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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세 면치 못하는 바이오 벤처…돌파구는 무엇? [흔들리는 특례 상장기업②]

93개 바이오 벤처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 입성
주가 폭락에 본업 제쳐두고 외도 나선 기업도

 
 
국내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벤처의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국내 증시가 흔들리자 바이오 벤처의 주가도 타격이 크다. 바이오 관련 종목은 주식 시장에서 '꿈(신약개발)'을 먹고 크는 대표적인 성장주다. 대내외 투자 환경이 악화하면 성장주와 기술주 등이 가장 먼저 약세장에 진입하게 된다.
 
6월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기술성장기업부 지수는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 대비 14.8% 하락했다. 지난 2021년 마지막 거래일과 비교하면 37.6%로 하락 폭이 커진다. 지수에 포함된 종목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의 주가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이날 고점 대비 90.5% 내린 2만4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넥신 주가도 같은 날 고점 대비 76.2% 하락한 2만9600원을 기록했다.
 
주가 하락 폭이 유독 큰 바이오 벤처는 대부분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 국내 바이오 벤처의 대표적인 기업공개(IPO) 방식 중 하나다. 연구개발(R&D)을 추진하기 위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 벤처의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 2005년 도입됐다.
 
문제는 이 제도를 통해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인 바이오 벤처가 상장 이후 성장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벤처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누적 93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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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약 개발과 기술 이전 등으로 실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바이오 벤처는 손에 꼽는다. 레고캠바이오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도 특정 해에만 흑자를 기록하고 나머지는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바이오 벤처 특성상 R&D에 장기간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수년간 적자 행진을 잇는 기업이 다수다.
 
우선 지난 2005년 상장한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4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8년 상장한 티앤알바이오팹은 102억원, 2011년 상장한 디엔에이링크는 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에 이어 모두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016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큐리언트는 상장 이후 수년간 매출이 없어 주식 거래마저 중단됐다. 간신히 흑자전환한 일부 바이오 벤처를 제외하면, 사실상 바이오 벤처 대부분이 상장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영업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본업을 제쳐두고 외도 중인 바이오 벤처도 늘고 있다. 올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애드바이오텍은 6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에는 동물용 항체의약품 개발에 집중했지만,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신약개발기업 셀리버리도 지난 2월 자회사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를 통해 기능성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앞서 물티슈 제조업체 아진크린을 인수,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로 재탄생시켰다.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는 지난 1월 아기용 물티슈 브랜드도 론칭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 벤처의 주요 경영진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며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점도 문제다. 상장 이후 임상에 실패했으나 임직원이 이 정보를 공개하기 전 보유 주식을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임상 실패로 투자자가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신라젠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해 지난 2016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항암제 '펙사벡'. 그러나 상장 이후 임상은 미뤄졌고 주요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가 드러나며 현재 상장폐지 갈림길에 서 있다.
 
신라젠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으면 17만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2조원 규모의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기술력과 성장성을 입증 받았다는 기업이 소액주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긴 셈이다. 
 
헬릭스미스도 지난 2019년 당시 개발 중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가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후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반발을 사는 행보를 지속해 현재까지 갈등 중이다. 국내 증시가 약세라 바이오 벤처의 주가도 하락한다는 변명이 맞지 않는 사례다.
 

논란 부른 기술특례상장…엄격한 평가 요구 목소리 높아

바이오 벤처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상장해왔다보니 한국거래소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허술하게 관리해 사실상 사업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업이 상장하도록 묵인했다는 이유다. 바이오 벤처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하려면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평가기관에서 기술력을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기관별 심사 기준이 모호하고 평가위원의 전문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바이오 벤처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평가할 기반이 부실했다는 뜻이다.
 
비난이 쇄도하자 한국거래소는 최근 기술특례상장 심사 과정에 필요한 평가 모델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평가 항목을 세분화하고, 바이오와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 업종에 따른 평가 기준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조치에 신규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 벤처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의 평가기준이 강화되면 IPO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투자업계도 신생 바이오 벤처보다 기존 상장사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한 평가기관 관계자는 "신약개발 기업에 임상시험 단계나 기술 이전 실적 등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조금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보이면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자는 분위기였지만, 1~2년 전부터 기업의 기술력을 면밀히 살펴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 벤처가 사업성을 일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100여 개 중 분명한 성과를 낸 기업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임상 단계, 기술 이전 등이 기업에 요구되고 있다"며 "IPO 장벽도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거래소가 평가모델을 발표한 이후 시장 분위기도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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