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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기업 이종먹거리②] 유한양행 캐시카우 전략은 합자회사…뷰티‧건기식은 ‘자체도전’

‘매년 수백억 배당’ 알짜 관계사 유한킴벌리
유한크로락스 독점 유통권도 쏠쏠
뷰티‧건기식 맡은 유한건강생활 외형 가파르게 성장

 
 
유한킴벌리 경북 김천공장 전경 [사진 유한킴벌리]
 
수많은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지목하고 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정작 제약‧바이오기업은 새로운 영역에서 기회를 모색 중이다. 신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불확실성이 큰 신약개발사업의 위험을 헷징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외 사업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이들의 새로운 도전과 그간의 성과, 의미를 짚어본다. 두 번째 기업은 외국계 기업과 다양한 생필품기업을 합작해 성과를 낸 유한양행이다. 최근엔 합작이 아닌 독자 사업으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임플란트 사업 등에 진출하고 있다. [편집자]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선도적으로 ‘이종먹거리’를 발굴해 지속적인 수익을 가져온 기업이다. 1970년대 미국 대표적인 생활필수품 기업들과 국내 합작법인을 세웠고, 이 사업들은 지속적으로 유한양행에 배당금을 지급하고, 사업적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유한킴벌리다. 유한양행은 1970년 미국 제지회사인 킴벌리클라크와 합작해 유한킴벌리를 세웠다. 유한킴벌리는 국내 최초로 미용티슈와 일회용 생리대 등을 선보이며 급격히 사세를 키웠고, 지속해서 국내 위생용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에 대한 유한양행의 지분은 30%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지분율에 따라 매년 많은 배당금을 받고 있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유한킴벌리는 높은 배당성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 약 1404억원 중 99.74%인 1400억원을 배당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이 받은 배당금이 426억원에 달한다. 이는 유한양행이 지난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이익 843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유한킴벌리는 2019년에는 당기순이익의 120% 수준을 배당하는 등 꾸준히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지난 5년(2016~2020년) 동안 유한킴벌리가 유한양행에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2109억원으로 파악된다. 유한양행이 제약과 바이오 영역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셈이다.
 
유한양행이 50% 지분을 가진 유한크로락스도 유한양행에 적지 않은 이익을 안긴다. 유한양행은 1993년 미국 크로락스와 합작계약을 통해 크로락스의 한국법인 코락스의 지분 절반을 취득, 계열사로 편입했다. 유한크로락스 역시 지속적인 배당을 실시해왔다. 지난해 유한양행에 배당한 금액은 38억원 수준이다. 배당금 지급뿐 아니라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 
 
유한양행은 유한크로락스의 모든 제품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유한양행 생활건강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425억원으로, 유한양행 전체 매출의 8.8% 수준이다. 아울러 유한양행은 2013년 화장실 위생용품 서비스업체 유칼릭스(옛 유유칼믹)의 지분 40%를 사들여 매년 소정의 배당금을 받기도 한다. 유칼릭스는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조카인 유승식씨가 대표이자 대주주인 회사다.
 
든든한 캐시카우를 확보한 유한양행은 2015년 이정희 전 대표이사의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신사업 기회를 탐색했다. 본격적으로 다수의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해 제약‧바이오 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시작한 시기에 제약‧바이오 외 이종사업 진출도 이뤄졌다. 건강기능식품, 뷰티, 임플란트 등이 그 대상이었다.  
 

새 먹거리 시동 건 이정희 전 사장, 성과는 아직

2015년 화장품 제조업체인 코스온에 150억원을 투자했고, 이어 2017년엔 화장품사업을 담당할 자회사 ‘유한필리아’를 설립했다. 해외 기업과 합작한 회사 설립이 아니라 유한양행이 전액을 출자했다는 게 기존의 이종사업 모델과의 차별점이다.  
 
유한필리아 설립과 함께 건기식사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 자회사 유한메디카를 통해 영위하던 건기식사업의 사업구조를 크게 바꾸었다. 유한양행은 2017년 유한메디카로부터 건기식 생산공장인 오창공장을 매입했다. 이듬해 프리미엄 건기식 브랜드 ‘뉴오리진’을 직접 출범하며 오창공장을 생산거점으로 이용 중이다. 유한메디카에서 성장이 더뎠던 건기식사업을 빠르게 키우기 위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이후 유한양행은 2019년 ‘뉴오리진’을 운영하던 푸드앤헬스 사업부문을 유한필리아에 양도했다. 유한필리아의 사명은 ‘유한건강생활’로 바꿨다. 신 성장동력의 한 축인 뷰티와 건기식 사업부문을 하나의 법인에 모은 것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건기식과 화장품은 제약‧바이오기업이 가진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 등 기존의 사업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로, 많은 기업들이 해당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살피고 있다”며 “제약‧바이오기업의 화장품사업이 단순한 뷰티가 아닌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을 지향하는 만큼 건기식과 시너지도 기대해 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유한건강생활 더마스킨케어브랜드 '순초약방' 제품 모습 [사진 유한건강생활]
 
뉴오리진이 합류하며 유한건강생활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9년 4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20년엔 320억원으로 커졌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 성장만큼 손실 규모도 큰 상황이라 아직은 성공을 확신하긴 이른 단계다. 유한건강생활의 순손실은 2019년 63억원에서 2020년 20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엔 순손실이 46억원으로 대폭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광화문 뉴오리진 매장 모습 [사진 뉴오리진]
 
다만 유한양행이 모든 건기식사업을 유한건강생활에 넘긴 것은 아니다. 프리미엄 제품인 ‘뉴오리진’ 제품군만 유한건강생활로 옮겨졌고, 그 밖의 건기식사업은 유한양행이 맡고 있다. 최근엔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와이즈바이옴을 론칭하는 등 자체 건기식사업을 확대하는 모습도 보인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뉴오리진의 브랜딩 전략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유한건강생활의 빠른 성장에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유한양행이 도모하는 신사업은 또 있다. 유한양행은 또 2017년 임플란트 제조업체인 워랜텍 지분을 사들였다. 이를 통해 임플란트사업에 진출함과 동시에 향후 치과 재료, 의료기기, 디지털 장비 분야 등 사업의 물꼬를 튼다는 로드맵을 그렸다. 워랜텍 역시 아직은 성패를 논하긴 이른 단계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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