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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승진해도 사법리스크는 지속 [조직개편 임박한 삼성②]

계속되는 재판에 글로벌 경영 계획 차질
이 부회장, 인적 인프라 활용 제약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조직개편에 맞춰 회장 취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사법리스크 탓에 운신 폭은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주 진행되는 재판으로 글로벌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이 부회장과 삼성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매주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재판부는 내년 1월 13일까지 주 1~2회의 공판 기일을 지정해둔 상태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과 현장 경영이 상당한 지장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해당 재판이 아직 1심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몇 년은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항소심을 거쳐 상고심까지 진행될 경우 재판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특히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국정농단 재판과 마찬가지로 경영 활동에 다시금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금융기관 대주주가 금고 1년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의결권 제한 등 각종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10.44%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인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형을 확정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바 있다. 가석방 이후에도 5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올해 광복절에 사면복권이 되기 전까지 경영 일선에 전혀 나서지 못했다.  
 
또 검찰이 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검찰 수사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웰스토리가 자금줄로 활용됐다는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6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

사법리스크에 불확실성 해소도 요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데 사법리스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삼성의 경영 환경이 점차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인프라를 적시에 활용하지 못할 경우 불확실성을 되레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와 전장 등 삼성의 먹거리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 대만 TSMC와의 경쟁이 격화되자 세계에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ASML을 찾아 직접 협의에 나선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14일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기존 대비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향후 타이완 TSMC와의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경쟁을 위한 전략적 장비로 손꼽힌다.  
 
지난 2020년 버라이즌과의 7조9000억원 규모 5G 장기계약과 2021년 NTT 도코모와의 통신 장비 계약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또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 자녀들의 결혼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인도를 방문해 친분을 쌓았다. 현재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는 전국 LTE 네트워크에 100% 삼성 기지국을 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와 글로벌 현장 경영 등을 통해 삼성의 불확실성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사법리스크로 이 부회장의 운신 폭이 좁아질수록 삼성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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