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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1위 LG, 'LG업' 승부수…물류비·원자재 상승 극복할까

LG전자, 새 가전 사지 않아도 기능 업그레이드 가능한 'LG업' 공개
소프트웨어, 콘텐트로 승부수…올해 20종 신제품 출시 예정

 
LG전자 H&A사업본부장 류재철 부사장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UP가전(업 가전)’을 소개하고 있다.[LG전자]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이끄는 LG전자가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다. LG전자는 25일 새 가전을 사지 않아도 스마트폰처럼 꾸준히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LG UP(업)’을 새 화두로 제시했다. 그간 스타일러 등 신(新)가전과 오브제 등 프리미엄 가전을 선보이며 가전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던 LG전자가 이번엔 소프트웨어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가 새 가전을 사지 않더라도 새로운 기능을 계속 추가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늘 새 제품을 사용하는 듯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올해 약 20종의 제품군에서 업가전 신제품을 출시하고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100여명 규모의 전담조직도 꾸렸다. 이들은 맞춤형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기획, 운영, 개발을 맡는다.  
 

새 가전 사지 않아도 새 기능 누린다…수익성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빅에 있는 LG전자 드럼 세탁기 생산라인 모습. [사진 LG전자]
업가전은 LG전자 입장에서 일종의 모험이다. 제품을 사지 않고 새 기능을 추가 할 수 있다면 교체주기가 길어져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LG전자의 판단은 달랐다. 제품의 새로운 기능을 둘러싼 고객의 관심이 커진다면, 그 자체로도 사업에 도움이 될 거라는 거다. OS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스마트폰이라고 교체주기가 길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류재철 H&A사업본부장은 "업가전 개발 단계에서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능에 대해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LG전자는 '고객 가치'에 더 집중하겠다는 전략과도 맞닿아있다. 류 본부장은 "고객이 가치를 느끼고 이를 인정해주면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게 우리의 답"이라고 말했다.  
 
업가전은 기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보다 한 단계 진보한 개념이다. 류 본부장은 "기존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고객이 선택할 수 없는 일방적 한 방향 업데이트였다면, 업가전은 고객이 선택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가전의 중심에는 LG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인 'LG 씽큐'가 있다. LG 씽큐앱의 '업가전 센터'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업가전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다. 고객이 씽큐앱에 등록한 제품에 새로운 업그레이드가 추가되면 휴대전화에 알림을 보낸다. 고객은 자신에게 맞는 업그레이드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업가전인 트롬 건조기 오브제컬렉션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건조 정도를 기존 5단계에서 13단계로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트롬 세탁기·건조기 오브제컬렉션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구매할 때 없던 펫케어 기능이 추가된다.
 
LG전자는 제품에 별도 부품을 장착해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까지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펫 전용 제품이 아닌 퓨리케어 공기청정기에 펫 전용 필터를 장착하면 펫케어 기능이 추가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류 부사장은 "향후 개발하는 제품, 특히 클라우드에 연동되는 모든 제품은 업가전으로 생산할 방침"이라며 "최대한 많은 기능을 기존 제품에도 제공하자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가전 펜트업 수요 둔화...소프트웨어로 승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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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업가전을 통해 새로운 가전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건 프리미엄 가전으로 승부를 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해 월풀을 꺾고 세계가전 시장 1위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점쳐진다. LG전자는 4분기 잠정 실적을 통해 지난해 매출 74조7219억원, 영업이익은 3조867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2020년(3조9000억원)에 이은 사상 두 번째 규모다. 프리미엄 가전 제품 판매가 증가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생활 비중이 늘면서 이에 따른 생활가전 수요 증가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해부턴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에 따른 실내 가전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 전문가가 대다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지속적인 물류비 상승과 원자재 가격 폭등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LG전자가 LG업을 내세우며 소프트웨어와 콘텐트를 새 키워드로 삼은 이유다. 
 
류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혁신 제품에 포커스가 돼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새로운 서비스에 집중하고자 업가전을 새롭게 선보였다"며 "새 서비스 시도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게 H&A사업본부의 방향이자 새롭게 추진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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