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칩 가격 올리는 삼성전자·TSMC…투자자금 확보 속셈?

TSMC에 이어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가격 줄줄이 인상
원재료비 인상 대응 차원…우크라 전쟁, 코로나19 여파
신규 투자여력 확보 포석도…양사 올해 20조원 이상 집행
반도체 가격 오르면 스마트폰, 자동차 등 영향받을 듯

 
 
평택 반도체 공장과 밀접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사진 삼성전자]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가 줄줄이 반도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원재료 및 물류비용이 크게 증가한 동시에 수요가 끊이지 않으면서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데 따른 결과다. 전자·IT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서 제품 가격 역시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위탁 생산 가격 20% 인상…TSMC는 2년 연속 올릴 듯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17%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격 인상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3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 생산 가격을 15∼20% 인상하는 방안을 고객사들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을 암시해왔다. 지난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당시 서병훈 경영지원실 IR 팀장 부사장은 “미래의 투자 기반 마련을 위한 공급가격 현실화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입장은 올해 실적발표에서도 꾸준히 언급해왔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의 본사 모습. [AP=연합뉴스]
 
이미 지난해 8월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인 최대 20% 가격 인상을 단행한 대만의 TSMC는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TSMC는 최근 내년부터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통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 폭은 최소 6%로 일부 제품의 상승 폭은 7~9%까지 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시장점유율은 53.1%로 압도적인 1위다.  
 
파운드리 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은 원재료비와 물류비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생산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여파로 원재료 및 물류비용이 크게 증가한 상태다. 현재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화학약품, 가스 등 전반적 비용이 평균 20~30%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는 자금 확보, 고객은 제품 가격 인상 부담 

특히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가격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실리콘 웨이퍼 업계 글로벌 1위와 2위인 일본의 신에츠 화학과 섬코가 지난해 20%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신에츠화학은 최근 웨이퍼를 포함해 실리콘이 들어가는 모든 제품 가격을 10% 또 인상했다. 올해 초에는 대만의 FST와 웨이퍼웍스가 10%에서 최대 30% 웨이퍼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실리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제품 생산에 영향으로 받으면서 실리콘 가격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6배가량 오른 탓이다.  
 
지난해 4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삼성전자 등 19개 반도체 회사 경영진이 화상으로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 회의'를 진행하며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선 파운드리 업체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TSMC는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실제로 TSMC는 올해 설비 투자에 최대 440억 달러(한화 약 56조4000억원)를 쓸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 착공에 돌입한다.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게임기 등의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 압박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며 “로직 IC가 5~12% 오르면 중급 스마트폰은 6~14%, 저가형 스마트폰은 8~17% 가격 인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이 더 낮은 제품일수록 생산원가에서 반도체 칩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드미드 글로벌, 태국 TK 로지스틱 시스템과 300만 달러 수출계약 체결

2AI 사업 본격화하는 한글과컴퓨터

3야권의 승리로 끝난 제22대 총선…향후 한국 사회의 변화는

4‘님’은 없고 ‘남’만 가득한 멋진 세상

5"돈 주고도 못 사"...레트로 감성 자극하는 '이 핸드폰'

6아워홈 '남매의 난' 다시 이나...구지은 부회장 이사회 떠난다

7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가격 또 올랐네...10만원 넘겨

8최태원, 日 닛케이 포럼 참가...아시아 국가 협력 방안 논의

9의대 증원 합의점 찾나...총장들 "증원 규모 조정해달라"

실시간 뉴스

1드미드 글로벌, 태국 TK 로지스틱 시스템과 300만 달러 수출계약 체결

2AI 사업 본격화하는 한글과컴퓨터

3야권의 승리로 끝난 제22대 총선…향후 한국 사회의 변화는

4‘님’은 없고 ‘남’만 가득한 멋진 세상

5"돈 주고도 못 사"...레트로 감성 자극하는 '이 핸드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