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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금리도 높은데”…금리 인상, ‘저축은행 위기’ 유발하나

7월 5대 은행 정기예금 27조 증가…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연 3.5% 넘어
저축銀 자금이탈·수익 악화 우려…여·수신금리 추가 인상할 수도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5%까지 넘으면서 시중 자금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은행 간의 수신(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인데 이것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불똥이 튀어 저축은행 업계의 자산 부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기예금 금리 높아지자 5대 은행 요구불예금 급감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이 예·적금 금리를 앞다퉈 올리면서 자금 이동 경향이 뚜렷히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73조3602억원으로 전달보다 36조6033억원 감소하며 사상 처음으로 감소폭이 36조원을 넘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나 입·출금이 가능한 수시입출금 상품으로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다.
 
이렇게 요구불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대거 정기예금으로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규모는 712조4491억원으로 한 달 새 27조3532억원 늘었다. 정기예금 잔액이 7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각 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 비교 공시에 대비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린 영향으로 본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12개월 만기의 정기예금 금리는 3.5% 내외를 기록했다. KDB산업은행의 ‘KDB Hi 정기예금’이 최고 연 3.6% 금리를 제공하고, 시중은행은 ▶우리은행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연 3.6% ▶신한은행 ‘아르다운 용기 정기예금’ 연 3.4%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연 3.3%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연 3.11% 등을 기록했다.  
 
수신금리 인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2.75~3.0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기준금리는 2.25%다. 여기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또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은행 수신금리 경쟁, 2금융권 위기로 번지나

저축은행의 여신평균금리와 수신평균금리 변동 추이 [사진 예금보험공사]
은행업계가 정기예금 금리 인상 속도를 높임에 따라 시중 자금이 요구불예금에서 빠져나가는 현상만 아니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이탈하는 현상도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도 저축은행들은 이런 현상을 피하기 위해 수신금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저축은행이 조달비용 상승을 이유로 대출금리를 높여 수익성 방어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경우에 결국 취약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키워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저축은행에는 4%대 정기예금 상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SBI저축은행의 ‘복리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4.35%를 기록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뱅뱅뱅 회전정기예금’은 연 3.81%, 안국저축은행 ‘정기예금(비대면)’은 연 3.8%다. 이 외에도 상당수의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이 3% 후반대의 금리를 주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수신금리 인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반면 저축은행업계의 평균 대출금리는 올해 3월 말 연 7.0%로 지난해 말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대출금리 하락과 수신금리 상승에다 위험가중자산까지 증가하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BIS자기자본비율은 올해 3월 13.1%로 지난해 말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는 1%포인트 낮아졌다. 이 비율은 손실흡수능력을 평가하는 자본건전성 지표로, 이 비율이 떨어지면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부족해진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서 청년 및 노년층의 다중채무 급증

서울 시내 저축은행 모습. [연합뉴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자본건전성 지표 개선과 수익성 강화를 위해 대출금리를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급증해 대출 자산의 부실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은행권의 수신금리 경쟁 탓에 저축은행이 자금이탈 방지에 힘을 쏟을수록 저축은행의 채무불이행이 높아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 금융권 다중채무자 현황 및 리스크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올해 4월 말 기준 45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말보다 8.3% 증가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액 증가율은 같은 기간 78.0%로 은행권의 30.5%를 상회했다. 저축은행의 30대 이하 청년층 다중채무액은 11조1000억원으로 71% 급증했다. 노년층 다중채무액도 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은행의 저원가성 자금 이탈은 비은행 및 제 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이탈은 계적적 요인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많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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