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비욘드 코리아’ 순항하는데도 꿈쩍 않는 카카오 주가 [빅테크 기업의 해외 도전기①]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 10.3%,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 21.9%
북미·유럽 성장에도 주가는 되레 하락…광고 사업의 성장성 둔화 탓

 
 
카카오는 해외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사진 카카오]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계획이 순항하고 있다. 카카오는 올 상반기 해외에서 7613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 상반기 기준인데도 이미 지난해 전체 해외 매출 규모(6324억원)를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연간 기준 해외 매출 1조원 달성은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비욘드 코리아의 성과는 잘 드러난다. 지난해 카카오의 해외 매출은 총매출의 10.3%를 차지했는데, 올해 상반기엔 21.9%의 비중을 차지했다.  
 
분기별, 지역별로 따져보면 성과는 더 고무적이다. 1분기엔 해외에서 3453억원을 벌었고, 2분기엔 4159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렸다. 2분기 해외 매출이 1분기보다 2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전체 매출은 10.3% 증가했다. 해외 매출 증가율이 더 높았던 셈이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선 지난 2분기 2675억원을 벌었다. 지난 1분기(2338억원)보다 14.4% 늘어났다. 한국 테크기업의 불모지로 꼽히는 북미와 유럽 시장의 성장률은 더 높다. 직전 분기보다 각각 36.2%(670억원→918억원), 30.4%(230억원→300억원)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내수기업 꼬리표가 붙어있던 카카오로선 격세지감의 실적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카카오는 해외 매출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매출은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비유동자산은 국내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 20% 달성

그러다 지난 3월 처음으로 2021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해외 매출 규모를 공개했다. 일본이 4602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고 아시아 885억원, 유럽 388억원, 북미 326억원, 중국 121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각각 1592억원, 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 연간 실적을 뛰어넘은 점이 눈에 띈다.  

 
카카오의 해외 매출이 부쩍 늘어난 이유는 글로벌 전략을 재편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은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면서 ‘미래 10년 위한 글로벌 전략 재편’ 계획을 공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카카오는 일본을 거점으로 기업 영토를 세계로 확대한다. 일본 시장에 이미 안착한 종합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픽코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일본 카카오픽코마는 올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거래액(GMW)이 232억7000만 엔(약 227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분기 거래액은 2016년 4월 첫 론칭 이후 25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월간 거래액은 사상 최고인 80억 엔을 넘겼으며,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95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계열사 역시 비욘드 코리아의 방향성에 맞춰 해외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카카오웹툰과 타파스, 래디쉬, 우시아월드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북미, 아세안, 중화권, 인도,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3배까지 성장시킬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다양한 신작 게임의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미 모바일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통해 대만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외에서 20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성수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센터장은 “3년 안에 해외 매출 비중을 30%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서면서 허황된 목표가 아님을 증명했다.
 

해외 매출 크게 늘렸는데 주가 정중동

문제는 이런 쾌거에도 정작 중요한 카카오의 주가는 요지부동이라는 점이다. 카카오 주가는 해외 매출 비중이 드러난 8월 16일 8만2500원에 장을 출발해 23일엔 7만4800원에 마감했다. 9.33% 하락했다. 최근 일주일간 카카오 주식을 두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41억원, 593억원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애초에 카카오가 ‘비욘드 코리아’를 장기 비전으로 삼아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골목상권 침탈 이슈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에선 독점적인 지위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었다.  
 
내수시장 확장이 규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해 6월 주당 17만원까지 치솟았던 카카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이런 여론을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카카오는 내수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증권업계는 카카오 주가 반등의 열쇠가 해외 사업성과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실제로 카카오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는데도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는 얘기다. IT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카카오의 핵심 사업인 광고 사업의 성장성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를 늘리면 단기적으론 수익성에 부담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효성, 형제 독립경영 체제로…계열 분리 가속화 전망

2윤 대통령, 이종섭 호주대사 면직안 재가

3행안부 “전국 26개 사전투표소 등 불법카메라 의심 장비 발견”

45대 저축은행 지난해 순이익 1311억원…전년比 81.2% 급감

5조석래 명예회장 별세…기술 효성 이끈 ‘미스터 글로벌’

6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7남양유업, 60년 ‘오너 시대’ 끝...한앤코 본격 경영

8하나은행, 은행권 최초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금 지급

9행안부 “전국 18개 투·개표소 불법카메라 의심 장치 발견”

실시간 뉴스

1효성, 형제 독립경영 체제로…계열 분리 가속화 전망

2윤 대통령, 이종섭 호주대사 면직안 재가

3행안부 “전국 26개 사전투표소 등 불법카메라 의심 장비 발견”

45대 저축은행 지난해 순이익 1311억원…전년比 81.2% 급감

5조석래 명예회장 별세…기술 효성 이끈 ‘미스터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