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오픈런'보다 심각한 신차 가계약 행렬…이유는 따로 있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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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오픈런'보다 심각한 신차 가계약 행렬…이유는 따로 있다?

완성차 업체, 해외 시장 집중 전략 원인
출고 기간 단축 원하는 소비자
사전계약에 수만명 몰려

 
 
 
현대차가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그랜저를 빠르게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이 가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미 6만명 이상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그랜저를 빠르게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이 가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미 6만명 이상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현대차]

차량 관련 정보가 부족한데도 하루라도 더 빨리 신차를 받기 위해 계약부터 하고 보자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마치 명품 구매를 위해 매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을 연상케 한다. 내수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전략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7세대 그랜저는 6만명 이상이 가계약을 걸어둔 상태다. 가계약은 10만원의 계약금을 영업사원에 전달하고 현재 판매 중인 그랜저를 계약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후 신형 그랜저 계약이 시작되면 가계약 순서대로 전산에 입력하는 방식이다. 계약금은 계약 취소 시 100% 환불할 수 있다.
 
현대차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식 계약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라며 “요즘 웬만한 차는 계약 후 출고까지 1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차량을 빨리 받기 위해 계약을 지금이라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차량이 공식 출시되기 전부터 계약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현대차가 이달 출시한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6의 경우 지난달 22일부터 3주간 진행된 사전계약에서 4만7000여명이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 출시된 쌍용차 토레스는 지난 6월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된 사전계약에서 3만명 이상이 계약을 했다.
 
소비자들이 차량의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계약을 우선 체결하고 보는 것은 긴 출고 기간과 연관이 있다. 최근 국내 인기 차종의 평균 출고 기간은 10개월 이상이다.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폭발적인 수요에도 공급이 부족해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가 위축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올해 1~8월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한 90만1080대로 집계됐다.
 

생산 늘었지만 전부 해외로?

 
국내 업체들은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공급 부족을 주장하지만, 사실상 수출 중심 판매 전략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시장과 달리 해외 실적은 오히려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올해 1~8월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6.8% 늘어난 146만3834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량도 예년보다 늘었다. 이 기간 국내 완성차 업체의 총 생산량은 전년 대비 1.7% 늘어난 238만7706대로 집계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시장의 비중을 줄이면서 수출에 더욱 집중했다는 얘기다.
 
제조사들이 수출에 집중하는 것은 최근 고환율 기조와 맞물려있다. 원화 약세가 심화하면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400원 선을 돌파했다. 이는 수출 기업에 호재로 작용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무역수지 및 환율 전망’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환율 등으로 인한 수출 호조 품목으로 자동차가 꼽히기도 했다.
 
차량의 공식 출시 전 계약 쏠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들이 수출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탓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기준금리차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최대 1434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규모가 훨씬 큰 해외 시장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주요 완성차 업체의 실적을 봐도 전체 판매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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