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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폭증 중인 위드 코로나 선행국들…한국이 갈 길은?

영국 7월 자유의 날 선언 뒤 확진자 50% 증가
아시아 첫 위드 코로나 싱가포르도 감염 3배로
변이 바이러스 확산 중인데 방역 규제 없앤 탓
“백신접종 빈틈 메우고, 방역 강화 재검토해야”

 
 
지난 9월 7일 영국 타워브릿지 인근 모습.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다니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한국보다 앞서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단계적 일상회복)’를 선언했던 나라들의 방역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은 민생경제를 고려하면 일상회복 조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백신 접종률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 계획’의 밑그림을 처음 공개했다. 11월부터 시행할 1단계 이행계획에 따르면, 영화관·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없애거나 완화한다. 감염 위험이 높은 실내체육시설·유흥시설 등에서는 접종증명·음성확인제(일명 ‘백신 패스’)를 도입한다. 사적 모임도 전국적으로 10명까지 허용한다.  
 

위드 코로나 국가들 변이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하지만 방역 수칙을 완화하면 의료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해외 국가들은 최근 확진자 폭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19일 ‘자유의 날’을 선언한 영국은 대부분 방역 규제를 풀며,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폐지했고, 사적모임 제한도 없앴다. 백신 접종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도 자가격리를 면제했다.  
 
영국의 위드 코로나 초기 일일 확진자는 3만명대였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50% 이상 급증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5만2009명을 기록했다. 델타 변이와 델타 플러스 변이의 확산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싱가포르 백신 센터의 모습. 싱가포르는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일일 최대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기록 중이다. [중앙포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싱가포르도 위드 코로나 도입 후 신규 확진자 수 최대치를 찍었다. 싱가포르는 지난 8월 위드 코로나를 위한 4단계 이행계획을 마련, 방역 조치 완화에 나선 뒤부터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한동안 확진자 수 0명을 기록하며 한때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이달에도 확진자가 4000명 가까이 치솟자 싱가포르 보건당국은 방역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네덜란드·독일·덴마크·벨기에 등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가 위드 코로나 시행에 자신 있게 나선 배경에는 ‘높은 백신 접종률’에 있다. 위드 코로나를 도입한 서유럽 국가들의 전 국민 접종 완료율은 영국(약 66.7%)을 비롯해 대부분 60%대 중반을 기록 중이다. 싱가포르는 약 85%에 달한다.  
 
하지만 이를 맹신하고 방역을 완화한 뒤부터 백신 미접종자와 백신 접종 기간이 오래된 사람을 중심으로 감염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만 믿고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 국민 백신 접종 70% “끝이 아니다”

높은 접종률에도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건 백신의 면역 효과가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영국의학저널(BJM)에 따르면,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라도 면역 효과는 약 6개월 뒤부터 크게 약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BBC는 “유럽의 백신 보급이 빨랐던 탓에 면역력 약화도 빨리 왔다”면서 “백신의 빈틈을 찾아 빨리 메우거나, 방역 조치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전 국민 백신 접종 완료율 70%’를 위드 코로나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설정하고, 이행 계획을 준비해 왔다. 정부 역시 백신 접종만으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코로나19예방접종추진단은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집단면역 달성을 통한 유행 종식은 불가능하다”며 “예방접종은 위중증율과 사망률을 낮추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할 수 있는 하나의 전제조건으로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공청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이에 점진적인 방역 완화 기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 패스 등 접종 완료자 중심의 방역 완화 정책도 확진자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영국은 백신 접종 속도를 믿고 방역지침을 한번에 해제했다. 반면, 독일은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접종증명서나 음성확인서를 제시하는 백신 패스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지난 24일 기준 주간 평균 하루 확진자는 약 1만1837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하루 확진자 2만명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상황이 나아졌다. 독일은 지난 9월 법 개정을 통해 방역 조치 강화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을 인구 대비 신규 확진자 수에서 입원환자 수로 바꾸고, 위드 코로나로 방역 체계를 전환했다.  
 
올 초 확진자가 1만3000여명에 달했던 포르투갈은 위드 코로나 시행 후 신규 확진자가 750명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는 이를 토대로 이달 1일부터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대부분 해제했다. 하지만 ‘그린 패스’라는 이름으로 백신 패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규모 시설 출입 시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과 다중이용시설 일부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유지하고 있는 방식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가장 중요한 건, 마스크 착용"

위드 코로나 전환이 국민의 경각심을 풀어버리는 신호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위드 코로나 선언 후 감염자가 급증한 국가들은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등 방역 수칙을 사실상 해제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는 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완화했던 방역 수칙을 다시 고강도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공청회(공청회)’에 참석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란 단어를 꺼냈을 때 상당히 긴장했다. 일상회복이라고 해도 (코로나 사태 발발 전인)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라며 “안전하게 살아갈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위드 코로나 정책 방향은 인정하지만, 방역 지침은 단계별로 해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코로나19 연구를 이끌어 온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팀 스펙터(Tim Spector) 역학 교수는 “세계가 다시 코로나19 대유행을 맞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빨리 규제를 해제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을 다시 시행해 사태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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