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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속도 내는 K-유통, 제2의 기회의 땅 될까?

[2022 경제 대예측 - 세계 경제 어디로④] YES 75%

 
 
‘롯데센터 하노이’ 완공 모습. 롯데가 해외 세운 첫 초고층 복합빌딩이다. [사진 롯데자산개발]
 
“이제는 제2의 동남아다.”
국내 유통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 지역은 몇 년 전부터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면서 잠재력을 이미 인정받은 시장이지만 최근 그 흐름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왜 동남아인가…잠재력 큰 ‘젊은’ 나라  

그간 국내업계는 해외진출의 최우선 교두보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과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을 꼽아왔다.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인 동남아 지역은 두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높은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잠재력을 드러내면서 이제는 핵심 전진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  
 
동남아 하면 떠오르는 베트남·태국·필리핀이 다가 아니다. 이들을 포함한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싱가포르) 등이 모두 기회의 땅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 성장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유통기업들이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동남아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업계는 물론 식음료·프랜차이즈·면세점·화장품·패션·이커머스업계까지 다양하다. 직접 진출하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 또는 투자하는 형태로 동남아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호찌민시의 롯데리아 비엔호아점. [사진 롯데GRS]
 
그렇다면 동남아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동남아는 인구가 중국·인도에 이은 세계 3위 국가다. 인구수만 6억5000만명에 달하는 데 이 중 50%가 30세 이하다. 전 세계에서 젊은 세대 비중이 가장 높으며 국내총생산(GDP)가 매년 6% 가까이 고속 성장하는 세계 6위 경제 대국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를 재주목한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와 함께 동남아의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면서다. 인구 대부분이 젊어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고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동남아에선 소비자 88%가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동남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620억 달러로 고속 성장 중이다. 2019년 380억 달러(약 45조3340억원) 대비 무려 63%가 증가했다. 업계에선 2025년이 되면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1720억 달러(약 205조19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동남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으로 국내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좋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이는 신남방 비즈니스위크에서 강연자로 참석한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라자다의 서종윤 VP(VicePresident)의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다. 서 VP는 화상회의로 열린 강연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동남아시아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부문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면서 “상품을 사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기보다 휴대폰을 먼저 꺼내 드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단순히 오프라인 상점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온라인 상점으로 몰렸다는 수준이 아니라 동남아에 있는 고객들의 구매패턴이 이미 변했고 계속 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동남아시아 내 한국 상품 수요는 계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집콕’과 재택근무를 주로 하는 사람들이 K-콘텐트를 접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구글에서 ‘korean food’를 가장 많이 검색하는 국가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망이 밝다고 무턱대고 진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지인들의 소비 트렌드와 니즈에 부합하지 않는 한 무작정 동남아에 제품을 판다고 해서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세안 국가별 시장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기업 장악 예상됐지만…베트남 기업의 ‘ 반전’  

우선 베트남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Global Market Report’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은 2050년까지 아세안 국가 중 도시화가 가장 많이 진전될 것으로 전망되는 곳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소비자신뢰지수 상위 8위 국가에서도 중국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며 2위를 차지했다.  
 
기술발전을 위한 유·무형의 인프라도 가장 잘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동남아 신흥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시장을 자랑한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460억 달러(약 174조1780억원)였던 시장 규모는 2020년 1720억 달러(약 205조1960억원)로 성장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9.2%로 전망된다.  
 
베트남 소매시장 환경이 최근 들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베트남 유통시장은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기업인 롯데가 베트남 전역에 15개 마트와 2개의 백화점을 운영 중이다. 일본의 유통 대기업인 이온그룹도 6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 베트남 2호점, [사진 롯데쇼핑]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장악할 것으로 예상했던 베트남 유통시장은 2018년 반전을 맞는다. 이온그룹 소속 점포를 비롯해 프랑스 소매 대기업 체인 수십 개를 베트남기업들이 인수했다. 올해는 국내기업인 이마트가 호찌민시에서 운영하는 매장 지분을 타코 그룹에 매각했고 6월엔 롯데마트가 하노이 운영매장 3곳 중 한 곳을 폐점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에 대해 “소매시장이 성장하면서 많은 기업이 리테일 산업에 뛰어들고 있고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난 기업들이 인수 또는 합병되면서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베트남 소매시장이 우호적 정부정책, 구매력 향상 등으로 제2의 성장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판매 채널이 더 세분화되고 전문점과 편의점 수는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18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국내 편의점 유통 체인 지에스25(GS25)는 올 3월 빈증성에 100호점을 개점, 11월 말 기준 145개가 됐다. 12월엔 편의점 업계 최초로 GS25 베트남 현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가맹점도 열었다. 2018년 1월 GS25가 베트남에 첫 점포를 낸 지 4년 만이다.  
 

