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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세계 지배력의 근원, 앱스토어…실효적 규제 가능할까 [한세희 테크&라이프]

빅테크 기업 반경쟁 행위 규제 발벗고 나선 나라들 늘어나
미국 오픈 앱 마켓법 상원 법사위 통과
러시아 애플 외부 결제 수단 허용 요구
한국 지난해 앱 장터 규제 세계 최초로 현실화
규제가 산업 패러다임 바꿀지 초미의 관심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독점 우려로 많은 국가에서 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사진 셔터스톡]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억누르기 위한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메타가 페이스북으로 소셜 미디어 시장을 장악했고, 아마존이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는 등 빅테크 기업들이 여러 측면에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근원적 층위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스마트폰 운용체계(OS)와 그에 따른 앱 유통 경로를 장악한 구글과 애플이다.
 
대부분 모바일 서비스는 애플과 구글이 결정한 정책에 따라 운영되며, 아이폰 iOS의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고객을 만난다. 이들은 앱 사용과 결제 등에 관련된 고객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다. 데이터의 흐름을 보고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유리한 위치에 올려 놓을 수도 있고, 시장이 원하는 것을 새로 만들 수도 있다. 앱 개발사 수익의 30%는 수수료로 받는다.
 
애플과 구글이 구축한 모바일 OS 기반의 지배력은 난공불락으로 보였다. 29억 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전 세계에 걸친 소셜 미디어 왕국을 건설한 페이스북조차 사실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에 있는 수십만 개 앱 중의 하나일 뿐이다. 지난해 애플이 앱의 사용자 추적을 제한하는 ‘앱 투명성 정책(ATT)’을 실행함에 따라, 맞춤형 광고 사업에 의존하는 메타는 10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메타가 메타버스나 가상현실(VR) 같은 새로운 컴퓨팅 환경 투자에 힘을 쏟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 앱 장터 규제 강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빅테크 기업의 반경쟁 행위 조사에 들어가는 등 규제에 나선 가운데, 모바일 시장 지배력의 핵심인 앱 장터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달 초 ‘오픈 앱 마켓법(Open App Market Act)’이 상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앱 장터가 자사 결제 수단을 사용하도록 강제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은 물론, 자체 앱스토어 아닌 외부 앱 장터도를 설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에는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스와 애플의 소송 중 법원이 애플에 대해 개발사가 앱 안에 외부 결제 가능한 웹사이트로 갈 수 있는 링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애플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실행되지는 않았다.
 
일본에선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와 애플이 ‘리더 앱’에 한해 외부 결제 사이트로 가는 링크를 앱 안에 표시할 수 있게 하기로 합의했다. 리더 앱은 전자책, 음악, 신문, 잡지, 영상 스트리밍 등을 구독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앱을 말합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애플에 외부 결제 수단을 허용하라고 요구했고, 애플이 이에 맞서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과 영국, 인도 경쟁 당국도 앱스토어 결제 문제를 들여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앱 장터 규제를 세계 최초로 현실화했다. 지난해 8월 국회는 앱 장터에서 자체 앱 내 결제 수단이 아닌 외부 결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추진 과정에서 실효성이 의심되고 무역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왔으나, 공교롭게도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 여론이 세계적으로 급속히 커지면서 국제적 관심 사안이 되었다.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 통과 후 구글은 앱 개발사가 외부 결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외부 결제 수단을 써도 구글에 최대 26%의 수수료를 내도록 했다. 수수료 인하 폭이 4%에 불과하다. 외부 결제 서비스 제공 기업에 주는 수수료를 따지면 실질적으로 결제 수단 변경의 이득이 없는 것이다.
 
애플 역시 얼마전 방송통신위원회에 앱스토어 외부 결제를 허용하고 수수료율을 낮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외부 결제 도입의 구체적 방법이나 시기, 수수료율은 추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앱스토어 결제와 수수료에 대해 어떤 정책을 제시할까? 힌트를 엿볼 수 있는 일이 최근 네덜란드에서 있었다. 네덜란드 경쟁당국(ACM)은 지난해 말 애플에 앱스토어 내 데이팅 앱에 외부 결제를 허용하라고 명령했다. 아이폰 사용자가 데이팅 앱을 쓰려면 반드시 애플 앱스토어를 써야 하기 때문에 애플이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다는 판단이었다. 우리나라에 이어 두번째로 애플의 앱 내 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국가가 됐다.
 
이에 따라 애플은 네덜란드에서 실행할 새로운 결제 정책을 발표했다. 데이팅 앱 안에 외부 결제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넣거나, 애플 자체 결제가 아닌 외부 결제 수단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단, 두 가지 중 하나만 쓸 수 있다.
 
또 외부 결제로 생긴 수익에 27%의 수수료를 물게 했다. 이는 한국에서 구글이 취한 수수료 전략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새 결제 수단을 이용하려는 앱 개발사는 같은 앱을 네덜란드 전용으로 만들어 네덜란드 앱스토어에 등록해야 한다. 결제와 관련된 소비자 민원은 앱 개발사가 처리한다.
 
자체 앱 내 결제보다 수수료율을 살짝만 낮추고 다른 관리 부담을 부과해 실질적으로 외부 결제를 사용할 이유를 없애 버린 셈이다. 애플은 ACM의 결정에 대항해 네덜란드 법원에 항고할 계획이다. 한편 네덜란드 당국은 애플의 조치가 미흡하다며 지난주 애플에 500만 유로(약 68억원)의 벌금을 물렸다.
 

실효적 규제 가능할까?

우리나라와 네덜란드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나 향후 비슷한 규제가 생길 다른 나라에서 애플과 구글이 어떤 정책을 취할지 예측할 수 있다. 외부 결제를 허용하되 수수료를 계속 받고, 애플 같은 경우 외부 결제 기능이 포함된 별도 앱을 따로 만들어 앱스토어에 등록하라는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로서는 외부 결제를 사용하려면 신용카드 정보도 새로 입력해야 하는 등 절차가 늘어나 소비자 불편이 커진다. 가족 간 앱 사용 공유나 자녀 관리 등의 기능을 쓰는데도 제약이 생긴다. 앱 개발사로서는 간편한 앱 내 결제를 쓸 때에 비해 고객이 줄어드는 효과도 생각 안 할 수 없다.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 지배력 독점을 제한하려는 각국 정부의 시도가 실효를 거두기에는 장애물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들이 소비자에 주는 편의가 적지 않은데다, 모바일 OS를 지배하는 사업자로서 외부 규제를 우회할 방법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처럼 개별 시장에서 산발적으로 규제 요구가 나왔다면, 이제는 이들 기업의 본진인 미국을 포함해 거의 전 세계에서 불공정 행위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는 점이 차이다.
 
보통은 법이 기술을 못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빅테크의 영향력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지금, 규제가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지가 현재 산업과 시장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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