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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출신 의사가 본 ‘원격진료 유니콘’의 조건

[인터뷰]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투자 자문역·의사
만성질환 관리 등 기존 시스템 보완재로 접근해야
전면 허용 파급력 크지만 의약업계 반발도 클 것
원격진료, 큰 수익 어려워…헬스케어 슈퍼앱 노려야

 
 
김치원 서울와이즈병원장은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현재 발의돼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업계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원격진료 법제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낸 데 이어,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20일 법제화를 국정과제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여당인 국민의힘도 발맞추고 나섰다. 국회에 상정된 민주당 법안과 별개로 새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30여 년간 의료 영리화,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 우려로 막혀 있던 법제화 논의를 뚫은 건 지난해 12월부터 퍼지기 시작했던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였다. 이전 변이와 달리 매일 확진자가 수십만 명씩 쏟아지면서 병·의원을 피해 원격진료를 찾는 환자 수가 빠르게 늘었다.  
 
여야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고, 원격진료가 일상으로 들어온 만큼 법제화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플랫폼 업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7개국이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고 거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환자와 의사가 만나는 시대가 열릴까.  
 
의사면서 벤처투자사와 일하는 김치원 서울와이즈병원장에게 한국 원격진료 유니콘의 조건을 물었다. 김 원장은 2003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앤컴퍼니에서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20년부턴 국내 주요 벤처투자사인 카카오벤처스에서 투자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다.
 
김 원장은 “현재 의사와 약사의 입장이 다르다”며 “법제화가 돼도 원격으로 진료받고 약국에 직접 가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장차가 큰 이유가 뭔가?
결국엔 하던 일에 미칠 영향이다. 의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경증은 의원급부터 맡는 기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법안을 보면 의원급 위주로, 재진부터 허용한다. 그러면 큰 병원에서 ‘원격진료 전문 클리닉’을 만들어 감기 환자까지 모두 가져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약사들은 다른가?
반면 약사 쪽에선 기존 질서를 지킬 방법이 없다. 환자 집 근처에 있는 약국에서만 약 배송을 받으라고 할 방법이 없다. 지금은 약을 배송하는 약국 이름을 플랫폼에 노출하지 않는 정도로만 하고 있다. 게다가 약사법에선 원래 복약지도를 꼭 대면으로 해야 한단 내용이 없다. 상황이 의사보다 안 좋다.
 
플랫폼에선 ‘OECD 37개국 중 32개국이 이미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강조한다.  
의료는 다른 산업보다도 나라별 차이가 크다. 문화부터 보험 제도까지 제각각이다. 외국에서 하니 한국에서도 하자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공단에서 재정 문제로 한국인의 한해 의료이용 횟수를 2019년 17.2회에서 OECD 평균치인 6.6회로 낮추자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나. 업체에선 2년간 원격진료를 했더니 의원 비중이 77%였다는 점도 든다. 원격진료를 상시 허용해도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지 않는단 것이다. 정부에서 가격체계를 조정해 의원급 참여를 독려했으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유행이 끝난 뒤에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법 개정에 들어가면 난관이 많겠다.
그래도 일부 지역에 한해 시범사업만 했던 과거에 비하면 상황이 크게 좋아졌다. 플랫폼업체 요구대로 초진부터 모든 환자와 질환에 대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식으로 풀긴 어려울 거다. 원격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조 역할을 규정하는 민주당 법안 정도가 현실적인 선이 아닐까 한다.
 
지난해 6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가 서울 강남구 닥터나우 본사에서 비대면 진료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자리 관점 접근, 바람직하지 않아”

플랫폼업계에선 원격진료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세계 1위 원격진료업체 텔라닥(Teladoc)을 예로 든다. 지난 2년간 전 세계에서 코로나 환자가 가장 많이 나왔던 미국에서 매출과 사용자 수를 빠르게 늘렸다. 2018년 4억1800만 달러였던 이 업체 매출액은 지난해 20억3270만 달러로 늘었다.
 
주가도 매출과 함께 폭등했다. 2015년 나스닥 상장 당시 28달러였던 주가는 지난해 2월 한때 293.66달러까지 올랐다. 현재는 61.69달러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시가총액은 99억4000만 달러(약 12조2938억원)에 이른다.  
 
입법 문턱을 넘으면 텔라닥 같은 기업도 나올 수 있을까?
원격진료만으론 어렵다. 코로나 유행이 끝나면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상황이 달라진다. 비용이 늘기 때문이다. 환자는 진찰료의 30%를 부담해야 한다. 의사는 진찰료의 30%였던 가산 수가를 못 받게 된다. 개정법에 들어갈 내용도 변수다. 개정법에서 초진까지 허용하면 파워풀하지만, 어렵다고 본다.
 
현재 플랫폼은 수익이 전혀 없다.
다른 산업 플랫폼처럼 거래액에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떼는 모델은 어렵다. 의료 영리화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병·의원 전산 시스템인 전자의무기록(EMR)처럼 월정액을 받는 모델로 갈 거다. 이 정도론 유니콘이 어렵다. EMR 국내 1위 업체(‘유비케어’) 시가총액이 4000억원 안팎이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기대를 갖는 이유가 뭔가?
원격진료는 하나의 콘텐트다. 원격진료를 시작으로 해서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플랫폼으로 커질 수 있다. 만성질환을 대상으로 한 원격 모니터링이나 디지털 치료제 등을 모두 품겠다는 것이다. 원격 모니터링을 하려면 디지털 의료기기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시장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원격진료가 풀리면 기대하는 바가 있나?
만성질환 관리가 수월해질 것으로 본다. 지금도 정부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여전히 어디까지가 진료이고 진료가 아닌지 모호하다. 환자 상태를 측정한 데이터를 병원으로 보내는 것은 기존 의료법상 문제가 없지만, 그걸 보고 처방을 하면 원격진료가 된다. 이런 건 풀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혁신 스타트업 규제 완화, 청년 일자리 확대 관점에서 원격진료 법제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의약업계 입장에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으로 느낄 수 있다. 1위 플랫폼업체 임직원이 70명 남짓이다. 의료산업 전체로 보자면 크다고 보긴 어렵다. 전제는 보다 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다. 기존 의료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원격진료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인지를 따져야 한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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