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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브랜드서 밀리던 한섬, ‘삼성피’ 수혈…박철규 사장 구원투수 될까

현대백, 전례없는 파격 인사…사장급 첫 외부 영입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한섬 해외패션 사장으로
‘아미’ ‘톰브라운’ 등 수입 주역 ‘신명품계 큰손’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처음으로 사장급 임원을 외부 인사로 영입한 박철규 한섬 해외 패션부문장.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전례 없는 파격적인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을 공채로 입사하지 않은 외부 인사를 처음으로 사장 임원으로 앉힌 것이다. 그 주인공은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기업인 한섬의 해외패션 부문의 수장을 담당하게 될 박철규 사장이다. 
 
박 사장은 2018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으로 활약한 인물로, 1989년에 삼성물산 공채로 입사한 이른바 ‘30년 지기 삼성맨’이었다. 이번 현대백화점그룹 영입으로 인해 박철규 사장은 2022년 1월 1일부로 삼성물산이 아닌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부문을 맡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박 사장 영입 목적은 뚜렷하다. 지금까지 비교적 약세를 보인 한섬의 ‘해외 브랜드’ 강화다. 그는 패션업계에서 최신 2030세대로부터 인기를 받는 굵직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발굴해낸 ‘신명품계 큰 손’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사업을 이끌 때 해외 패션 브랜드인 ‘톰브라운’ ‘꼼데가르송’ ‘아미’ ‘르메르’ ‘메종키츠네’ 등을 수입하는데 주요 역할을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 ‘8세컨즈’ ‘갤럭시’ 등과 같은 국내 브랜드도 운영하지만, 전체 매출액 60~70%를 해외 브랜드가 책임질 만큼 강력한 해외 브랜드 삼성물산 주요 카드로 여겨졌다.  
 

한섬, 국내 브랜드 탄탄하지만 해외 브랜드는 탐탁지 않아  

반면 한섬은 해외 브랜드보다 국내 브랜드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한섬은 ‘타임’ ‘마인’ ‘시스템’ 등 수십 개의 탄탄한 고가 라인의 국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섬이 유통하는 해외 브랜드는 ‘발리’ ‘랑방’ ‘3.1필립림’ ‘로샤스’ 등 아홉개 브랜드에 그친다. 이에 한섬이 새로운 먹거리 창출로, 지금까지 내세울 것이 없었던 해외 브랜드 매출 상승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박 사장을 외부로부터 영입한 것이다.  
 
한섬의 해외 브랜드 강화 전략에는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해외 패션브랜드 선호도 부추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백화점 판매동향 자료에 따르면 해외 패션 브랜드는 올해 7월 판매액이 전년 동월대비 18.8% 증가했고, 8월에는 18.6%, 9월에는 38.1% 껑충 뛰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일반 국내 브랜드는 증가세가 10%인 것과 비교하면 해외 브랜드 수요가 컸다. 
 
인기 해외 브랜드를 보유한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물산 패션의 국내 브랜드 매출은 주춤하고 있지만, 해외 브랜드 매출액 올해 10월 누적 기준으로 전년대비 적게는 30% 많게는 220% 성장했다. 실제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전개하는 ‘아미’는 10월 누적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220% 올랐고, ‘메종키츠네’는 80%, 르메르는 130% 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한섬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나 신세계 에스아이빌리지 등과 비교했을 때 해외 브랜드보다 국내 브랜드 파워가 강한 것이 사실”이라며 “강력한 해외 명품 브랜드 네트워크를 지닌 박 사장을 중심으로 해외 브랜드 강화에 본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한섬닷컴, 한섬 EQL 등 자체 온라인 플랫폼 강화  

한섬이 슬로건 '오늘도 더한닷'을 내세운 더한섬닷컴 광고를 선보였다. [사진 화면캡처]
또 한섬은 김민덕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강화에도 더욱 힘을 실을 전망이다. 한섬은 고가 라인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 ‘더한섬닷컴’을 비롯해 MZ세대를 겨냥한 캐주얼 브랜드를 모은 온라인 플랫폼 ‘한섬 EQL’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통합몰이 아닌 각기 다른 소비층을 겨냥한 전문 패션몰을 따로 운영하면서 각 전문성을 더욱 키울 전략이다.
 
한섬이 공개한 올해 3분기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2964억원이고 영업이익은 31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3.5%, 41.0%가 상승했다. 특히 이중 온라인 매출액 성장세가 컸다. 전년 동기 대비 올해 3분기 매출액 상승세는 오프라인이 7.8%, 온라인이 40.8% 신장했다. 이 같은 온라인 매출 강세에 이어 한섬은 수년간 소극적으로 나서던 더한섬닷컴 홍보에서 이제는 적극적인 태세로 전환했다. 최근까지 한섬은 슬로건 ‘오늘도 더한닷, 더한섬닷컴’을 걸고 TV광고, 온라인 광고 등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여태까지는 외부에서 사장급 임원을 영입한 적이 없지만 이번 박철규 사장이 오면서 앞으로는 관련 사업의 역량과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사 영입에도 열린 자세를 취할 것”이라며 “한섬의 해외패션 사업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백화점 등 유통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라예진기자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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