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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아이쿱 대표 “지식을 나누는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을 꿈꾸다”

[인터뷰] 헬스케어 플랫폼 아이쿱 조재형 대표
의학도로서 책을 만들다 ‘헬스케어 플랫폼’ 회사 창업까지
“작은 지식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나누고 싶다”

 
 
 
조재형 아이쿱 대표가 12일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했다. [임익순 객원기자]
“작은 배를 만들어서 짧은 거리를 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큰 배를 만들지 않으면 신대륙을 향해 갈 수 없어요. 긴 여정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긴 항해에는 반드시 신대륙을 만나게 됩니다”
 
조재형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전문기업 ‘아이쿱’을 이끄는 선장이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근무하는 현직의사다. 2011년 아이쿱을 창업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는 몇십 년 후 자신이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펼칠 수 있는 더 큰 신대륙을 향한 여정에 대한 열정을 감출 수 없어 보인다. 
 
조 대표는 20년 전 전공의 시절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소개한 관련 분야 선구자다. ‘출판’이라는 특별한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국내 최초 의학 교과서 편찬 저자다. 가톨릭의대 91학번 동기인 주지현, 장정원 교수와 함께 공보의 시절인 1996년부터 내과학 교과서 집필에 착수했다. 2004년 첫 국내 출판에 이어 2010년 5월 출간된 2판은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에 등록됐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깨달음도 얻었다.     
 
의대 공부하기도 바빴을 것 같은데 어떻게 책을 만들 결심을 했나?
본과 4학년 때 ‘우리는 왜 의학책이 없지? 왜 미국 것을 복사해서 쓰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교수님이 강의하는 거 듣다가 ‘아 이걸 책으로 만들면 좋겠구나’라는 생각에 팔절지를 사서 대각선으로 줄을 긋고 모든 의학설명을 다 적었다. 모든 과목을 만들었다. 그렇게 ‘클리니컬 맵 위드 히스토리(clinical map with history)'이라는 책을 쓰게 됐다. 전 과목의 임상지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만든 책이다. 책을 만들기 위해 영국도 가고, 미국도 가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몇 년 후 국내 범문사를 통해 출판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또 한 번 고비를 겪어야 했다. 이때까지 파워포인트로 작업한 것을 일반 편집자들이 편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림 전용 프로그램인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일주일 독학해 3달 후에 다시 찾아갔다. 그렇게 2004년 9월 마침내 책이 나왔다. 굉장히 많이 팔려서 미국에서 수입한 헤리슨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린 의학책이 됐다. 추가 인쇄를 하지 않아서 현재 아마존에서 찾아볼 수 없다. 
 
책 출판까지 성공했다. 그런데 어떻게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 생각을 했나?
‘BTS(방탄소년단)’가 왜 뜬지 아느냐. ‘강남스타일’은 왜 떴을까? 유튜브라는 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우리 음악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 덕분에 전 세계인이 볼 수 있게 된 거다. 아마존은 책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책을 판매하는 곳이다. 내 컴퓨터에 노벨상을 받을 만한 어마어마한 소설책이 있어도 아마존이 없으면 안 된다. 남이 읽어야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 알게 아니냐? 내 역할은 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네트워크를 가진 자가 되겠다’고 생각 한 것이다. 무엇을 만드느냐와 전달하느냐는 다르다. 우리는 만드는 거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렇다면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아이쿱’ 이러한 깨달음의 연장선에서 탄생한 것인가?  
아이쿱은 '작은 유튜브'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는 의사의 네트워크, 환자의 네트워크가 모두 있는 거다. 2007년부터 당뇨 앱 같은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똑같은 것으로 경쟁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아이쿱 클리닉’이 떠올랐다. 내가 환자들 교육했을 때 종이로 써주고 환자들한테 주니까 좋아하고 그랬는데 그걸 그대로 디지털 라이징하면 좋겠다는 거다. 헬스케어 분야를 잘 살펴보니 문제점은 정보 전달이 잘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교육시스템을 만들어봐야지 하다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교육자료를 만들어서 그림 그려서 주는 것만 생각했다. 특허 내주는 변리사가 “환자가 혈압도 재고 혈당도 재고 할 텐데 교수님은 왜 데이터는 안 가져오세요?”라고 했다. 그게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환점이다. 데이터를 가져와 형상화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던 중 환자 앱은 왜 안 만드냐고 해서 만든 것이 ‘헬스쿱’이 됐고, ‘올튼’이 된 것이다. 의사와 환자가 연결이 된 거다.
 
