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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라 vs 못 간다‘ 강석훈호 산업은행 100일…과제는?

“부산 이전, 어떻게 잘 수행하는지가 나의 책임”
아시아나·대한항공 합병, 미국 판단 중요…올해 안으로 나올 것

 
 
강석훈 회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산업은행]
‘강석훈호(號) 산업은행’이 닻을 올린 지 100일이 지났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두고 노조와의 의견 차이는 아직도 좁혀지지 않았다. 대우조선 재매각 등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산은의 주요 역할 수행 성과도 아직이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 설치된 게시판에 강석훈 산은 회장을 향한 직원들의 질문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김윤주 기자]

부산 이전 의지 굳건…“정부 뜻 따라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14일 산은 본점 7층 회의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강 회장은 지난 6월7일 취임해 이날로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취임부터 산은 노조의 반발로 다사다난했던 강 회장은 임명된 뒤, 약 2주간 본점 출근을 하지도 못했다. 정부의 ‘산은 부산 이전’ 정책에 반대한 산은 노조가 강 회장을 인정하지 않으며 아직도 대치 중이다.
 
이날 강 회장은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내비쳤다. 강 회장은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은 국정과제로 선정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저로써는 이 국정과제를 어떻게 잘 수행하는지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은의 본점 이전이 가능하려면 산업은행법 4조 1항의 ‘산은 본점은 서울시에 둬야한다’는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강 회장은 법 개정 이전이라도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자산과 영업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 회장은 “법률이 개정될 때를 대비해서 여러 가지 이전 계획을 짜는 조직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업조직 확대는 해양산업 부문 영업점의 본부 인원을 늘리고, 영업자산을 더 많이 분배해 해당 지역 산업에 기여할 것”이라며 “내년 초에는 그런 조직들이 가시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이전의 당위성에 대해서 그는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하려면 부울경 지역도 새로운 4차산업혁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부산 이전은 이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으로 대한민국이 수도권과 부울경 두 축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직원들이 '지방이전 결사반대'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김윤주 기자]
추후 강 회장의 과제는 임직원과의 합치다. 이날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도중에도 산은 본점 1층 로비에서는 직원들의 ‘부산이전 반대’ 집회가 한창이었다. 산은의 한 직원은 “준법투쟁을 위해 산은 직원들이 반차를 내고 집회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산은 직원들은 ‘지방이전 결사 반대’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든 채 ‘불통하는 강석훈 회장을 물러나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강 회장은 본점 부산 이전과 관련해 직원들과 소통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강 회장은 “산은 직원들이 마음을 열지 못하고 정부의 지시대로 (부산 이전을) 해야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제가 한 명 한 명씩 만날 것이고 그 다음에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산은 본점 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김윤주 기자]

대우조선 재매각 등 과제 산적…반도체 육성 의지

산은 ‘본점 부산 이전’ 이슈로 내부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대우조선 재매각 등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산은의 주요 역할은 무뎌지고 있다. 강 회장 또한 최우선 과제로 산은 본점 이전과 대우조선 매각 해결 등을 꼽았다.
 
앞서 산은은 대우조선의 경쟁력 제고 방안과 관련해 외부 컨설팅을 진행했다. 컨설팅 결과에 대해 강 회장은 “구체적 내용은 공개가 어렵지만, 대우조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개발 투자와 지속적인 경영 효율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대우조선의 경우,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이 시스템은 효용성이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관리 기업인 아시아나와 대한한공의 합병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영국 등 5개국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강 회장은 “미국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데, 올해 안으로 판결이 나올 것 같다”며 “만약에 미국 판결이 나오면 유럽도 미국 판결에 준하지 않을까 예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합병이 성사되도록 각종 외교부·산업부·정부부처와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HMM 매각과 관련해 그는 “원칙적으로는 HMM이 정상 기업이 되었기 때문에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맞지만 우리나라 전체 해운 산업의 그림에서 봐야 하기 때문에 정부 부처 간에 여러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금리가 과거보다 오른 상황으로, KDB생명도 매각 여건도 좋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매각 작업도 준비 과정을 거쳐 곧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 회장은 반도체 산업 지원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이날 강 회장은 향후 5년간 ▶파운더리 10조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 10조원 ▶메모리 반도체 10조원 등 총 30조원을 금융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요즘 제 머리를 맴도는 단어는 위기”라며 “한국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초저성장의 위기로, 한국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초저성장의 위기현재 2%대에 머물고 있는 잠재성장률은 대대적인 혁신이 없는 한 10년 이내에 0%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회장은 “우리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면서 성공정인 유망산업을 발전시켜 초저성장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은의 궁극적인 목표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여서 다가올 초저성장의 늪을 탈출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1%포인트를 책임지는 산업은행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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