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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만 수백억’ 에·루·샤 모델까지…톱스타 자리 꿰찬 여성의 정체는?

[다시 뛰는 유통업계②] “연예인보다 낫다”…가상 모델이 뜬다
가상 인간 시장 규모 2025년 14조…기술 발달로 디테일 상승
패션·뷰티·호텔 광고까지 섭렵…에르메스 전시회 초대까지
1년 만에 탄생한 연구원 루시…쇼호스트, 브랜드 모델로 확대

 
 
29세 연구원 루시. [사진 롯데홈쇼핑]
 
#. 브라질계 미국인 릴 미켈라. SNS 팔로워 수 311만명. 2018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25인’ 선정. 프라다, 샤넬, 루이비통 등 유명 명품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면서 연간 수입 130억원 이상. 주근깨와 벌어진 앞니가 매력 포인트.  
 
#. 일본을 대표하는 모델 이마. 일본어로 지금이라는 뜻. 2018년 7월 혜성같이 등장 후 일본 현지에서 아디다스, 이케아 등의 홍보 모델로 활동 중. 핑크색 단발머리가 상징. 35만명의 팔로워 수 보유. 거울 앞에서 셀카 사진 찍기를 좋아함.  
 
#. 18세 한유아.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와 첫사랑을 떠올리는 풋풋한 이미지로 눈길. 연기, 음반 발매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동 계획. 유명 브랜드와 컬래버래이션도 추진 중. 아직 팔로워 수는 4600명이지만 본격 데뷔 후엔 폭발적인 인기 끌 예상.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LG전자의 LG월드 ‘프리미어 영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23세 김래아. 곡을 쓰는 DJ로 활동 중. CES에서 그녀는 연내 첫 앨범 출시와 공식 가수 데뷔 발표. 현재 자작곡을 쓰며 윤종신, 하림 등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미스틱스토리’와 협업 준비 중. 팔로워 수 1만4000여명. 남다른 패션 센스 보유자.  
 
이마 이케아 광고. [사진 이케아]
 
잘 나가는 그녀들의 공통점은 모두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 전 세계적으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구현된 가상인간이 각광받으면서 이들이 영향력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재다능한 능력 보유…진짜보다 진짜 같은 ‘가짜’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패션, 광고 분야까지 가상인간을 모델로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모델 뿐 아니라 SNS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제작사에게 수십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패션, 노래와 춤, 제2 외국어 구사까지 가지고 있는 능력도 다재다능하다. 개인 SNS를 통해 많게는 수십만명 팔로워를 보유하며 두터운 팬층도 확보 중이다.  
 
가상 모델의 선전으로 관련 시장 규모도 매년 성장 추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가상인간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14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실존하는 인플루언서의 13조원 시장을 웃도는 수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 공간에서 의도한 대로 구현할 수 있는 데다 영향력도 막강해 갈수록 가상 모델들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며 “기술의 발달로 진짜보다 더 실존 인물처럼 구사할 수 있게 되면서 가짜가 주는 위화감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해 벌어들인 수익만 10억…탱고춤 영상 220만뷰   

오로지 W컨셉 광고. [사진 W컨셉]
 
국내에서 가장 핫한 가상 모델을 꼽자면 단연 오로지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에서 탄생한 그녀는 표정과 몸짓, 혈색, 피부 표면의 주근깨 표현까지 모두 실제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지난해 로지는 한 보험회사의 CF 속 매력적인 모습이 공개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고 무려 11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등극했다. 지난해 그녀가 벌어들인 수익만 10억원이 넘는다.  
 
A급 스타들의 광고 모델 자리를 잇달아 꿰찬 결과다. 식품업계는 물론 톱스타만이 할 수 있다는 뷰티 광고까지 섭렵하면서 광고퀸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그가 러브콜을 받은 브랜드만 골프복(마틴골프), 패션브랜드(질바이스튜어트), 온라인패션 플랫폼(W컨셉), 먹는화장품(화애락), 아모레퍼시픽(헤라) 등 다양하다.  
 
광고퀸에 걸맞게 호텔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정용진 호텔’로 알려진 서울 회현동의 ‘레스케이프’에 이어 서울 남산의 반얀트리에서도 인증샷을 게재하며 자신의 SNS에 홍보글을 올렸다. 로지가 올린 게시글 중에는 3대 명품 에르메스 전시회에 초대된 사진도 있다.  
 
롯데홈쇼핑이 1년여간 제작한 29세 가상 모델 루시. [사진 롯데홈쇼핑]
 
루시는 국내 유통기업에서 직접 제작한 가상 인간이다. 롯데홈쇼핑이 약 1년간 개발에 돌입해 지난해 2월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그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디자인 연구원이자 인플루언서다. 패션 트렌드나 자신의 일상 속 콘텐트를 SNS에 공유하면서 현재 약 7만명의 팔로워 수를 보유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F&B 브랜드, 패션 플랫폼, 쥬얼리 브랜드 등과 협업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롯데홈쇼핑 초대형 쇼핑 행사인 ‘광클절’의 홍보 모델로 선정, 영화 ‘여인의 향기’ OST음악에 맞춰 탱고 춤을 추는 30초 분량의 홍보 영상을 공개해 220만 뷰를 기록했다. 2달 전 부터는 롯데홈쇼핑 신입 쇼호스트로 위촉돼 가상 쇼호스트 역할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최적화 모델…휴먼 리스크도 없어 

가상 모델의 매력은 지금과 같은 언택트 시대에 최적화됐다는 점이다. 광고를 찍더라도 여러 사람이 모여 모델과의 스케줄 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가상 인물을 모델로 할 경우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다. 논란이나 개인 사생활 리스크 등 실제 모델이 가질 수 있는 휴먼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코로나19 확진이나 자가격리에서도 자유롭고 언제나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것을 이점으로 꼽는 패션업계 관계자도 있다.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와의 원활한 소통도 빼놓을 수 없다. 가상 모델에 열광하는 MZ세대는 메타버스에 익숙해 이들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가상세계와 현실과의 경계가 낮아 가상 모델과의 패션 아이템, 핫 플레이스, 세계관 공유 등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공유 중인 김래아. [사진 김래아 인스타그램]
 
예를 들면 이번 CES에서 주목받은 김래아의 경우 23살 여성이라는 아이덴티티에 부합하는 스타일링과 패션아이템 착용 등 디테일로 공감을 사고 있다. 김래아는 SNS 개정을 통해 #개발자킹받네 #알잘딱깔센 #SSAP가능 등 MZ세대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장착하는 한편 #플라워버킷챌린지 등 사회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디테일한 설정과 활동을 통해 가상 모델이 정말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착각을 주고 있다”면서 “가상 모델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와 노동력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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