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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던 가계통신비 공약…20대 대선에선 ‘경쟁 실종’

[대선주자 경제정책] 민생공약 대표주자 가계통신비 이슈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약속한 역대 정부 대부분 실패
시급한 민생 경제 이슈 산적…통신비 공약은 관심 밖

 
 
이동통신 서비스가 고도화하면서 가계통신비 경감 공약이 예전만큼 표심을 흔들지 못하고 있다.[연합뉴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새해 들어선 여야를 막론하고 민생 챙기기에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공약을 발표하면 그만큼 유권자에게 정책 능력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심을 선점하기 위한 민생 공약 중엔 가계통신비 인하 이슈가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공공성을 지니고 있고, 사실상 모든 국민이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크다. 우리나라의 요금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높고 가계통신비 부담이 크다는 각종 통계는 이동통신 회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이미지를 덧붙였다. 선거 때마다 이동통신사가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히는 이유다.  
 
그런데 20대 대선에선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이 관심 밖으로 밀렸다. 관련 공약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뿐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재명의 합니다 소확행 공약’ 세 번째 시리즈로 ‘전 국민 안심 데이터’를 내세웠다. 기본 데이터 용량을 모두 소진하더라도 최소한의 메신저와 공공서비스만큼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후보는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기본 데이터 사용량을 소진한 뒤에도 최소 수준의 속도로 데이터 이용을 보장하는 옵션 상품을 3000∼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며 “안심 데이터는 이 혜택을 무료로, 전 국민에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안심 데이터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내년 안에 완료하겠다고도 밝혔다.
 
최근엔 국군장병의 통신료를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전기통신사업법 요금감면 규정 개정을 통해 50% 요금할인을 추진하겠다”며 “장병들의 평균 휴대전화 사용시간은 3~4시간인데 반해 이용요금이 비싼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군 장병의 통신 요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요금할인 폭 20%를 50%까지 상향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통신 관련해선 공식적인 공약을 발표하거나 제스처를 취한 적이 없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 역시 따지고 보면 평균적인 소비자 요금 인하와는 접점이 많지 않다. 기본 데이터가 필요한 특정 계층이나 군인을 겨냥한 핀셋 공약이기 때문이다.  
 
그간 가계통신비 인하 관련 공약이 선거철마다 쏟아졌다는 걸 고려하면 의외의 흐름이다. 이명박 정부는 ‘통신비 20% 이상 경감’ 공약을 내세웠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가입비 폐지와 데이터 기반 요금제 실현, 보급형 스마트폰 확대, 지역과 이용자 간 지원금 차별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5년 전 19대 대선 땐 관련 공약이 가장 경쟁적으로 쏟아졌다. 주요 후보 모두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공약집 중심에 두고 민생공약을 설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월 1만1000원 상당의 통신 기본료를 완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개정해 지원금 상한제를 없애고 제조사와 통신사의 지원금을 따로 공시하는 분리공시제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 국민 안심 데이터 공약을 내세웠다.[연합뉴스]
5년이 지난 지금 후보들이 가계통신비 인하 움직임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통신비 인하가 민생 공약으로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집값 이슈가 최고의 민생문제로 떠올랐고, 일자리 불안과 소득 정체‧하락 등이 해결이 더 시급한 난제로 주목받고 있다.
 

가계통신비 부담 여전하지만…5G 인프라 투자도 시급

5G 시장이 이제 막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도 변수다. 5G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연내 LTE 가입자의 숫자(4854만6633명)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점, 즉 성숙기에 접어들기도 전인데 요금제를 하향 개편하는 건 업계의 반대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더구나 이동통신 업계는 지금도 5G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용자와 기업의 5G 체감도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손목 비틀기’식 요금 인하 압박은 “지금도 투자 중이라 쉽지 않다”는 기업 반발로 명분을 잃을 수 있다.  
 
과거에도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에 따른 인위적인 요금 인하 공약은 제대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가계통신비 20% 인하’는 소비자의 이용 패턴이 데이터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물거품이 됐고, 박근혜 정부의 단통법은 국회 문턱을 넘어섰지만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많은 부작용을 야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기본료 폐지’, ‘보편요금제 도입’, ‘분리공시제 도입’ 등도 정부의 지나친 가격통제란 반박 논리를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LTE에서 5G로 시장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국민 전체의 가계통신비 부담이 상당한 건 맞지만, 그 책임을 온전히 이동통신 3사에만 묻는 건 부당하다. 통신비 부담엔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 단말기의 지분도 상당하다.  
 
통신비를 아끼고자 하면 ‘알뜰폰’이란 대안시장도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출고가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단말기와 비싼 5G 요금제로 통신비 부담을 느낀 국민들은 알뜰폰으로 대거 이동했다. 통신사 약정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단말기로 저렴한 요금제를 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비싸니까 내리자는 식의 정책 접근이 효과를 내지 못했고, 데이터의 편의성과 활용폭이 과거보다 넓어지면서 가계통신비 경감으로 표심을 흔드는 게 쉽지 않은 분위기”라면서 “다만 대선 전후로 이통3사 호실적이 드러나면 여론이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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