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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망사고…현대삼호重‧포스코, '안전' 강조 공염불

 
 
 
 
 
 
 
산업 현장에서 잇따라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대기업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서도 연이어 벌어지는 사고에 더 강력한 처벌과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이 지난 3일 '2022년 포스코 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말한 뒤 안전에 대해 언급했다.[사진 포스코그룹]
 

현대삼호重‧포스코 사업장서 연달아 근로자 사망

지난 19일 현대삼호중공업 사업장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근로자는 화물창 청소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 사다리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던 중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한 명이 장입차량(석탄을 옮기는 중장비)과 벽 사이에 끼여 숨졌다. 작업 중에는 장비 가동을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는 안전규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이후 현대삼호중공업과 포스코는 각각 김형관 대표이사, 최정우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대표이사는 “구성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요소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고, 최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재발 방지 및 보상 등 후속 조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포스코그룹 관계사에서 3년 동안 8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2월에는 포항제철소 원료부두에서 크레인을 정비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설비에 끼여 숨졌다. 같은 해 3월에는 포항제철소 내 포스코케미칼 라임공장(생석회 소성공장)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직원이 설비를 수리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10월에는 포항제철소 안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포스코플랜텍 소속 직원이 덤프트럭과 충돌해 사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잦은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대구지고용노동청은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특별 감독을 벌여 법 위반사항 225건을 적발했다. 과태료는 4억4000여만원을 부과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들도 포항제철소를 찾아 현장 점검을 벌이고 회사는 개선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최정우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안전’을 강조한 것도 공염불이 됐다. 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우선 그룹의 모든 업무 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의 핵심가치이자 기업문화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현장의 불안전한 상태 발굴과 개선, 위험성 평가, 전 직원이 참여하는 자율적 안전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에도 “안전을 최우선 핵심 가치로 두고 철저히 실행해 재해 없는 행복한 삶의 터전을 만들자”고 했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모든 사고를 기업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매년 안전을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사고가 반복되고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IPO, 물적 분할…막대한 이익 앞에 안전은 뒷전

일각에서는 이들 회사가 성장과 이익에 몰두하며 근로자들의 안전과 생명은 등한시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 상장과 물적 분할, 실적 호조 등 막대한 자금 확보와 수익 개선 전망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지난 18일 국내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올해 예정대로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은 사고가 발생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기업 상장 계획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에 걸쳐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밑그림도 상당 부분 그려졌을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해석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로 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포스코 역시 물적 분할을 통한 기업가치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회사를 만들어 물적 분할 후 상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주들의 반발에도 최정우 회장과 포스코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밀어붙였다. 최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안전보다 먼저 언급한 것 역시 기업가치 제고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었다. 오는 28일 포스코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혼란 막아야” vs “사고 예방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재계와 노동계는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재계는 기업과 경영자가 무고하게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경련 지난해 12월 진행한 500대 기업 중 105개사 인사·노무 실무자 설문을 통해 ‘새 정부가 가장 개선해야 할 노동 과제’를 물은 결과 ‘중대재해처벌법’(28.6%)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경총 역시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151개 회원사에 실시한 ‘2022년 노사관계 전망조사’ 결과를 통해 차기 정부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노동 관련 법·제도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33.1%) 답변이 나왔다고 전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와 정부의 책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0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진행된 결의대회에서 “정부가 말로만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고,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하는 것 외에도 사람이 죽었을 때 원청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이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20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준비 상황에 관한 브리핑에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등 최근의 대형 사고들은 아직 우리 사회의 안전 문화와 재해 예방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처벌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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