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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효율화 ‘선택 아닌 필수’…보험업계를 읽는 7대 키워드 [2021금융업계 리뷰-보험]

제판분리, 빅테크 도전 등 굵직한 이슈 많았던 한해
빅4 생보사 등장·제로금리시대 종식도 화제

 
 
지난 4월 열린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식 모습.[사진 한화생명]
 
올해 보험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통이 이어졌다. 손해보험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적자 원흉이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줄며 깜짝 실적을 냈지만, 전반적으로 대면영업이 어려워지며 순수 보험영업실적은 부진했다. 
 
또한 대형사들의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 IT공룡기업의 보험업계 진출 등 굵직한 이슈들도 업계를 뒤덮었다. 다사다난했던 보험업계의 한해를 7대 키워드로 정리했다.
 

제판분리:조직 효율화 가속화 

올해 보험업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제판분리다. 보험사들은 저금리 기조에 투자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조직 운영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고 올 상반기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설계사 조직을 분리시켰다.  
 
지난 3월 미래에셋생명은 보험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전속 설계사 3300명 전체 인원을 자회사로 재배치하며 법인보험대리점(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한화생명도 지난 4월 1만9000여명의 설계사로 구성된 초대형 판매전문회사를 세우며 영업을 진행 중이다.
 
[자료 보험연구원]
 
양사의 제판분리 형태를 보면 향후 보험사들의 조직 효율화 작업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본사는 설계사 조직을 GA로 이동시킴에 따라 운영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본사는 상품의 개발 및 마케팅 업무에만 집중해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여전한 코로나19 여파:車손해율 ‘뚝’…백신보험 등장

올해도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며 보험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런 가운데 손보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차량운행 감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줄며 실적이 상승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1~10월) 손보사 11곳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3.4%로 지난해 89.8%보다 크게 감소했다. 특히 대형 손보사 4곳의 평균 손해율은 지난해 85.0%였으나 올해 10월까지 79.3%로 떨어졌다. 손보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8~80% 수준이면 적정 손해율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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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율이 하락하자 대형사들의 실적도 급등했다. 삼성화재는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2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2% 증가했다.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소 23.2%에서 최대 77.2% 늘었다.
 
하지만 연말이 될수록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11월 11개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전월대비 5% 증가한 91%였다. 올들어 평균 90%를 기록한 것은 11월이 처음이다.
 
한편 올 상반기 일부 보험사들은 코로나19 관련 백신보험을 출시했다. 하지만 아나필락시스 부작용만을 보상하는 보험상품이지만 보험사들이 '백신보험'으로 홍보하자 당국이 문제를 제기했다.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백신보험 명칭을 쓰지말라는 요구다. 이후 보험사들은 백신보험 대신 ‘아나필락시스보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신한라이프 출범:생보업계 NEW 빅4 탄생  

올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법인인 ‘신한라이프’가 약 2년 반 동안의 통합작업을 마무리하고 공식 출범했다. 신한라이프는 총 자산(지난해 말 기준) 약 71조원을 기록하며, NH농협생명을 제치고 단숨에 생보업계 4위권 회사로 도약했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이 지난 7월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한라이프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중앙포토]
 
이로써 신한라이프는 전화와 대면 영업을 함께 하는 하이브리드 채널, 모바일로 보험을 가입하는 디지털 보험채널까지, 보험사가 소유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갖추게 됐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고객이 원하는 채널을 통해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디지털보험사 설립:빅테크의 도전, 먹힐까 

이달 초 카카오페이는 금융위원회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출범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보사는 카카오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어 업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에 보험사들은 빅테크가 내놓는 디지털 보험사와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펼치게 됐다.
 

헬스케어 자회사 등장:먹거리 잡기 총력

보험업계의 대표 미래 먹거리로 분류되는 헬스케어 서비스 추진 관련, 보험사가 아예 자회사를 설립해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11월 헬스케어 자회사 KB헬스케어를 설립했고 내년 1분기 중 B2B(비즈니스 to 비즈니스)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신한라이프가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헬스케어 자회사 등장은 금융당국이 규제 장벽을 낮춰 주고 있어 가능했다. 당국은 2017년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허용한 데 이어 2019년에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보험사 부수 업무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자료 금융위원회]
 

기준금리 인상:보험사 투자수익률 숨통 트이나  

‘0%대 제로금리 시대’가 마감됐다. 0.50%였던 기준금리는 지난 8월과 11월, 0.25%포인트 상승하며 1%대로 올라섰다.  
 
보험사는 기준금리 변동에 예민한 금융사 중 하나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국고채 및 회사채에 투자한 운용수익률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저금리 기조로 국고채 금리가 꾸준히 하락해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지난해 3월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진 후 생·손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0.4~0.7%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이 내년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국내 기준금리 상승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내년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관심사다.
 

희망퇴직:인력감축 가속화

업황 악화로 보험사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신한라이프는 이달 초 1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250명의 퇴직이 결정됐다. KB손보는 올 상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동양생명도 2019년 이후 꾸준히 퇴직 신청자를 받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은 연중 언제든지 신청이 가능한 상시특별퇴직제를 도입했다. 입사 15년 이상인 직원이 대상이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금융권에서 인력감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분위기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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