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개미’ 이탈 막아라, 양도세 없애고 ‘쪼개기 상장’ 제동
[윤석열 당선인 경제정책 분석]
한투연 “주식 양도세 폐지 지켜져야” 공약 이행 기대
법 개정 필요한 공약 다수, ‘여소야대’ 정국 돌파 관건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은 “1000만 개인투자자를 살리는 주식시장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증시 활성화에 힘쓰겠다는 취지다.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와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 물적분할 자회사의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 부여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새 정부는 내년 시행을 앞둔 주식 양도소득세를 전면 폐지할 예정이다. 당초 윤 당선자는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말 주식 양도세 도입(2023년) 시기에 맞춘 증권거래세 폐지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올 들어 주식 양도세 도입 취소와 증권거래세 현행 유지로 180도 입장을 선회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려면 ‘큰 손 개미(고액을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식 양도세는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현재는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 대주주로 분류하고 대주주에게만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식·채권·펀드 등으로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거둔 투자자는 투자소득의 20%(3억원 이상은 25%)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주식양도세 폐지, 내년엔 어려울 듯
다만 주식 양도세 폐지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해 실제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도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려면 더불어민주당의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당선자가 이재명 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이겼기 때문에 여소야대 정국돌파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적분할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 부여
이와 관련해 윤 당선자는 물적분할 자회사의 별도 상장 요건 자체를 강화해 소액주주의 피해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물적분할 요건 강화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더블 카운팅(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상장)으로 발생하는 할인율 이슈(기업가치 하락 이슈)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당선자는 또한 물적분할 후 자회사의 별도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신주인수권은 상장을 앞둔 자회사의 공모주 청약 시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 비율의 주식을 배정해 먼저 인수(청약)할 수 있게 하는 권리다.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 실효성은 ‘글쎄’
공매도 담보 비율은 현재 외국인·기관(105%)에 비해 개인(140%) 높게 적용받고 있다. 담보 비율은 부채액을 주식 평가액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 하락 등으로 이 비율이 높아지면 증권사 반대매매(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공매도 서킷브레이커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과도할 때 공매도를 자동 금지하는 제도다.
다만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7년 도입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가 이미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금지하는 여러 조건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공매도 종목의 거래대금이 직전 40거래일 평균보다 6배 이상 늘어나면 다음날부터 그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막아버린다. 만약 서킷브레이커가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당일부터 차단하는 게 아니라면 이 제도와 차이점이 없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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