에서 벗어나 별도 앱을 만들기로 하면서 예고했던 사업이었다. 당시 류영준 카카오페이 사장은 2019년 하반기부터 보험판매 서비스도 본격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플랫폼에서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필요한 보장만 골라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당시 류 사장은 “온라인 기반의 보험 판매가 활성화하면 보험사는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소비자는 적은 비용으로 필요한 보험을 찾아 가입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했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서비스가 정말 법에 저촉되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2년이 넘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이 손 놓고 있다가 한꺼번에 빅테크 기업들을 때리는 행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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