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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영입 전쟁] 개발자 전성시대의 비전공 개발자들 …“고연봉, 좋은 업무환경은 환상”

개발 교육만 받는다고?…네트워크와 프로젝트 경험 필요
빠르게 변해가는 기술 따라잡으려면 항상 공부해야

 
 
 
비전공자로 개발자를 꿈꾸는 청년이 많다. 하지만 막상 개발자가 돼서도 야근과 박봉, 끝없는 공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진은 코드를 입력하고 있는 개발자. [연합뉴스]
개발자가 되길 꿈꾸는 2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 비전공자도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기업들이 ‘개발자 모시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어서다. 비전공자들도 이런 장밋빛 미래를 보고 개발자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국내 IT 대기업에 신입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입사한 김경수(가명·25)씨. 그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는데, 2019년부터 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해 3년 후 개발자로 취업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올해 초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인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싸피)’에서 교육생으로 선발되면서 커리어를 쌓았기 때문이다.    
 
교육생으로 선발된 후에도 고충은 있었다. 김씨는 “프로젝트 팀을 짤 때 전공자는 전공자끼리, 비전공자는 비전공자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의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은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프로젝트 팀에 반드시 비전공자를 포함해야 하는 조항이 있다.
 

“어중간한 개발자 진로 추천은 원수에게나” 

김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자로 본격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를 통해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들을 만났고, 이들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게 취업에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개발 교육만 파고든다고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는 건 아니란 얘기다.  
 
힘든 교육 과정을 밟고 취업에 성공해도 교육 기관에서 배운 지식만으론 고급 개발자로 성장하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에서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는 이다미(가명·29)씨는 “취업이 어렵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개발에 성급히 뛰어드는데, 개발자는 은퇴 전까지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며 “연봉이 낮고 처우가 열악한 곳이 첫 직장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스타트업에서 모바일 앱 개발자로 재직 중인 정재민(가명·28)씨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사학을 전공한 정씨는 2017년 암호화폐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하나둘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2018년 졸업학기부터 일반 기업 50여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서류 전형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그는 마음을 고쳐 먹고 2019년 2월부터 11월까지 개발자 입사 준비를 했는데, 스타트업에 개발자로 취업했다. 
 
개발자의 삶은 상상했던 ‘자유롭게 일하는 문화’와 달랐다. 정씨는 “앱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있어서 요즘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며 “어중간하게 개발자 진로를 밟는 건 원수한테나 추천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개발을 배운다고 연봉도, 업무 환경도 우수한 기업에 입사할 거란 기대는 환상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는 개발자들도 많다.
 
외국계 소프트웨어 기업의 한국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한 개발자는 내년 연세대 정보대학원에서 빅데이터 석·박사과정을 시작한다. 그는 “현장에서 다른 개발자와 대화하다 보면 전문용어를 알아듣지 못할 때가 적지 않았다”며 “프로그램 개발은 취업을 한 뒤에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내년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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