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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인하’ 무기로 국내 앱마켓 시장에 돌풍 일으킨 원스토어

거래 수수료 인하한 뒤 3년 연속 매출 성장…애플 앱스토어 제치기도
통신사 멤버십 제휴·게임별 할인 쿠폰 발행…사용자 만족도 높여
출판사 인수하는 등 게임·앱 유통 플랫폼 넘어 콘텐트 IP 기업 지향

 
 
원스토어가 2018년 거래 수수료를 30%에서 20%로 줄인 이후 3년 연속 매출액이 늘었다. [사진 원스토어]
 
“베타테스트 없이 게임을 출시하는 중소 게임사가 90%입니다.”
 
막대한 비용이 부담돼 베타테스트를 하지 않고 게임을 출시해야 했던 중소 게임사에 토종 앱마켓이 손을 내밀었다. 2016년 출범 초기부터 ‘우수 모바일 베타테스트’ 지원 사업을 실시한 원스토어다. 원스토어는 매월 우수베타게임을 선정해 개발사의 콘텐트 제작을 지원하고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인앱 결제를 모든 콘텐트에 강제하면서 ‘갑질’ 논란에 휘말린 모습과 대조적이다.
 
원스토어의 베타테스트 지원 사업에 선정된 개발사는 네이버 클라우드나 SKC&C의 종합 클라우드 서비스 클라우드제트(클라우드Z)의 테스트 인프라 비용을 지원받는다. 최대 2주 동안 원스토어에 입접하는 혜택도 얻는다. 원스토어의 베타게임존을 통해서다. 개발사는 베타게임존을 찾은 원스토어 이용자 중 베타테스터를 모집하고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지난 5년간 총 300개 기업이 베타게임존을 통해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
 
지난 6월 우수베타게임에 선정된 모바일 게임 ‘드래곤라자EX’ 개발사 코원의 구현우 팀장은 “베타테스트 진행과 홍보 모두 부담인 중소 게임사에게 원스토어의 베타게임존은 큰 도움”이라며 “이름을 알리고 이용자의 피드백을 얻기도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 1분기 모바일 게임 거래액, 애플 앱스토어 제쳐

원스토어는 이런 상생 전략을 선보이며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소리소문없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수수료도 감면했다. 올해 연말까지 월 거래액이 500만원 이하인 사업자에 대해 수수료를 50% 감면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수수료 감면 혜택을 받은 앱은 약 2만1000개다. 게임은 물론 SNS·만화·음악·어학 등 다양한 종류의 개발사가 수혜를 입었다.
 
이를 통해 조정된 수수료율은 10%다. 기존 원스토어 수수료율이 20%인 점을 고려하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율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원스토어는 3년 전 결제 수수료율을 30%에서 20%로 낮춘 바 있다. 원스토어가 계속해서 수수료율을 낮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스토어 측은 “개발사와 앱마켓 모두 성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회사 내부에선 이같은 정책이 향후 실적에 걸림돌이 될 거란 목소리도 나왔다. 수수료율을 낮추면 원스토어 실적도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앱마켓 시장을 선점한 두 기업은 수수료율을 30%로 유지하고 있었다. 애플은 2008년 앱스토어를 출시하면서 내부 거래에 대해 30% 수수료 정책을 고집했고, 구글 역시 게임에 한해 플레이스토어의 결제 시스템을 통해 거래된 금액의 30%를 가져갔다.
 
우려와 달리 원스토어 실적은 수수료 인하 정책 이후 날개를 달았다. 20% 수수료율을 적용한 2018년 이후 3년 연속 매출액이 증가했다. 원스토어가 올해 상반기 달성한 매출액은 1007억원에 달한다. 2018년 상반기 매출액(524억원)보다 2배가량 올랐다.
 
올해 1분기에는 원스토어가 애플을 따돌리고 구글에 이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거래액 기준 2위를 차지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는 지난 1분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발생한 거래액의 14.2%가 원스토어에서 나왔다고 추산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78.5%)에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애플 앱스토어(7.2%)를 큰 폭 앞지른다.
 

IP 확보 전략으로 오리지널 콘텐트 갖춰

단순히 수수료만 조정했다고 원스토어 이용자가 늘어났다고 보긴 어렵다. 실적을 견인한 주요 요인은 통신사·개발사와 결합한 다양한 할인 혜택이다. 원스토어의 전신은 SK텔레콤이 운영하던 앱마켓 T스토어다. 이 서비스가 2015년에 KT·LG유플러스와, 2016년에 네이버 앱스토어와 통합한 것이 ‘원스토어’다. 실제 원스토어는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를 등에 업고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먼저 원스토어에선 이동통신 3사의 멤버십 포인트를 결제금액의 최대 10%, 매일 1만원 한도로 사용할 수 있다. 원스토어 자체 할인 이벤트도 풍성하다. 출석체크 이벤트를 통해 한 달 중 보름은 5~10% 게임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이외 첫 결제 80% 할인, 신작 게임 사전 예약 10% 할인 등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원스토어가 수수료를 낮추고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경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전 세계의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은 구글이 선점했기 때문이다. 시장 및 소비자 데이터 분석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약 348만개 앱을 서비스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 앱스토어(223만개), 아마존 앱스토어(46만개)를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거래된 금액만 수조원에 이른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가 국내 모바일 앱·콘텐트기업 246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2020년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올린 매출은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매출액의 66.5%에 달하는 규모다. 애플 앱스토어(21.5%)와 원스토어(11.7%)를 합쳐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비중보다 낮다.
 
이런 앱마켓 공룡을 상대하기 위해 원스토어는 콘텐트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창작할 수 있는 ‘스토리 콘텐트’를 직접 만들어, 이용자들이 원스토어를 찾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웹툰·웹소설은 원스토어 안에서 게임에 이어 매출액 기준 2위를 기록하는 등 잠재력을 보였다.  
 
원스토어는 지난 4월 국내 최대 규모의 장르소설 출판사 로크미디어를 인수했다. 로크미디어는 700명이 넘는 계약 작가와 1200여 개의 콘텐트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 설립된 이후 판타지·게임·로맨스 등 장르소설과 일반도서를 제작했다. 원스토어는 로크미디어가 보유한 콘텐트를 원스토어 북스와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네이트의 툰앤북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원스토어가 온라인 서점 예스24와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 ‘스튜디오 예스원’에서는 직접 작가를 발굴해 오리지널 웹툰·웹소설을 제작한다. 이들이 만든 콘텐트는 영화·드라마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계열사 웨이브와 협력해 독자 콘텐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스토어는 하반기 공모전을 열고 수상작 중 일부를 선정해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 관련 우선 협의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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