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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 현장직원 휴업 조치 ‘셧다운’

26일 오후 5시 이후 전면 가동 중단…휴업 종료일 미정
물류비 상승 등에 3분기 부진했는데…4분기 개선 ‘요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대전공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동조합]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동조합(이하 한국타이어 노조)이 올해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해 지난 24일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회사 측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대전‧금산공장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휴업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대전‧금산공장은 지난 26일 오후 5시를 기점으로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물류비 상승 등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이번 생산 중단 여파로 4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1962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선 한국타이어 노조 측은 “그간 회사가 단체협약을 통한 복리후생 축소 등으로 임금 인상을 상쇄시키는 ‘꼼수’를 이어왔다”며 “일부서 제기하는 이른바 귀족 노조의 문제가 아니라, 대등한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한 불가피한 투쟁”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다.  
 
29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측은 대전‧금산공장에 근무하면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26일 오전 6시부터 휴업 조치를 내렸다. 이날 현재까지 휴업 종료일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국타이어 측은 이들 공장 일부 생산 라인에 사무직 직원들을 투입해 생산을 이어가다 26일 오후 5시를 기점으로 전면 가동 중단에 돌입했다. 한국타이어 노조가 지난 24일 총파업에 나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자 아예 공장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현재 이들 공장의 사무직 직원만 출근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 생산 차질은 약 2주 동안 지속되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부분 파업을 벌였고, 24일부턴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공장이 이날부터 본격적인 휴업에 돌입한 만큼, 생산 차질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평택‧칠곡‧계룡‧제천 물류센터장들이 직원 출입을 통제하고 촉탁‧기간제 사원들로 제품을 출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 노사 갈등으로 촉발된 생산 차질로 이 회사 실적 부진은 더욱 심화될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8294억원, 영업이익은 1808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1조8861억원)보다 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2247억원)와 비교해 20% 줄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미쉐린, 브리지스톤 등 글로벌 타이이어업체들이 수천개의 소규모 현지공장을 운영해 현지화 전략을 펼친 것과 달리, 한국타이어는 국내 대규모 공장을 통한 운영비 절감을 꾀해 타 업체보다 15% 저렴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왔다”며 “그런데 최근 물류비가 급증하면서 한국타이어의 이 같은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물류비 상승에 더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타이어 공급 둔화, 원자재 상승 등을 감안하면, 올해 3분기보다 4분기 실적이 더욱 처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타이어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해 지난 8월 20일 상견례를 갖고 지난 26일 9차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날 10차 교섭이 진행 중인데, 오후 4시 기준으로 별다른 진척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터질 게 터졌다" 현장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

일부에선 이번 한국타이어 노조의 파업에 대해 “고(高)연봉 귀족 노조가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노조 측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 인상보다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은 단체협약에 관한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조 관계자는 “일부에서 임금도 많은데 왜 파업을 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매년 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회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근무 체계 변경, 복리후생 축소, 연말 성과급 조정 등으로 임금 인상을 상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 전환 배치, 인사‧징계위원회 등 단체협약과 관한 문구를 노사 협의가 아닌 합의로 변경해야 한다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맞지만,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포함한 단체협약에 대한 부분이 더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노조는 “회사 측이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 인상을 상쇄시켜 사실상 10년 넘게 임금이 동결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노조 안팎에선 이번 총파업과 관련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많다. 한국타이어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 노조(1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노조(2노조)로 구성돼 있는데, 다수 노조인 1노조는 그간 위원장을 간선제로 선출해왔다.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총 조합원 투표를 통한 직선제로 위원장을 뽑으면서 그동안 간선제 위원장 체제에서의 여러 문제점들이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올해 쟁의행위 찬반투표 찬성률이 94%에 달할 정도로 현장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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