닥터바이스 의사용 웹 이미지 [사진 아이쿱]
현재의 서비스는 초창기보다 고도화된 것으로 아는데, 소개해 달라
현재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진료 All In One 서비스 플랫폼 닥터바이스를 운영 중이다. 닥터바이스 플랫폼은 병원 내·외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환자 데이터를 닥터바이스 플랫폼에 융합해, 진료 시 의사에게 환자의 건강 차트를 제공하는 '디지털 진료 지원 플랫폼'이다. 만성질환 사업 참여자(의사·환자) 모두가 의료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데이터 주체(환자)동의를 통해 의료기관 및 공공기관의 열람과 진료 활용을 지원한다. 의사를 위한 진료지원 시스템 ‘닥터바이스 클리닉’, 환자의 주체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닥터바이스 케어’, 환자의 데이터를 의료진에게 연결하는 ‘닥터바이스 랩’ 이렇게 닥터바이스는 각각의 특성을 보유한 세 가지 서비스로 구성된다. 이 앱들은 2023년 3월 론칭할 계획이다. 
 
닥터바이스 클리닉은 의사의 주도적인 환자 관리에 도움을 주는 앱이다.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 진료 및 교육 그리고 2500여 개 질환의 디지털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이미 900개 이상의 병원들이 아이쿱클리닉을 통해 환자들에게 향상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닥터바이스 클리닉이 의사를 위한 앱이라면 닥터바이스 케어는 환자의 진료 순응도 향상과 효과적인 자기 건강관리를 도와주는 앱이다. 만성질환자는 개인건강데이터(PHR) 기록을 의료진에게 전달하고,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하나의 서비스 닥터바이스 랩은 원외 자가 진단기기 및 외부 EMR(Electronic Medical Record·전자의무기록) 데이터와 연동해 데이터 수집, 통합, 관리 및 다양한 이해 관계자 데이터 접근이 가능하다. MVP 모델 기반으로 베타 테스트(2020년 5월부터 6월까지)를 진행한 결과 했고, 의사 1900명이 환자 9000명이 가입했다. 매칭률은 93%, 재사용률 86%, 평균 사용시간은 184초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조 대표는 “특정사가 개발한 EMR과 연동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닥터바이스 플랫폼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을까? 많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 바로 수익 모델이다. 조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우선은 EMR 월 이용료와 비슷한 닥터바이스 시스템 이용료를 계획하고 있다. 해결해야 할 어려움은 의사가 과연 돈을 내고 사용하느냐 여부다. 조 대표가 현직 의사라는 점이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조 대표는 "해당 부분의 세부 모델 공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환자들의 만성질환 치료 관련 의료기기 및 건강·기능식 판매도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녹십자홀딩스 헬스케어 부문 자회사 유비케어가 아이쿱의 지분을 인수했는데, 이를 통한 시너지와 목표는 무엇인지?
2019년 기준 국내 만성질환 환자 수는 약 19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7%에 달한다. 유비케어는 아이쿱을 통해 시장을 미리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의료 EMR 사업 부문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아이쿱은 병원 EMR 및 정부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까지 연계 가능한 플랫폼 닥터바이스의 정식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병원 시스템은 EMR뿐만 아니라 병원비 청구시스템까지 연결되어 있다. 5000명의 회사와 100만명의 환자가 쓴다면 그 파워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때문에 힘을 얻을 수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교육한 자료를 EMR에 넣을 수도 있고, 의사가 환자에게 교육 자료를 추천 할 수도 있다. 나아가 우리의 콘텐트만 준비되면 미국에 있는 회사가 아이쿱을 바로 쓸 수 있는 상황도 가능하다.
 
아이쿱이 꿈꾸는 헬스케어의 미래와 목표는 무엇인가?
아이쿱이 꿈꾸는 미래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넘어서 지식을 만드는 거다. 작은 지식을 모아서 큰 지식을 만들고 그 지식이 나누어지는 세상을 꿈꾼다. 평범한 사람들 그렇지만 작은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책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나 도전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
나 스스로 내가 의학을 공부하니까 그 하나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설득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융합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욕망이 일어난다. 나는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헬스케어를 하는 사람으로 IT를 만들었더니 책을 만들어서 퍼블리싱하는 게 됐다. 그게 결국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가고 있다. 이걸 다 빼고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어야지 한다고 탁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다 좋은 거다. 문제는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할 것인가’이다. 내 삶에 의해서 필요성에 가면 분명히 ‘something new’를 만드는 거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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