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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주식인데 30% 비싸다? “비상장 투자 똑똑하게 하려면…”

[인터뷰] 김세영 피에스엑스(PSX) 대표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 운영
2020년 4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돼
플랫폼마다 제각각인 가격, 각종 투자사기 빌미
기준가 제도 등 플랫폼별 투자자 보호책 따져야

 
 
김세영 피에스엑스(PSX)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오랜 기간 비상장 주식시장은 개인 투자자에게 깜깜이었다. 혼자서는 주식 시세부터 알기 어려웠다. 보통 주식을 사고파는 사람끼리 인감도장을 들고 만나서 거래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얼마에 거래했는지는 회사 관계자나 정보력 좋은 기관 투자자 정도나 알 수 있었다.
 
깜깜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비상장주식을 싼값에 산 뒤에 다른 투자자에게는 “앞으로 몇 배 오르는 주식이다”, “어렵게 구한 물량”이라며 비싸게 되파는 식이다. 한때 ‘청담동 주식부자’로 활동했던 이희진씨가 이런 수법으로 투자자를 꼬드겼다. 1년 반 동안 벌어들인 차익만 121억원이었다.
 
2020년 12월 김세영 피에스엑스(PSX) 대표는 깜깜이 시장을 양성화하겠다며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이하 서울거래)을 내놨다. 플랫폼 안에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 핵심이었다. 거래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줄지만, 플랫폼에서 거래가격을 파악할 수 있단 것이 중요했다.
 
지난 1년여 동안 서울거래를 쓰는 사람은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11월엔 달에 한 번 이상 서울거래를 찾는 사용자 수(MAU)가 30만명을 넘어섰다. 또 기업별 페이지에 들어가면, 1주씩 사고팔겠다는 매수·매도 희망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소액 거래하는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여느 여의도 증권맨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정장이 아닌 활동복에 가까운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180여 개 거래종목을 매일 직원들과 함께 감시하는 데다 최근엔 규제당국인 금융위원회와 소통할 일이 늘었다. 사업기간 연장 심사를 앞뒀기 때문이다.
 

기준가 제도로 ‘제2의 이희진 사건’ 막는다

금융위원회 허가가 있어야 서비스가 가능하나.
현행법인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권 거래는 요건을 갖춘 금융투자업자(보통 증권사)만 중개할 수 있다. 서울거래와 두나무에서 운영하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2020년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받으면서 2년간 사업을 할 수 있었다.  
 
그전까진 비상장주식 거래를 어떻게 했나.
어느 가격에 사고팔겠다며 투자자들이 글을 올리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몇몇 있긴 하다. 그런데 이런 커뮤니티에서는 거래에 문제에 생겨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커뮤니티 운영업체는 게시판을 관리하는 역할만 하지, 거래를 직접 중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거래 자체도 매수·매도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
 
이렇게 거래하면 무엇보다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단 서로의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보통은 직접 만나서 거래 계약을 맺어야 한다.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자가 없다 보니 온라인상에서 거래하다가 한쪽이 먼저 돈이나 주식을 받고 잠적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시판을 통한 거래의 가장 큰 한계는 시세 확인이다. 매수·매도자가 만나 합의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가격이나 거래 수량이 바뀔 수 있다. 김 대표는 “시험 삼아 야놀자 주식을 사본 적이 있었다”며 “비슷한 시기 같은 주식을 샀는데 나는 15만원에, 지인은 20만원에 샀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서울거래를 준비하면서 기준가 제도를 손봤다. 상장 주식시장에선 전날 마지막으로 거래된 가격(종가)을 기준가로 본다면, 서울거래는 전날 거래된 가격에 거래량을 반영한 평균치(가중 평균)를 기준가로 정했다. 상장 시장처럼 기준가를 정했다간 장 마감 직전 거래가격을 부양할 수 있어서다.
 
최근엔 기준가 제도를 좀 더 보완했다. 평균가격을 기준가로 정해도 내부자끼리 한 주씩 사고팔면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 대표는 서울거래에서 특허 출원하기도 한 ‘바로체결’ 제도를 활용했다. 바로체결이란 주식을 팔려는 사람이 가격을 확정해서 글을 올리면, 매수 신청과 동시에 계약과 결제를 진행하는 제도다. 당사자들끼리 합의하는 과정을 없애 거래에 들이는 시간을 분 단위로 줄였다. 김 대표는 전날 평균 거래가격이 바로체결로 올라온 매물 가격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뒀다.  
 
김 대표는 “처음엔 거래시간을 줄이려고 도입한 제도”라며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니 바로체결로 올라온 매물 가격이 실제 시장가와 가장 가까웠다. 합의할 여지가 없는, 확정된 가격이지 않나. 그 가격보다 전날 평균가격이 높으면 평균가격이 시장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준가 제도 말고도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여럿 마련했다. 기준가보다 30% 이상 급등하는 사례를 잡아내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역시 내부자끼리 사고팔면서 끌어올리는 식인데, 10분마다 이상거래를 감지하는 모듈이 작동해 이런 시도를 적발해낸다.  
 
김 대표는 “물론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상장 소식이 나오는 등 대형 호재가 있어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며 “일단 시스템에서 이상거래를 걸러내고 시장 감시팀이 직접 투자자에게 연락해 조작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상시 감시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김 대표는 거래 종목을 200개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액은 전액 보상, 과거 서비스와 차별점”

그렇다고 해서 상장주식만큼 안심할 건 아니다. 비상장기업 대부분이 경영정보 공시 의무가 없는 것이 이유 중 하나다. 기업에 문제가 생겨도 거래가격에 반영이 안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휴짓조각이 된 이스타항공 주식을 한 주 넘게 거래하도록 둔 일이 그런 경우였다. 서울회생법원이 이스타항공 채권단이 낸 기업회생안을 승인하면서 기존에 시중에 있던 주식은 모두 소각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알기까지 서울거래와 증권플러스 비상장 모두 거래를 막지 않았다. 김 대표는 “소각 사실을 한 주 뒤에야 알고 거래를 정지시켰다”고 말했다.
 
서울거래는 바로 거래를 막았지만,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공지만 띄운 뒤 한동안 거래를 막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당시 두나무 측은  “거래 종목을 등록할 때 기업의 우량성을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었다. 두나무 측은 지난해 12월이 되어서야 이스타항공 거래 정지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 사건이 사업 연장 심사를 앞두고 있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 찬물을 끼얹었다. 규제 당국인 금융위원회에서 거래 플랫폼들의 투자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고 보고 ‘연장 불허’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두나무 측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금융서비스 취지를 최대한 살려서 투자자 보호 정책을 운영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피해액을 보상하는) 조치를 했다고 생각한다.
 
거래종목 정보가 반영되는 시차가 커 보인다.
투자자 보호는 플랫폼에서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거래한 투자자 분들은 무상소각 이후 거래한 주식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전 서비스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기간 연장이 가능할까.
투자자 보호 가이드라인이 한층 강해지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분명한 건 비상장주식 투자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혁신 스타트업 주식이 가져다주는 가파른 수익률을 일반 투자자들도 경험하기 시작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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