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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지도 없이 ‘육아 카테고리’ 삭제…11번가 ‘무늬만 아마존’ 눈총

11번가, 문구/완구 카테고리 하루아침에 삭제
KC인증마크 없는 어린이제품 판매중지 조치
유료 결제한 소비자 많았지만…안내 공지 없어
소비자, ‘무늬만 해외직구 사이트 아니냐’는 비난도

 
 
하루아침에 판매 중지 상품으로 바뀐 판매 페이지. [사진 사례자 제공]
 
“아무런 공지 없이 하루아침에 상품 8만개가 사라졌어요”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문을 연 지 두 달 만에 소비자들로부터 ‘무늬만 해외직구 사이트’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8월31일 글로벌 유통 사이트 아마존닷컴을 한국형 전용 서브로 전환해, 11번가 사이트 안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선보였다. 
 
이는 한국 소비자가 글로벌 아마존 제품을 살 때,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된 상품 설명과 리뷰 등을 보고 국내 카드를 활용해 손쉽게 결제하고 배송받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해외 제품을 해당 국가 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일명 ‘직구족’들이 늘자, 11번가는 글로벌 유명 직구 사이트를 업고 직구족 유입을 얻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오픈 두 달 만에 아마존 판매 품목 중 ‘문구/완구’ 품목이 송두리째 사라지면서 일명 ‘해외 육아템 직구족’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출시 이후 10월 6일까지 ‘패션/잡화’ ‘주방용품’ ‘식품/건강’ ‘도서/음반’ 등 물품 카테고리에서 ‘문구/완구’ 카테고리를 운영하며 해외 유명 장난감 등을 판매해왔다. 그러나 7일부터 ‘문구/완구’ 카테고리를 없애고, ‘취미/사무용품’ 카테고리로 변경됐다.  
 
카테고리가 변경되면서 기존에 판매하던 장난감, 인형과 같은 완구 제품은 모두 7일부터 판매 중지가 됐다. 직장인 직구족 김정연 씨는 “3일 전부터 고심해서 아이에게 사줄 장난감을 장바구니에 선택해놨는데 하루아침에 판매 중지로 떠서 당황했다”며 “해외 육아 아이템을 직구하려고 11번가에 가입했는데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바뀐 11번가 아마존 ‘취미/사무용품’ 카테고리 판매 제품들은 가위, 크레파스, 공책 등이다.  
 
문구/완구 카테고리에서 취미/사무용품 카테고리로 바뀐 11번가 아마존 판매품목. [사진 화면캡처]

8만개 상품 사라졌지만, 공지 없고 고객센터도 인지 못해

구입하기 위해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상품들이 판매 중지가 된 화면. [사진 사례자 제공]
 
여기서 더 문제는 아무런 공지 사항이 없었다는 점이다. 한 카테고리가 사라지면서 판매 중지되는 상품들이 7~8만 개에 달했지만, 11번가는 이에 대한 내용을 소비자에게 공지하지 않았다.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는 직구족 블로거 달콤아리 씨는 “장난감을 구매하기 위해 11번가 우주패스 유료결제도 이미 진행했는데 하루아침에 카테고리가 삭제돼,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고객센터에서는 아예 카테고리 삭제된 상황 조차를 모르고 있었다”며 “이후 고객센터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답변을 받았지만, 완구 카테고리 추후 판매 여부는 알 수 없다는 답변만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11번가 관계자는 ‘KC 인증마크’ 문제로 완구/문구 카테고리가 삭제됐음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린이제품인 경우 KC 인증을 받지 않은 상품은 구매대행 판매가 금지되고 있음을 파악하고, 10월 초부터 어린이제품 판매를 중지하고 있다”며 “어린이제품 외에도 온라인으로 판매가 금지되는 의료기기 등도 모두 판매 중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아직 자리잡기하고 있는 과정 중에 진행된 사안이라 미리 소비자에게 공지가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아마존을 들이면서, 판매 형태가 구매대행일 때 KC 인증마크가 없어도 판매 가능하다는 점은 알았지만 여기서 ‘어린이제품’은 예외라는 것을 몰랐다. 이전까지 11번가는 어린이제품을 판매하면서 ‘구매대행 상품으로 KC인증 면제 대상’ 임을 표기하곤 했다. 런칭 이후 이 같은 문제점을 뒤늦게 파악한 11번가가 갑작스럽게 어린이제품을 판매 중지했다.
 

미리 우주패스 유료 결제한 소비자 ‘황당’  

11번가는 SK텔레콤과 아마존 상품 무료 배송 정기구독 서비스인 '우주패스'를 운영한다. [사진 11번가]
 
둘쑥날쑥 바뀌는 운영 시스템에 유료결제를 이미 진행한 소비자들만 피해를 봤다. 11번가는 SK텔레콤과 아마존 상품을 무료로 배송하는 정기구독 서비스 ‘우주패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장기적으로 해외 어린이제품을 사고자 하는 직구족들이 정기구독을 신청했는데, 정작 사고 싶은 상품은 사지 못하고 구독비만 내게 생긴 셈이다. 
 
육아맘 직구족 김승희(36)씨는 “11번가에서는 판매 중지돼 사지 못하는 제품들이지만, 미국 아마존 사이트에 가면 모두 직구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며 “11번가에 아마존이 들어와서 기뻤는데 결국 다시 미국 아마존 사이트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11번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힌 순 없지만 11번가 아마존 유입은 매일 커지고 있다”며 “아직 부족하지만, 배송을 무제한으로 무료 배송하는 정기구독 서비스 우주패스부터 국내 인기 상품 16만개 리스트를 글로벌 아마존에 전달해 해당 물품을 비교적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11번가 소비자의 편리함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예진기자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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