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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의 비트코인…암호화폐는 꼬리가 있다 [김형중 분산금융 톺아보기]

거래소 쿠코인, 권 대표 비트코인 동결 결정
암호화폐 규제 강해지면 거래소들 검찰 요구 거부하기 어려울 것

 
 
[게티이미지]
 
루나-테라 폭락사태 이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이후 마침내 인터폴의 적색수배가 발령되었다. 권 대표에게는 횡령과 배임, 사기, 그리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었다.
 
한국 검찰은 권 대표 소유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일부를 동결했다. 2022년 9월 14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 그가 소유한 비트코인 3313개가 해외의 거래소로 옮겨진 것으로 밝혀졌다.
 
코인이 이체된 해외 거래소는 쿠코인과 오케이엑스이다. 쿠코인에 대략 1353개, 오케이엑스에 1960개의 비트코인이 권 대표의 명의로 저장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쿠코인은 한국 검찰의 요청을 수용하여 비트코인의 동결에 협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케이엑스는 검찰의 요청을 거부했다.
 

암호화폐 잔고는 블록체인 통해 노출…자금 추적 가능

여기서 디지털 화폐(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아날로그 화폐인 현금과 다른 점을 살펴보자.  
 
현금은 꼬리표가 없어서 추척이 어렵지만 비트코인의 움직임이 블록체인에 낱낱이 기록되므로 추적이 가능하다.
 
미래에는 디지털 화폐가 대세가 된다. 디지털 화폐는 리얼타임으로 그 실존을 확인하지 못하면 진짜와 가짜 화폐를 구별할 수 없다. 그래서 디지털 화폐가 실존하고 있음을 항시 확인해야 한다.
 
비트코인의 전송 정보는 투명하게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관리되므로 실존 여부 확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블록체인이 투명하게 공개되니 코인 주인의 지갑 주소를 알면 누구나 추적이 가능하다.
 
따라서 권 대표의 지갑 주소를 파악한 검찰이 문제의 해외 거래소를 접촉해서 비트코인의 동결을 요청한 것이다. 그의 비트코인 개인키를 그 거래소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결이 가능하다.
 
암호화폐는 주로 자금세탁, 그리고 무기나 마약거래에 불법으로 널리 쓰인다며 암호화폐를 위험하고 무익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렇다면 현금은 어떤가? 현금도 마찬가지다. 돈의 속성을 지닌 것들은 다 자금세탁과 불법행위에 이용된다. 다만, 현금은 꼬리표가 없으나 암호화폐는 꼬리표가 있다는 게 다르다.
 
북한의 해커 그룹인 라자루스가 올 3월 로닌 브릿지에서 무려 6억 달러에 달하는 코인을 불법적으로 탈취한 바 있다. 그 코인들을 토네이도 캐시라는 믹서를 써서 꼬리표를 잘랐다.
 
그런데 꼬리표를 자른다고 다 깔끔하게 잘리지는 않는다. 남은 꼬리표를 추적하여 6억 달러 중에서 마침내 FBI가 8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를 회수했다.
 
은행에 맡긴 현금의 규모는 은행과 그 현금이 담긴 계좌 주인만 알 수 있다. 은행은 그 계좌에 현금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해준다. 그게 중개기관인 은행의 역할이다.
 
그런데 암호화폐는 은행이라는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코인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려줄 기관이 없다. 그런 기관이 없으니 코인의 이동 내역이 빠짐없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공개되어야 한다.
 
은행 잔고는 개인의 중요한 프라이버시에 해당한다. 그래서 은행이 계좌 정보나 잔고를 함부로 공개하지 못한다. 그런데 암호화폐 잔고는 블록체인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된다.
 
그래서 암호화폐에서 금융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면 코인 소유자는 코인 지갑 주소를 비밀로 해야 한다. 권 대표의 코인 주소가 검찰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이번에 쿠코인에서 동결된 것이다.
 
단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범죄자들이 대포통장을 돈 주고 산다. 그런데 은행 계좌에 해당하는 코인 지갑 주소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수천 수만 개를 만들 수 있다.
 
동결된 코인 지갑 주소 외에도 권 대표가 더 많은 주소를 생성했을 수 있다. 그런 주소가 더 있다면 검찰이 밝혀내야 한다.
 
권 대표는 비트코인 말고 루나나 테라 등 다수의 코인도 보유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른 코인들의 주소도 검찰이 확인하여 추적하고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을 동결한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라는 것도 흥미롭다. 국내의 거래소라면 국내 법에 따라 검찰에 쉽게 협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치외법권 지역에 있는 쿠코인이 검찰의 요청을 수락했다. 물론, 오케이엑스는 거부했다. 두 거래소의 태도가 달랐던 배경이 자못 궁금하다.
 
자금세탁방지 활동이 더 강화되고 트래블룰이 강력하게 적용되면 앞으로는 치외법권 지역의 거래소들일지라도 검찰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루나-테라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을 하던 날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임명 되자마자 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키고 제1호 사건으로 거기에 이 사건을 맡겼다.
 
이전 정부에서 추미애 전 장관이 없앤 게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다. 상징성이 큰 제1호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사건인지라 검찰이 차분하게 증거들을 확보하며 잘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코인에서의 비트코인 동결을 보며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디지털 화폐는 긴 꼬리표를 남긴다는 사실을 범죄자들이 알아야 한다.
 
범죄자들이 꼬리표를 자르기 위해 믹서나 텀블러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꼬리표가 완전히 잘리지 않는다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암호화폐를 현금화할 때 거래소를 거쳐야 한다. 거래소는 범죄자들의 자금을 몰수할 수 있는 길목이다. 그래서 자금세탁방지기구가 거래소의 실명확인을 범법자들이 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물론 권 대표는 범죄자로 확정된 게 아니다. 그냥 수사대상자의 한 명일 뿐이다. 그런 그의 비트코인이 동결되었다는 뉴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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