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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마트 가나 했더니”…‘대형마트 10년 족쇄’ 안갯속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 사실상 무산
국민제안 투표서 57만 표로 10개 안건 중 1위
대통령실, 투표 절차 오류 이유로 선정 않기로
소비자·업계 “황당”, 소상공인 “의무휴업 유지해야”

 
 
국무조정실은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번째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해 논의한다. [연합뉴스]
 
국민적 관심을 받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열흘간 진행된 ‘국민제안’ 투표에서 국민제안 10개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가장 많은 ‘좋아요’ 표를 얻었지만, 투표 절차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논의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10년째 이어진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에 대한 기대감이 업계 안팎으로 컸던 만큼 관련 종사자들과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어뷰징’ 논란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 무산

 
7월 21일부터 열흘간 진행된 ‘국민제안’ 투표에서 국민제안 10개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57만7415표를 얻어 투표에 올라간 안건 중 1위를 기록했다. [사진 국민제안 홈페이지 캡쳐]
 
지난 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료된 ‘국민제안’ 투표 결과 10건의 국민제안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57만7415표를 얻어 투표에 올라간 안건 중 1위를 기록했다. 10년 만에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란 소식에 소비자뿐 아니라 마트업계는 환영의 입장을 보였지만, 소상공인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난관이 예상됐다.  
 
당초 대통령실은 국민투표에서 표를 많이 얻은 상위 3가지 제안을 선정해 국정에 반영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중복 전송)’ 문제로 우수 국민제안 상위 3건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가 무효가 된 것이 안타깝기는 하다”면서도 “이 안건이 10개 제안 중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는 점에서는 소비자들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무산될 줄 알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이어져 온 제도인데 투표만으로 당장 법안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면서 “다만 이번 투표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점이 왔다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2012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해당일에는 점포 온라인 주문 배송도 금지된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은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리고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규제였지만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에는 토요일에 대형마트에서 미리 장을 보거나 다른 채널을 찾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늘 실효성에 논란이 뒤따랐다.
 

마트업계 “소비자 편익 중요” VS 소상공인 “폐지 논의 멈춰야”

 
2012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연합뉴스]
 
마트업계도 소비자 편익을 강조하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10년 전에는 전통시장과 마트를 대결 구도로 놓고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현재는 온라인 시장 규모가 190조원까지 늘어나며 오프라인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대형마트 때문에 전통시장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바로잡아야 하고 소비자 편익과 시대적 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지난 2일 성명서를 내고 “이제라도 의무휴업 폐지 논의를 멈춰야 한다”며 “중복 투표를 포함해 투표 방식, 톱 10 선전 방식과 절차 등 문제점들이 나타나 투표 중단을 요구받아 왔지만, 불통으로 밀어붙여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문제는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은 아니라고 본다”며 “회사가 사원들에게 일요일 휴무를 교대로 보장해주는 복지 관점으로 접근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논의가 무효가 된 것은 반가우면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에 대해 여전히 반발심을 보이고 있다. 전국상인연합회는 “오는 8~12일 전국 1947개 전통시장에 마트 휴업 폐지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전국상인연합회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코로나19 피해에서 회복하지도 못한 시점에서 마트 휴업 폐지가 논의되는 점이 속상하다”며 “마트 입장도 이해하지만, 적어도 소상공인들의 자립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됐을 때 규제를 서서히 완화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과) 교수는 “국민투표라는 것이 법적 강제성은 가지지 않지만 국민의 생각을 파악할 기회가 된 것은 의미가 있었다”면서도 “너무 소모적인 논쟁을 길게 가져가지 않도록 새 정부가 장기적으로 존속된 규제들의 실효성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하고 토론의 장을 열어주는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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