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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의 혁신우혁신] 김재현 대표 “오늘회가 식탁 위 행복을 배송합니다”

[Interview] 김재현 오늘회(오늘식탁) 대표
당일 잡은 회, 당일 고객의 식탁으로 배송하는 플랫폼
기존 수산업계와 갈등 없이 윈윈 태도로 공급처 늘려가
오늘회로 경제적 혜택 누리는 국민 삼성만큼 많아졌으면

 
 
 
김재현 대표(왼쪽)는 “오늘회는 물류 시스템을 자체 구축한 덕분에 효율적인 당일 배송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신인섭 기자
“몇 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손뼉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이코노미스트]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와 현직 기자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새벽에 잡아 올린 수산물을 당일에 만나볼 수 있는 이커머스, 오늘회의 김재현 대표다. [편집자]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건 스타트업의 본령이다. 새 서비스는 혁신과 도전 같은 스타트업의 등뼈를 이루는 가치와도 잘 맞물린다. 대기업이 이미 선점한 레드오션 대신 새 시장을 개척하는 게 스타트업이 고성장을 꾀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2016년 12월 문을 연 ‘오늘식탁’은 이런 본령에 충실한 회사다. 초신선식품 회를 아침과 낮에 주문하면 그날 저녁 즉각 현관문 앞에 도착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오늘회’를 운영하고 있어서다. 
 
현지의 제철 수산물을 안방 식탁에서도 누릴 수 있단 입소문과 당일 주문·배송이 된다는 서비스에 오늘회엔 수많은 가입자가 몰렸다. 누적 회원 수가 50만명을 넘어섰고,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70만명이나 된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누적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는데, 2021년 연말까지 이 수치가 4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핫한 이커머스 플랫폼에 투자금이 몰리는 건 당연했다. 올해 초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누적 투자액만 170억원에 달한다. 오늘회를 이끄는 건 국내 유수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해 온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다. 미국의 유명 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인스타카트’를 롤모델로 삼고 창업했는데, 지금은 한국 수산물의 이커머스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김재현 대표 앞엔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마주 앉았다. 둘은 3년 전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센터장과 스타트업 입주사로 인연을 맺었다. 김홍일 대표는 김재현 대표를 “디캠프 입주사 중 가장 늦게 퇴근하던 CEO”라며 “아주 독한 창업가”라고 부연했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이하 김홍일 대표) : 가슴 아픈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김재현 대표가 너무 늦은 시간에 퇴근하다가 계단에 조명이 안 들어와서 낙상사고를 당했었죠.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이하 김재현 대표) : 맞습니다. 당시 디캠프 센터장으로 있던 김홍일 대표께서 야간에도 조명에 불이 들어오게끔 즉각 조치해줬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덕분에 야근이 수월해졌죠.  
김홍일 대표 : 요새도 야근이 일상인가요.  
김재현 대표 : 물론입니다. 오히려 그때보다 회사가 커지면서 더 바빠졌죠.
김홍일 대표 : CEO의 야근은 직원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텐데요
김재현 대표 : 제가 야근을 한다고 눈치를 보는 직원은 없습니다. 오늘회의 구성원은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탑다운 경영도 아닌걸요. 제가 누구에게 일하는 티를 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요.  
김홍일 대표 : 오늘회가 정말 많이 성장하긴 했습니다. 주변에선 오늘회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김재현 대표 : 성장도 있었고, 부침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이커머스가 워낙 눈부신 조명을 받았잖아요. 요샌 또 플랫폼 경제가 화두가 됐고요.
 
최근 우리 사회는 ‘플랫폼 갈등’ 때문에 혼란을 겪었다.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승자독식 구조가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기존 사업자가 반발에 나섰다. 신산업이 출현하면, 한편에선 피해를 보는 누군가가 생겨났다. 기존 사업자의 생존권과 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지나친 규제로 혁신 동력을 저해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섰다.  
 
