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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롯데 마저도 탈중국”…차이나 리스크에 지쳐 동남아行 [동남아로 뻗는 K유통①]

신세계 이어 롯데쇼핑까지…중국 사업 철수
2017년부터 시작한 사드 보복부터 봉쇄 정책까지
연이은 ‘차이나 리스크’에 대안책으로 동남아행
현대식 유통채널로 동남아 중산층 소비자 공략

 
 
지난 7월 롯데마트가 베트남 중북부 빈시에 베트남 15번째 매장을 열었다. [사진 롯데마트]
과거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던 중국이 이제는 경제적으로 탈출해야 할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6월 최상목 경제수석이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중국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또 다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탈중국’ 발언한 데 이어, 중국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던 국내 유통업계가 잇따라 사업 철수를 외치고 대안책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 신규 법인 수를 늘리고 대규모 투자도 단행하는 추세다.  
 

아세안 지역 신규 법인 수 1위…투자액 3위 

한국 수출입은행이 조사한 국내 주요 투자진출 대상국의 신규 법인 수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의 법인 수가 미국을 넘어 섰다. 아세안 법인 수가 274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255건, 베트남 121건이 뒤를 이었다. 과거 주요 투자진출 국가이던 중국은 118건에 머물렀고, 그 외 싱가포르 52건, 인도네시아 37건, 태국도 36건의 신규 법인이 생겼다. 
 
투자금액 기준으로 보면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각각 한국의 투자진출 대상 6, 7위 국가로 아세안으로 집계 시 28.9억 달러로 3위 투자진출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중국이 하락하고 아세안 국가가 뜨는 현상은 차이나 리스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국내 기업들의 기회의 땅으로 통하던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예상치 못한 정치적 이슈, 정부 차원의 일률적 제재 등과 맞물려 열풍이 식은지 오래다. 
 
지난 2016년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하 사드) 배치 보복과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사태로 국내 기업들은 때아닌 영업정지 처분에 매출 타격을 입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중국 자국 내 봉쇄정책으로 사업 운영이 중단되고 소비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 붙으며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롯데쇼핑, 中 하나 남은 청두점까지 철수  

지난 2019년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 롯데백화점 앞에서 한복을 입은 공연단이 풍물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지금은 롯데쇼핑이 중국내 롯데백화점 사업을 모두 철수했다. [연합뉴스]
가장 최근에는 올해까지도 중국시장에서 버텨오던 롯데쇼핑 마저도 중국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 8월 18일 롯데쇼핑은 중국 청두 백화점 지분 매각을 결의했음 밝혔다. 롯데 청두점은 롯데쇼핑이 과거 백화점 5곳을 운영하다, 4곳을 문을 닫고 유일하게 올해까지 운영하던 곳이었다.  
 
2008년 처음 중국 시장에 나선 롯데쇼핑은 한동안 톈진, 웨이하이, 청두, 선양 등 백화점과 대형마트 지점을 공격적으로 확장했지만, 2017년 사드 보복 조치 이후 매출 직격탄을 맞고 올해까지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당시 중국 내에 112곳이 운영하던 롯데마트는 대부분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매출 95%가량이 하락했다.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올해 최종적으로 중국 사업을 철회한 롯데에 앞서 신세계는 사드 보복이 활발하게 나타나던 2017년에 중국 이마트 사업을 철수했다. 신세계는 1997년 중국 상하이에 이마트 1호점을 열고 루이홍점, 무단장점, 난차오점, 창장점, 시산점, 화차오점 등을 오픈하며 사업장을 키웠지만, 결국 정치적 이슈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진출 20년 만에 사업을 모두 접은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과) “14억명 인구가 있는 중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 체제를 운영하는 이중체제 국가임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며 “중국에 위치한 건물에 들어가 사업은 언제든 시작할 수 있지만, 결국 해당 건물이 세워진 중국 땅 모두는 중국 정부 소유 재산인 것처럼 기업은 늘 중국 정부 제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형성하고 있는 애국주의 소비 역시 국내 기업 운영을 어렵게 한다. 온라인상에서 중국 전통을 뜻하는 '궈(国)'와 트렌드를 뜻하는 '차오(潮)'가 합쳐진 신조어 ‘궈차오’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중국 기반의 제품을 소비하자는 흐름이 형성된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청년세대에서 중국제일주의가 거세지면서 중국 것이 아닌 타국 제품 소비를 꺼리는 분위기”라며 “수년간 인기를 끌던 K-뷰티, 화장품마저도 이제는 중국 자국 브랜드 화장품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평균 7%씩 경제 성장한 베트남  

이 같은 차이나 리스크에 호되게 당한 유통업계는 중국 시장 대신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과거 중국처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경제성장률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베트남 경제는 2015~2019년간 연평균 7% 성장세를 나타냈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역시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각각 6.5%, 6.0%로 전망된다.    
 
또 아직 재래시장 비중이 높아, 현대식 유통 채널 성장잠재력이 풍부하다는 것 역시 매력적이다. 시장조사 전문인 씨미고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동남아시아 재래시장 비중은 56.3%이고, 특히 베트남 재래시장 비중은 74%로 비교적 현대식 점포가 부족한 상황이다. 
 
편의점 GS25가 베트남에서 현지인이 운영하는 가맹 1호점을 열었을 당시 모습. [사진 GS25]
높은 경제성장률로 늘어난 동남아시아 국가 중산은 비싸지만, 보다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을 선호하는데 이를 국내 유통기업이 진출해 채울 전망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롯데마트 14개, 롯데백화점 2개, 복합몰 롯데센터 하노이 등 대형규모의 현대식 점포를 열며 중산층을 발길을 잡는다. GS리테일 역시 깨끗하고 편리한 편의점 운영 전략으로,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의 GS25 145개 점포를 베트남에서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해 매출 타격은 물론이고 기술마저 뺏긴 기업들이 진저리를 치며 동남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는 경제성장률이 높지만, 아직까지 1인당 GDP가 낮아 상대적으로 구매 여력이 크지 않는 등의 위험요소도 도사리고 있어 새로운 기회의 땅이자, 도전의 땅으로도 여겨진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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