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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 어디까지 왔나②] “금리 높은 적금 알려드릴게요!”…어느 은행이 가장 똑똑할까

하나·우리 상품 추천, KB국민 이체, 신한 조회 업무 강점…일상 대화 수준도 가능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자사의 인공지능(AI) 챗봇의 수준을 고도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진 Pixabay]


사람보다 빠르고 똑똑한 챗봇이 은행원을 대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두된 언택트(비대면) 흐름은 금융업계도 피할 수 없었다. ‘인공지능(AI) 챗봇’이 모바일 화면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한다. 다른 사람에게 송금도 해주고, 적합한 금융 상품도 추천해준다. 그러나 챗봇이 완벽한 금융 파트너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현재 챗봇은 명령어 이해도가 떨어져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하고,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 경험조차 없는 고객들도 부지기수다. 금융권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저마다 챗봇의 일상대화 수준을 높이고, 심리 테스트 등 친숙한 비금융 콘텐트를 제공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본격화된 언택트 시대 안에서 국내 금융업계는 챗봇을 어떻게 발전시킬까. [이코노미스트]가 국내 금융권 AI 챗봇의 현주소를 진단해봤다.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나 애인이랑 헤어졌어’
“하이도 솔로예요. 함께 외쳐요 커플지옥!”
보는 순간엔 열받지만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는 답장이다. 장난기 가득한 친한 동생의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사람이 아닌 하나은행 인공지능(AI) 챗봇 HAI와 기자가 나눈 일상대화 중 일부다.
 
국내 은행업계에서 2017년 우리은행이 처음 챗봇을 도입한 지도 만 4년이 흘렀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은 모두 모바일 앱에서 ▲비비(KB국민은행) ▲오로라(신한은행) ▲HAI(하나은행) ▲위비봇(우리은행) ▲올원상담봇(NH농협은행) 등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비대면 영업이 확대된 만큼 챗봇의 성능이 중요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각 은행의 챗봇이 얼마나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했다. 각자 챗봇에 공통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살폈다. 질문은 크게 은행 챗봇 본연의 ‘금융업무’와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일상대화’로 나눴다.
 

하나·우리, 단번에 적금 상품 소개…업무처리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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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무와 관련된 질문은 실제 고객이 은행에서 이용하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가장 금리 높은 적금 알려줘’, ‘엄마에게 10만원 보내줘’, ‘내 대출한도는 얼마야?’ 등을 물었다.
 
적금 상품을 한 번에 추천한 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었다. 두 은행 모두 금리가 가장 높은 적금을 곧바로 보여줬으며, 하나은행 HAI는 ‘금연성공적금’과 같은 이색 상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했다. 국민은행 비비는 적금의 입금방식(자유적금·정기적금)을 선택하게 한 후 상품을 소개했다. 신한은행 오로라는 보유 상품인지, 신규 상품인지 확인 질문 후 적금 상품을 소개했다. 농협은행은 올원상담봇 안에서 적금 상품을 확인할 수 없었다. 고객이 앱에서 경로를 탐색해 직접 적금 상품을 찾아야 했다.
 
하나은행 'HAI'(좌)와 우리은행 '위비봇'(우)의 적금 상품 추천 비교. [사진 각 사]
이체 업무를 가장 수월히 소화한 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었다. ‘엄마에게 10만원 보내줘’라는 질문에 국민은행 비비는 연락처로 보낼지, 계좌번호로 보낼지 물어본 뒤 이체를 진행했다. 하나은행 HAI는 ‘별칭이체’ 기능을 안내했다. HAI에 ‘엄마’의 이름과 계좌를 등록하면 해당 명령어로 언제든지 송금할 수 있다. 농협은행 올원상담봇은 질문을 이해했지만, 이체 서비스 또한 챗봇 안에서 이용할 수 없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더 공부해서 대답하겠다”, “원하는 답을 못 구했다”고 답했다.  
 
대출한도를 묻는 말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챗봇이 가장 적절히 답했다. 국민은행 비비는 상품마다 한도가 다르므로 비교할 수 있도록 ‘KB스마트대출’ 페이지를 알려줬다. 신한은행 오로라도 한도조회를 할 수 있게 상품몰을 안내했다. 농협은행 올원상담봇은 질문을 정확히 이해했지만, 챗봇 내에서 대출한도 확인은 불가했다. 하나은행 HAI는 보유한 대출의 정보 조회를 안내해 명령어에 다소 비껴간 답을 내놨으며, 우리은행 위비봇은 한도에 대한 언급 없이 곧바로 상품 안내로 넘어갔다.
 
챗봇을 만나기까지의 접근성도 중요했다. 대다수 은행은 앱 메인화면에 바로 챗봇이 나타나 이용하기 편리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챗봇이 바로 메인화면에 뜨지 않고, 도달 경로가 복잡해 어려움을 겪었다. ‘자산→상담/예약→일반 상담→인공지능 위비봇 상담’까지 찾아야 했다.
 

챗봇과 생동감 넘치는 일상대화…‘은행 앱에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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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대화 능력은 하나은행 HAI가 돋보였다. ‘심심하다’는 질문에 “하이랑 대화 중인데도 심심하신가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맛집 알려줘’라고 물어보니 “특별히 싫어하는 음식 있어요?”라며 교양 있는 태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국민은행 비비는 오늘 날씨를 묻는 말에 “비비는 비 오는 날도, 맑은 하늘도 모두 사랑합니다”라며 정보 제공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 농협은행 올원상담봇은 ‘사랑해’라는 말에 “AI와 인간의 사랑이라니, 우리는 이어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T^T)”라며 재치 있는 답을 했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 은행 챗봇의 AI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일상대화를 원활히 진행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질문에 대해 “아직 준비된 답변이 없어요”, “질문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등 답변이 이어졌다. 신한은행 오로라는 ‘나 애인이랑 헤어졌어’라는 말에 신한은행 쏠(SOL) 앱 전용 로그인 방식인 ‘쏠패스’를 안내하는 등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①KB국민은행 '비비' ②NH농협은행 '올원상담봇' ③신한은행 '오로라'와 일상대화를 나눈 일부. [사진 각 사 모바일 앱]
그런데 은행 챗봇의 일상대화 기능은 얼핏 은행 고유 금융업무와 거리가 있어 쓸데없이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일상대화 기능은 챗봇 서비스를 아직 낯설게 느끼는 고객에게 이용률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실제 하나은행 HAI에서 일상대화를 경험한 고객의 챗봇 이용 건수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월평균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인 일상대화에 답변을 제공하지 못하면 고객의 신뢰도가 하락”한다며 “챗봇에 페르소나(인격)를 넣고, 비금융 콘텐트를 제공해 고객이 자주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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