오늘회 역시 이런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큰 플랫폼이었다. 오늘회가 주로 다루는 수산물 업계는 경직된 유통체계와 수급 불균형 때문에 가격이 제각각이기로 유명하다. 이름난 수산시장엔 저마다의 ‘호갱썰’이 있을 정도다. 중간에서 회를 몰래 덜어낸다느니, 바꿔치기한다느니, 저울을 조작한다느니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오늘회는 수산물 업계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고객에게 정해진 가격, 그것도 신속하게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오늘회를 고깝게 보는 업계 일부의 시선도 납득이 간다. 더구나 김재현 대표는 청년 여성 CEO란 이유로 눈에 보이지 않는 숱한 편견과도 맞닥뜨렸을 공산이 크다. 김홍일 대표가 “기존 수산업계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갈등을 벌인 일이 없었다”는 거다. “오늘회는 처음부터 윈윈을 추구했고, 이를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딪힐 일이 없더라고요.”
 
김재현 대표는 “신선식품 업계에선 최고로 꼽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신인섭 기자
김홍일 대표 : 차갑고 거칠기로 유명한 수산업계 아닙니까. 질 좋은 수산물을 저렴하게 공급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그것도 여성 청년 CEO의 입장이라면요.
김재현 대표 : 저는 이번에 불거진 플랫폼 갈등이 태도의 문제에서 빚어졌다고 봅니다. 나만 혁신이고 너넨 구태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는데, 어느 누가 반길까요. 실제로 그 프레임이 맞지도 않습니다. 기존 사업자와 기존 시장의 성장 없인 플랫폼의 지속성장도 담보할 수 없으니까요.  
김홍일 대표 ; 많은 플랫폼 업체가 새겨들어야 할 얘기 같군요. 스스로는 혁신으로 나누고 우리의 방법론이 옳으니 따라오라는 태도를 보이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엔 어떤 유화책을 꺼내도 기존 사업자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죠.  
김재현 대표 : 무엇보다 수십 년의 노하우가 쌓인 기존 시장을 이제 막 발을 들인 우리가 얕잡아봐선 안 될 일이죠. 그들이 보유한 전문지식과 노하우는 오히려 반드시 습득해야 했습니다. 수산물 같은 경우는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이 특히 그랬죠.
 

