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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분기 연속 거래액 성장 원스토어…국내 대형 게임사는 왜 외면할까?

글로벌 시장 영향력 사실상 ‘제로’… 대형 게임사들 입점 꺼려
매출 분산 위험 때문에 원스토어 입점 안하는 게임사도 있어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 [사진 원스토어]
 
지난 2016년 출범한 원스토어는 외산 앱마켓에 맞서 한국을 대표하는 앱마켓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지속해왔다. 올해 2분기까지 12분기 연속 거래액 성장을 이뤘고, 지난해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거래액 약 5500억원, 매출 약 1007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 흑자도 기록했다.  
 
원스토어의 이같은 성장은 2018년 업계 불문율로 인식되던 30%의 앱마켓 수수료율을 20%로 인하하고, 자체결제를 이용하면 수수료가 5%까지 낮아지는 정책이 결정적이었다.  
 

게임 빅3 모바일게임 53개 중 원스토어 입점 6개 불과  

하지만 개발사와 상생을 강조하며 급성장한 원스토어에도 약점은 있다. 우선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이 부족하다.
 
원스토어는 토종 앱마켓이다. 국내에서 인지도를 쌓았지만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원스토어 입점을 사실상 꺼리고 있다.  
 
실제로 게임 유저 입장에서 원스토어에 접속할 경우, 묘한 이질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던 게임 중 상당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 순위도 외산 앱마켓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12일 기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의 최고 매출 1위 게임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 라이징’이다. 원스토어 매출 1위 게임은 중국 쿠카게임즈의 ‘삼국지 전략판’이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오딘이 원스토어에는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원스토어 외면은 관련 통계 자료를 통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의 게임 콘텐트 입점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 기준 게임 빅3가 출시한 모바일게임은 총 53종으로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에는 모두 입점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원스토어 입점은 6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사별로 살펴보면 넥슨이 15개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해 원스토어에 3개 입점했고, 엔씨소프트는 11개의 모바일게임 중 원스토어에 1개 게임만 출시했다. 가장 많은 27개의 모바일게임을 출시한 넷마블은 원스토어에 2개의 게임만을 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게임 빅3의 최신작인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2’, 넷마블의 ‘제2의 나라’, 넥슨의 ‘코스노바 모바일’은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에는 출시됐지만, 원스토어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물론 유저 입장에서는 ‘기왕 만든 게임 여러 플랫폼에 출시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수수료 할인 혜택까지 제공해주는 마당에 원스토어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게임사 주장은 다르다.
 

해외 진출 노력하는 원스토어…전문가들 “쉽지 않을 것”

한 대형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출시는 포기하기 어렵지만, 국내 앱마켓인 원스토어 출시는 어디까지 선택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원스토어 버전으로 게임을 재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앱마켓 별로 정책이나 이벤트 등이 다 달라 관련 전담팀이 필요하다”며 “문제는 게임사 입장에서 국내 시장만을 위해 원스토어에 리소스를 투입할 이유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이미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된 일부 게임사들은 매출 분산에 따른 리스크 때문에 원스토어 입점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보통 국내외 증권사들은 해당 게임사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때,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사 입장에선 원스토어 출시를 통해 매출이 분산될 경우, 이를 증권사에 일일이 해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스토어를 통한 신규 유저 창출보다는 기존 앱마켓 매출 감소로 인한 리스크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스토어도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대형 게임사 입점을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원스토어는 지난 8월 진행된 ‘비전발표회’에서 로컬 앱마켓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우선 원스토어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해 개발사들이 국내에서 출시한 빌드를 수정 없이 그대로 여러 나라에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진출 국가별로 현지 유저들이 많이 사용하는 결제수단을 최대한 제공하기 위해 현지 유력 결제사업자들과의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통신사를 비롯해 대규모 고객기반을 가진 사업자들과 마케팅 협력도 논의하고 있다.  
 
원스토어는 또 모바일과 PC를 넘나들며 콘텐트를 즐기는 크로스 플레이 추세를 선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모바일 게임을 PC 등 다른 기기에서도 유통하고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하는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인 ‘원게임루프’를 최근 선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스토어의 해외 시장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는 통신 3사가 주축으로 만든 앱마켓인 만큼, 멤버십 할인 및 적립을 매일 10%까지 제공하고 다양한 할인 이벤트와 캐쉬백 등의 풍부한 혜택을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선 이와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마저 구글에게 밀리는 원스토어가 인지도가 전혀 없는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원스토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18% 정도로, 구글 플레이스토어(71%)와 비교하면 여전히 그 격차가 3배 이상 나는 상황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부)는 “원스토어가 대형 게임사들을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원스토어가 나아갈 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며 “첫 번째는 중소 게임사들을 최대한 많이 입점을 하게 해서 게임 가짓수를 늘리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또한 “두 번째는 해외 진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지 퍼블리셔와의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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