재택근무하고 집밥 먹고…인도네시아의 재발견  

인구 2억76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4년 13억9000만 달러(약 1조6554억원) 규모에서 2019년 186억705만 달러(약 22조1609억원)로 1235% 성장했다. 2025년에는 820억 달러(약 99조55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는 토코페디아·트래블로카·OVO 등 이커머스 플랫폼과 전자결제 관련 유니콘 기업이 다수 탄생했다.
 
소비재 시장도 2017년부터 지속해서 성장 추세다. 특히 전자제품과 식음료 분야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면서 원활한 재택근무를 위한 전자제품 수요 증가와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인도네시아 내 국내 기업 중에선 GS수퍼마켓이 활약 중이다. 푸드코트에 한식과 현지식을 동시에 배치하고 이슬람교를 믿는 현지인들을 위한 기도실을 마련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GS수퍼마켓은 현지 진출 4년 만인 2020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태국은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와 유통망 운영 제한으로 성장이 둔화됐지만 올해 회복세가 예상된. 이커머스 업체인 프라이스자(Priceza)에 따르면 태국은 인구 98.9%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모바일 쇼핑 경험을 갖고 있는 셈이다. 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보급형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2014년부터 연 83.5%씩 성장했다. 2020년이면 70억 달러(약 8조3377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도 5년 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를 2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동남아 허브’로 주목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의 대표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할랄 산업의 중심지’로, 싱가포르는 ‘동남아 진출 허브’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8년 연속 이슬람 경제를 이끌 정도로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인구의 60% 이상이 무슬림인 만큼 할랄 인증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 위치한 싱가포르의 경우 서킷 브레이커(2020년 4월 7일~6월 1일 봉쇄조치) 동안 영업이 중단되면서 소매판매액이 전년 동기대비 크게 줄었지만, 점점 이전 수준을 회복 중이다. 싱가포르 소비패턴이 제 자리를 찾으면 국내 기업과 동남아 지역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국가는 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곳이다. K-POP과 K-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소주와 한국 식료품 등이 인기가 좋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과일 맛 소주와 떡볶이, 오징어게임 열풍으로 인한 달고나 게임 키트 등이 큰 인기다. 덩달아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한국형 편의점이 주목받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CU, 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들이 현지에서도 한국 편의점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편의점은 간판뿐 아니라 상품들까지 모두 한국 편의점과 똑같다. CU 관계자는 “오히려 현지에서 한국에 있는 간판 글씨체, 제품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수출해 주길 원한다”면서 “말레이시아 CU 매장에서는 떡볶이·닭강정·핫도그 등 국내 대표 간식들을 즉석조리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달라진 소비 트렌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동남아 온라인 시장에서는 휴지·생수·세제 같은 저렴한 제품, 직접구매가 어려운 제품들, 단순반복구매 제품이 주로 팔렸다”면서 “이제는 직접 맛보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형태의 구매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라”…전략 수정·보완  

발 빠르게 동남아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은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춰 전략을 수정·보완해나가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롯데쇼핑은 공격적인 출점 행보를 멈추고 오프라인 점포를 통폐합하는 작업으로 변경하고 있다. 동남아 소비패러다임 역시 이커머스로 급격하게 전환된 데 따른 것이다. 롯데리아, 엔젤리너스를 운영하는 롯데GRS와 롯데칠성음료 등의 계열사도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춰 점포를 줄이고 늘리는 등 공략 포인트를 달리하고 있다.  
 
이마트는 필리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필리핀 업계 2위인 로빈슨스 리테일과 브랜드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을 통해 노브랜드와 센텐스 전문점 등 50개를 오픈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일찍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린 CJ제일제당은 CJ Foods Vietnam(옛 킴앤킴)과 CJ Cautre(옛 까우제), CJ MinhDat(옛 민닷푸드) 등 베트남 현지 식품업체 3곳을 인수해 한식 만두와 현지식 만두를 내세운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후 현지 해산물 구매와 가공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베트남을 ‘해산물 만두 수출 확대 전진기지’로 키워내는 등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SPC그룹은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적극 활용해 동남아 지역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 두 지역과 근접한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파리바게뜨 해외 점포 출점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향후 쉐이크쉑, 에그슬럿 등의 점포 확장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제너시스 BBQ, 뚜레쥬르, 카페베네 등도 동남아 지역에 진출해 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소매시장이 성장하면서 치열한 경쟁과 재편이 반복되는 가운데 승부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우리 기업이 베트남 소매 채널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통채널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지에 맞는 제품과 가격으로 대결해야 한다”면서 “제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에 관한 충분한 설명과 적극적인 매장 관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KOTRA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 기업의 동남아 대응 전략으로 ▶매장운영을 통한 편리한 경험 제공 ▶친환경 제품 생산 및 지역 생산자 보호 ▶옴니채널 구축 ▶로컬업체와 협업 ▶물품 수출 전 수입 규제 확인 등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자국산 우선구매 움직임이 증가하면서 현지 유통브랜드와 협력이 필요해지고 있다”면서 “온·오프라인 채널에 같은 수준의 배송·품질·서비스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 국내만큼이나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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