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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여섯 번째 IPO 철회…컬리, 쏘카 예정대로 상장할까

[찬바람부는 IPO 시장, 투자해도 될까①]
SK쉴더스·원스토어·태림페이퍼 등 줄줄이 상장 철회
증시부진 등 기관 수요 예측 저조, 공모가 고평가 논란도

 
 
올해 IPO 절차를 밟던 기업 중 상장 철회한 기업은 현재까지 6곳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증시 부진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IPO(기업공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몸값 3조원 이상의 ‘대어’로 불리며 5월 IPO 시장을 열어줄 기대주로 꼽혔던 SK쉴더스는 물론 원스토어와 태림페이퍼까지 상장을 철회했다. 올 하반기 쏘카, 컬리 등 1조원 이상 IPO 대어의 상장이 예정돼 있지만, 당분간 투자 심리가 개선되긴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상장 철회·포기 기업 10곳 넘어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단계에서 상장을 철회한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6곳이다. 특히 원스토어는 같은 모회사를 둔 SK쉴더스가 상장을 포기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업종이 다르고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는 정도도 다르다”며 상장 강행 의지를 내비쳤으나, 기관 수요예측 직후 끝내 결정을 번복했다. 
 
앞서 SK쉴더스는 이달 중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했으나 기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당시 수요예측 경쟁률은 200대 1 수준에 그쳤다. 이는 올해 IPO를 진행한 23개사 중 10번째로 낮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6일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했지만 기업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SK쉴더스는 향후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은 대부분 SK쉴더스와 마찬가지로 기관 수요예측 성적이 부진했다. 예상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달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70~80대 1에 그쳤고, ‘시장평가 우수기업 특례(유니콘 특례) 1호’로 기대감을 모았던 보로노이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 모집 물량 자체를 채우지 못했다. 보로노이는 이달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해 상장 재도전에 나설지 고민 중이다. 
 
이외에도 상장 심사 자체를 철회한 기업이 총 7곳이나 있다. 대표적으로 애니메디솔루션과 드림인사이트는 지난달 상장 예심을 철회했다. 미코세라믹스·파인메딕스·에이엘티·퓨쳐메디신·한국의약연구소도 심사를 포기했다.  
 
IPO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는 국내 증시 부진이 크다. 지난해 과열됐던 IPO 열기가 자연스럽게 식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등 글로벌 변동성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 특히 연준이 22년 만에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 우려도 나온다.  
 
실제 증시 거래대금도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한 달간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0조7549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조1494억원)보다 33.4% 줄었다. 코로나19 초기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던 2020년 같은 기간(10조655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동학개미 운동’으로 증시 활황이었던 지난해 1월(26조4778억원)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줄어들었다.  
 

컬리, 쏘카 상장 위해선 실적이 중요 

이처럼 IPO 시장 투심이 악화됨에 따라 하반기 예정된 1조원 이상 IPO 대어의 상장 추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장 상황이 안 좋은 만큼 해당 기업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현재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컬리, 쏘카, 현대오일뱅크, 카카오모빌리티, CJ올리브영 등이다. 이 가운데 쏘카는 지난달 한국거래소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고, 컬리는 지난 3월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시장에선 쏘카의 기업가치를 2조~3조원, 컬리는 5조~6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악화된 투자 심리가 하반기에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IPO 분위기가 돌아오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도 주가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코스닥에 상장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IPO 시장에서 특례상장 요건으로 상장을 진행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증시 하락장에서 IPO 시장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장성보다는 기업의 실적과 수익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 시장 매력은 증시 부진과 더불어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떨어지고 있다”면서 “상장 계획 중인 마켓컬리, 쏘카 등은 지난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상태라 흥행 등을 위해선 상장 후 실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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