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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은 공정위만 고발? 전속고발권 李 “폐지”, 尹 “유지‧보완”

[선택, 누가 살림살이를 바꿀 것인가]
文대통령도 후보 시절엔 폐지 약속, 당선 후엔 침묵
민주당, 과거엔 폐지 주장하다 본회의서 태도 변화
윤 후보,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과 입장 차

 
 
지난 1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업들은 대선후보의 경제정책 공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선자의 공약 중 일자리·세금·규제 이슈 등은 경영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여겨보는 항목 중 하나가 ‘전속고발권’ 폐지다. 전속고발권이란 기업이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6개 법률을 위반한 경우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고소‧고발이 이어지면 수사와 처벌이 남용돼 기업의 경제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도입됐지만, 공정위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 기업이 위법 행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경성담함(hardcore cartel, 가격·시장·분할입찰 담합)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려고 했었다. 수사권이 없는 공정위가 담합을 적발하고 과징금을 물려도 과징금 규모가 작아 기업 입장에선 막대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고발과 수사가 가능하도록 해 담합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생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후보 시절 전속고발권 폐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위원장으로 있던 지난 2018년에 법무부와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은 2020년 12월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을 뺀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했다. 현실적으로 전속고발권 유지를 택했던 셈이다.  
 
참여연대는 당시 성명을 내고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민주당이 지난 2017년 대선 공약, 2020년 총선 공약으로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공개 약속한 사항”이라며 “여당이 공약을 지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음에도 오히려 이를 철회하는 결정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 제도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당의 입장을 뒤로하고 전속고발권 ‘폐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싶다”고 밝혔고 최근에도 “전속고발권 폐지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현행 제도 유지와 보완’에 방점을 찍었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경성담합 억제 등 공정한 경제 질서를 위해 전속고발권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대선에서는 태도를 달리했다. 대신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의무고발요청제와 조화로운 운용 추진’ 계획을 밝혔다. 현행 제도는 유지하면서 기업에 대한 제재를 지금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속고발권에 대해 시민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8일 변협은 유튜브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개혁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부작용을 불러온다고 비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조순열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협회 부회장)는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통해 강력한 형사처벌이 필요하지만 공정위에서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아 처벌이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정위와 대기업 사이의 유착, 특혜로 인한 폐해가 드러나고 있어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시민단체나 개인이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면 기업에 막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쟁사나 소비자가 특정 기업에 불만을 품고 고발을 이어가면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는 곳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고발이 난무하면 이를 무시하고 경영 활동을 하기 어렵다”며 “전속고발권 폐지가 자칫 기업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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