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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살 넘은 장수기업, ‘아이돌·왕자’로 귀환”…가상 캐릭터 전성시대

[다시 뛰는 유통업계③] ‘장수 브랜드’ 이미지 벗고 MZ세대 겨냥
hy의 가상 아이돌그룹 ‘하이파이브’…4050 여성 이미지 탈피
‘빙그레우스’ 가상 세계관 구축…“MZ세대 소통에 효과적”

 
 
하이파이브는 지난해 12월 20일 크리스마스 캐롤 ‘선물’로 컴백했다. 그룹의 탄생부터 데뷔 과정을 담은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와 굿즈도 함께 선보였다. [사진 hy]
 
#. 최근 아이돌 ‘HY-FIVE(하이파이브)’가 크리스마스 캐롤 음원을 들고 컴백했다. 지난해 9월 데뷔곡 ‘슈퍼히어로’에 이은 두 번째 싱글 앨범이다. 지난 2020년 2월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을 시작한 ‘빙그레우스’는 현재 기준 16만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일주일에 3개의 게시물을 올리고 영상도 꾸준히 업로드하며 인플루언서로 발돋움하고 있다.

 
언뜻보면 일반적인 아이돌, SNS 인플루언서의 이야기 같지만 이들은 모두 가상 캐릭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유통업계를 포함한 전 분야에 가상현실 열풍이 불자 업계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가상 캐릭터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현실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가상세계에서만큼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브랜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사이버 아이돌’ 굿즈부터 뮤비까지…정교해지는 세계관 마케팅 

발효유 전문기업 hy(구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9월 17일 사이버 아이돌 ‘하이파이브’가 데뷔곡 ‘슈퍼히어로’를 발매하고 공식 데뷔했다고 밝혔다. [사진 hy]
 
발효유 전문기업 hy(구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9월 17일 사이버 아이돌 ‘하이파이브’가 데뷔곡 ‘슈퍼히어로’를 발매하고 공식 데뷔했다고 밝혔다. 하이파이브는 hy의 5개 인기제품을 캐릭터화해 만든 5인조 아이돌 그룹으로 위르(윌), 뚜리(MPRO3), 쿠퍼(쿠퍼스), 야츄(하루야채), 쿠르(야쿠르트 라이트) 멤버로 구성됐다. 하이파이브의 음원은 hy가 실시한 전국 대국민 ‘목소리 오디션’에서 선발된 멤버들이 노래를 녹음해 탄생했다고 hy 측은 설명했다. 하이파이브는 아이돌 출신 hy 사원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파이브는 가상세계 속 캐릭터지만 실제 아이돌 그룹과 흡사하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hy에 따르면 하이파이브는 지난해 12월 20일 크리스마스 캐롤 ‘선물’로 컴백하며 그룹의 탄생부터 데뷔과정을 담은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와 굿즈도 함께 선보였다. 현실세계 속 아이돌 그룹이 앨범을 발매할 때와 같은 모습이다. 공식 인스타그램도 운영하며 팬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이파이브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현재 기준 6만9000명이다.  
 

“스토리 있어야 산다”…서사에 집중, 현실세계로 나온 캐릭터도 

빙그레는 2020년 2월 창립 53주년을 맞아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캐릭터를 기획했다. 이 캐릭터는 빙그레가 생산하는 각종 제품으로 온몸을 치장했다. [사진 빙그레]
 
빙그레는 지난 2020년 2월 창립 53주년을 맞아 대규모 세계관 마케팅을 펼쳤다. ‘빙그레 왕국’이라는 세계관을 구축해 빙그레가 생산하는 제품과 스토리를 접목해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대표 캐릭터는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로 왕국의 후계자이자 왕자라는 콘셉트로 각종 빙그레 제품으로 온몸을 치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빙그레우스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인스타그램 채널 운영과 팔로워 수 목표치를 달성하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고 소개하며 SNS와 유튜브를 통해 소비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빙그레우스 뿐 아니라 왕국의 가장 오래된 비서를 자사 아이스크림 ‘투게더’의 이름을 따 ‘투게더리고리 경’으로 탄생시켰고, 왕국의 호위무사는 ‘더위사냥’으로, 열쇠공은 ‘끌레도르’ 아이스크림을 활용해 만들었다. 고착화된 빙그레 브랜드의 이미지 대신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젊은 세대가 신선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빙그레의 전략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6만명을 넘었고 공식 유튜브 계정 ‘빙그레TV’는 업계 최초로 구독자 10만명을 넘어 ‘실버 버튼’을 획득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공개된 ‘빙그레 메이커를 위하여’라는 애니메이션 영상은 3주 만에 640만뷰를 기록하며 캐릭터 마케팅의 위력을 보여줬다.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11월 11일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를 강남구 청담동에 오픈했다. [사진 신세계푸드]
 
폭발적인 인기에 가상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나온 캐릭터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1월 4일 정용진 부회장의 닮은꼴 캐릭터로 만든 ‘제이릴라’의 이름을 건 빵집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를 강남구 청담동 SSG푸드마켓에 오픈했다. 이 빵집은 화성에 사는 제이릴라가 우주의 레시피로 만든 이색 빵을 지구에 선보인다는 서사를 바탕으로 론칭됐다. 제이릴라는 지난해 4월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등장한 캐릭터로 정 부회장의 성 이니셜 ‘J’와 닮은꼴이라 자주 언급되는 고릴라의 ‘릴라’를 합쳐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장수기업 리스크’ 벗고 잠재고객 MZ세대 사로잡는다 

'빙그레우스'와 연예인 '혜리'가 빙그레의 눈건강 젤리 '비바시티' 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 [사진 빙그레]
 
업체들이 가상 캐릭터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hy나 빙그레는 올해로 각각 창립 51년, 55년을 맞은 대표적인 장수 식품회사로, 딱딱하고 오래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캐(부캐릭터)와 가상세계 트렌드를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hy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기존 유통구조는 주요 소비자층인 4050 여성 고객이 hy 제품을 구매해 가족 구성원에게 주는 형식이었다”며 “최근에는 향후 주요 고객이 될 MZ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전략으로 세계관 마케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제품 자체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콘텐트를 접목한다면 효과가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해 사이버 아이돌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빙그레 관계자는 “장수기업은 보수적인 이미지 때문에 젊은 층과 소통하기 어렵다는 리스크가 있다고 파악해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풀어나가고자 했다”며 “회사의 이미지와 에피소드를 재밌게 만들 수 있는 화자로 ‘빙그레우스’를 만들어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빙그레우스의 홍보 활동을 담당하는 대행사도 만들었고 부서에서 매주 3번씩 올리는 SNS 게시물과 관련해 월간 계획도 꾸준히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도 업체 간 캐릭터 마케팅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 소비자들은 직접 업체의 뉴스를 검색해보며 능동적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MZ세대를 유입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상세계관 마케팅’이라고 업계는 파악하고 있어 앞으로도 많은 업체들이 이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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