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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가상세계인가, 현실인가?”…이젠 ’MR(혼합현실)’의 시대

르포 | '2022 메타버스 코리아' 현장에서
유망 메타버스 기업 30여 곳 참여
산업·음악·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활용 중

 
 
6일 오전 '2022 메타버스 코리아'를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김서현 기자]
“고개를 움직이지 말고, 눈동자를 굴려보세요.”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2를 머리에 장착하면 기기 센서가 개개인의 눈동자 규격과 움직임에 맞춰 환경을 설정한다. 더 명확하고 선명한 ‘맞춤형’ 화면을 띄우기 위해서다. 단순히 가상세계를 체험해보는 것이 아닌 ‘초밀착’ 메타버스 시대가 눈앞에 왔음을 느꼈다.  
  
10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제2회 '2022 메타버스 코리아'는 메타버스의 미래를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와 엑스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메타버스 코리아는 국내ㆍ외 최신 메타버스 기술과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전문 비즈니스 전시회다. 올해 30여 곳의 메타버스 전문 기업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디지털 대전환의 중심_메타버스’ 주제의 콘퍼런스를 비롯해 ‘버추얼 휴먼’ 특별관 등 다양한 부스로 구성돼 있다. 현장에는 다양한 유망 메타버스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현장에는 현장학습이나 기술 체험을 위해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중앙대 재학생 김태완 씨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너무 익숙한데, 일상에서 실제 서비스를 접해보긴 어려웠다. ‘메타버스 코리아’ 행사를 통해 직접 기술을 체험해볼 수 있어 좋다”며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체험관에 마련된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2'. 기기를 쓰면 시스템이 착용자의 눈동자 움직임에 맞춰 각도 설정을 변경한다. [김서현 기자]

‘산업 현장’에도 등장한 메타버스…노동자 안전·교육 책임져

이번 행사에 참여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20년 출시한 혼합현실 기반 웨어러블 기기 홀로렌즈2를 선보였다. “손을 더 멀리 뻗어보세요. 잡으셨죠?” 익숙한 마이크로소프트 UI가 뜨면 마치 노트북을 편 듯, 메뉴를 선택해 들어갈 수 있다. 기기를 처음 착용하면 일명 ‘팁’이라 불리는 체험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현실 배경에 등장한 도형을 손으로 잡고, 저 멀리 이동시킨다. 광선을 쏴서 원거리로 물체를 조종하는 ‘에어 탭’도 가능하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정보를 결합해, 두 세계를 융합시키는 ‘혼합현실(MR)’ 기술이 구현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홀로렌즈2는 산업에서의 활용을 위해 출범했다. 다양한 기기를 접하는 현장에서는 기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수반돼야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며 “눈앞에 놓인 기기들의 모습을 원격으로 실시간 공유하고, 곧바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동 화면을 살펴보니, 통화 상대로부터 원격으로 이뤄진 마킹이 착용자의 화면에도 표시돼 빠르게 현장 피드백을 공유할 수 있었다. 앞서 정식 발매는 하지 않았지만, 홀로렌즈의 등장을 알렸던 홀로렌즈1 보다 훨씬 다양한 모션을 구사했다.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지 못했던 배터리 위치를 바꿔 사용자가 보다 안정적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 마련된 ‘수리온(KUH-1)’ VR조종훈련장비를 기자가 직접 탑승해 체험해봤다. [김서현 기자]
국가 안보와 항공전력을 책임지는 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역시 ‘메타버스 코리아’에 출격했다. 코엑스 B홀에 들어서 고개를 돌리자마자 웅장한 훈련기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직접 훈련기기에 탑승해 마치 조종사가 된 듯, 하늘 위를 날아봤다.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수리온(KUH-1)’ VR 조종훈련 장비는 조종사가 선두에 앉아 항공기를 조종하는 형태다. 뒤쪽에 나란히 앉은 세 관람객은 기기를 착용한 채 조종사와 똑같은 화면을 공유하게 된다. 훈련기기의 배경은 실제 인공위성 지도를 바탕으로 구현됐다. 잠실 롯데타워, 여의도 고층 건물 등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건축물들을 강조해, 현실감을 높였다.  
 
승객을 태운 조종사의 책임감이 막중해지는 순간이다. 기자의 미숙한 운전으로 항공기가 격하게 흔들리자, 등 뒤에서 연달아 비명 소리가 들렸다. 관계자는 “실제 상황이라면 큰일이지만, 체험하는 관람객은 화면에 변동이 일수록 더 다양한 재미를 느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엠피이모션캡쳐’ 부스에서 가상 캐릭터들이 최신 유행곡 '새삥'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문화예술 감상 가능해져 

가상세계 캐릭터는 단순히 가상 세계에서 대화를 나누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뮤직비디오, 안무영상 등 다양한 소재로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K-POP은 가상현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이엠피이모션캡쳐’ 부스 앞에 가면 가상 캐릭터 ‘응냥이’가 최신 유행곡 ‘쌔삥’에 맞춰 씰룩씰룩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 관계자는 “웅냥이 캐릭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뜨거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엠피이모션캡쳐는 그동안 걸그룹 에스파 뮤직비디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에 기술을 제공해왔다. 관계자는 “기존에는 손으로 하나하나 그렸던 애니메이션을 모션 캡쳐 기술로 구현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이엠피이모션캡쳐가 가진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부스를 방문한 숭실대 기계공학부 재학생 A씨는 “‘모션캡처’를 소재로 졸업논문을 준비하고 있다”며 “부스를 살펴보면서, 스튜디오 등 개인이 마련하기 어려운 요소들은 업체 도움을 받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스튜디오에서 모션 캡처를 위한 촬영을 진행할 때, 16대가량의 카메라와 특별제작 수트를 동원한다.  
 

가상현실에서 실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플랫폼도 있다. 스마트큐브의 아트앤컬쳐 메타버스 플랫폼, ‘윌드’다. 윌드에 접속하면 가상세계 마을을 뛰놀 수 있는 가상의 3D모델이 생성된다. 심즈 게임에서 아바타를 움직이듯 마을을 돌아다니다 건물 안으로 진입하면, 실제 전시회같이 꾸며진 공간 안에서 전시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접속했지만, 실제 전시와 연동해 현실과 똑같은 순서와 배치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공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벽면에 걸린 작품을 살펴보니, 작품을 직접 보고 확대하고 축소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 소개까지 읽어볼 수 있었다. 관계자는 “실제 전시와 똑같은 구성의 온라인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다른 접속자들과 친구 관계를 맺고, 그날 기분에 따라 코디도 바꿔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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