당일 주문·배송 원칙…고도화한 수요예측 알고리즘 덕분 

김홍일 대표 : 김재현 대표의 진심이 잘 통했던 거군요.  
김재현 대표 :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닌 시장을 활성화해 파이를 더 크게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 어필했습니다. 덕분에 전국 수백여 곳의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었죠.
김홍일 대표 : 오늘회가 현명한 태도로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받게 됐습니다. 자, 사실 이커머스의 가장 중요한 경쟁 포인트는 배송 아닙니까. 소비시장의 언택트화가 가속화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물류 시스템이 상당히 고도화했습니다. 오늘회만의 특장점은 무엇일까요.  
김재현 대표 :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차별점이라면 있습니다. 오늘회는 조금 더 ‘테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김홍일 대표 : 오늘회가 이커머스가 아닌 테크기업이란 뜻인가요. 더 쉽게 풀어주시죠.  
김재현 대표 : 몇몇 이커머스 기업은 배송과 물류를 전문기업에 맡깁니다. 반면 오늘회는 물류 시스템을 100% 내부적으로 자체 개발했습니다. 오늘회가 받은 투자금액 대부분을 물류 시스템 구축에 썼습니다. 덕분에 생산부터 배송까지 8시간이 걸리지 않는 초신선 배송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죠.
김홍일 대표 : 물류를 외부에 맡겨도 상품을 정확하고 빠르게 고객에게 전달만 하면 됩니다. 과연 오늘회의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김재현 대표 : 빠르게 배송만 하면 된다, 일반 상품이면 그렇죠. 회같이 언제 상할지 모르는 초신선식품은 얘기가 다릅니다. 당일 주문‧당일 배송의 원칙이 지켜지려면 발주도 미리 해야 하는데, 오늘회는 수요예측 알고리즘도 자체 개발했습니다. 어떤 제품이 팔릴지 예측하고 거래처에 발주를 넣고 있죠. 데이터가 쌓이면서 알고리즘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다른 신선식품 플랫폼과 비교하면 제품이 품절 사태를 겪는 일이 현저히 적다고 자신합니다.  
김홍일 대표 : 그렇다고 고객의 ‘100% 만족’을 끌어내는 건 힘들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까다로운 수산물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김재현 대표 : 물론입니다. 신선도가 조금만 떨어지는 듯 보여도 살벌한 피드백이 옵니다. 오늘회 시스템의 미흡한 점도 분명 있었죠. 그래서 더 개선에 집착하게 됩니다. 특히 신선도는 고객의 건강과도 직결되니까요. 이 위험한 난관을 기술로 극복하겠다는 도전 의식을 모든 조직원이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김홍일 대표 : 의외군요. 김 대표는 유명 이커머스 기업의 마케터 출신이지 않습니까. 마케팅이 오늘회의 주요 경쟁력 중 하나라고 봤는데요.  
김재현 대표 : 투자금을 마케팅에 써본 적은 없습니다. 마케터로 일하면서 이커머스의 본질을 나름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공급자의 소싱부터 배송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원활하게 가동하는 것이라고요. 이런 건 쿠팡이 잘했죠. 그 플랫폼 안에선 어떤 카테고리의 제품을 올려놔도 팔리잖아요.  
김홍일 대표 : 오늘회도 쿠팡을 목표로 삼고 있는 건가요.
김재현 대표 : 조직 내부적으로 쿠팡을 베스트 프랙티스(모범 사례)로 보고 있긴 해요. 다만 롤모델로 삼은 건 아니고요. 따로 목표하는 게 있어요. 바로 ‘수산업계의 용왕’이 되는 겁니다. 고객이 신선식품 하면 바로 오늘회를 떠올리는 게 목표죠. 가령 오늘회의 물류 시스템은 수산물이 아닌 어떤 카테고리의 신선제품도 고객의 집 앞에 당일 배송할 수 있습니다.
김홍일 대표 : 오늘회가 구축한 물류 기술력은 확실히 범용성이 있습니다. 제품군을 넓히면 고객도 지금보다 늘어날 텐데,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거네요. 김재현 대표가 보기에 사업의 위험요소는 없습니까.
김재현 대표 : 이커머스 시장이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고 있는 점, 그리고 코로나19를 통해 압축성장을 했다는 점은 위험해 보입니다. 자칫 당장의 매출과 성장 속도에 취할 수 있는 위험한 시점이죠. 속도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항상 경계하고 있습니다. 10년 뒤, 탄탄하게 성장해 있을 오늘회를 상상해야죠.
 
김홍일 대표(왼쪽)가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할 때, 오늘회는 디캠프 입주사로 있었다.신인섭 기자

기자가 본 김재현 대표

10년 뒤 오늘회에서도 CEO를 하고 있을 ‘10년 뒤 김재현 대표’를 물었다. “여전히 야근하는 CEO”란 답변이 되돌아왔다. 그땐 더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을 거란 미래를 대담하게 예측했다. “10년 뒤에도 오늘회가 생존해있다면, 그땐 플랫폼이 더 커져있을 겁니다. 오늘회와 거래하는 수산업계 종사자분들의 매출도 덩달아 늘어나 있을 거고요. 그분들의 삶에 오늘회가 플러스가 된다는 건 상상만 해도 행복한 일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하고 싶었던 꿈이었으니까요.”
 
“오늘회를 통해서 경제적 혜택을 받는 고객이 삼성전자만큼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재현 대표가 설명하는 본인의 꿈이자 비전이다. 그렇다고 오늘회가 경제적 가치, 경제적 효율성만을 따지겠겠다는 건 아니다. 애초에 회를 배송하기로 선택한 것도, 회가 맛있어서였다. 특별한 날에 먹는 경향이 짙은 회를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고도 싶었다. “맛있는 걸 먹는 건 참 행복한 일”이란 이유에서였다.  
 
스타트업 업계에 돈이 몰렸고 너도나도 창업가가 되면서 ‘혁신’이란 낱말이 일상적인 게 돼버렸다. 그 가운데 오늘회를 통해 ‘행복’을 모색하는 김재현 대표의 움직임은 이채롭고 금세 수긍이 갔다. 세상을 밝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 역시 스타트업의 본령이자, 우리 사회가 기를 쓰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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