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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회복’ 능력 [이창용 프랜차이즈 실패학]

프랜차이즈 사업 실패 암시하는
사전 이상 징후 발현 5단계
위기 처해도 제자리 돌아오는
ERP·연구개발 시스템 개선을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전 스타벅스 회장.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후 그 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각종 교육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을 쯤 한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자(CEO)과정 대학원으로부터 특강 요청 전화를 받았다. 프랜차이즈 본사 CEO들에게 ‘프랜차이즈 사업 실패학’을 주제로 강연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쟁쟁한 사람들을 앉혀 놓고 성공학도 아닌 실패학 강연을? 그때 내 멘토 중 한 분인 짐콜린스의 말이 떠올랐다. ‘정답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적절한 질문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춰라.’ 고심 끝에 나는 CEO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어떻게 몰락 할까요?” 강사의 얘기도 중요하지만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칠판 화면에 강의 자료도 띄우지 않고 기습적으로 던진 질문에 그들은 당황한 눈빛에 서로 눈치를 봤다. 앞자리에 앉은 한 CEO가 “프랜차이즈 기업은 어떻게 몰락할까요?”라고 다시 물으니 그는 “코로나19 사태 동안 다들 힘들었는데 가맹점 몇 백 개 깔았다고 자만하다 자빠지지 않을까요.” 나는 칠판에 ‘성공에서 비롯된 자만’이라 쓰고 다시 물었다. 뒤에 있는 다른 CEO가 “가맹점 몇 백 개 열고 또 새 브랜드 만들어 확장하다 또 자빠지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칠판에 ‘원칙 없는 확장’이라고 썼다. 다른 분들도 다양한 답변을 꺼냈다. “고객들의 불만사항들을 간과하다 침몰하지 않을까요”, “회사가 힘들어 졌다고 검증되지 않은 전략들을 마구잡이로 실행하다 쓰러지지 않을까요”, “이것저것 해보다 그저 그런 회사로 수명을 다하겠죠”
 
나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몰락하는 5단계’ 자료를 화면을 띄우고 참석자의 기업들이 어떤 단계에 놓여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몰락은 크게 5단계로 진행된다. 첫 단계는 ‘성공에서 비롯된 자만 단계’다. 입점 매장이 50~100개 넘는 시점에서 기업들은 성공에 도취된다. 이때부터 점점 퇴보한다. 그들의 성공 전략도 주효했겠지만 홍보나 운, 또는 호의적인 환경도 간과 할 수 없다. 성공을 스스로 과소평가한다고 손해 날 일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 스스로 성과를 과소평가했다면 그 기업은 추진력을 계속 얻기 위해 노력할 터. 허나 정말 운이 좋아 지금껏 성장세를 유지해온 기업이라면 거만한 태도가 몰락으로 이끌 수 있다.  
 

고객 불만 등 부정적 데이터 주의 깊게 살펴야

두번째 단계는 ‘원칙 없는 가맹점 확장 단계’다. 성공한 프랜차이즈 기업은 더 많은 매출을 내고 싶고, 더 많은 매장을 내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어한다. 게다가 몰락 1단계를 통과한 기업은 성공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때문에 몰락 2단계에 접어든 기업은 원칙 없는 가맹점 확장을 추진한다.
 
과거에 단 한 번도 기업이 몰두하지 않았던 분야, 경쟁상대보다 비교우위가 전혀 없는 외식업 판매업 서비스업 분야에 과도한 투자를 한다. 자사의 자원이나 성장동력과 무관한 분야로 준비 없이 허겁지겁 진출하기도 한다. 물론 도전과 모험은 기업에 중요하다. 하지만 자사의 핵심 역량을 무시한 채 모험을 즐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세번째 단계는 ‘위험 무시 단계’다. 3단계에 접어든 기업은 내부에서 서서히 위험신호가 온다. 반면 외부에서 볼 때는 여전히 건재해 보인다. 다소 실적이 부진해도 ‘일시적인’,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기 쉽다. 이 무렵 CEO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고객의 불만 등 부정적인 데이터를 봐도 그 경고를 과소평가한다. 대신 긍정적 데이터나 결과에만 집중한다. 이쯤 되면 높은 성과를 내며 왕성하게 활동했던 기업 내 드림팀은 서서히 해체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네번째 단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단계’다. 4단계에 들어서면 기업이 흔들리는 모습이 불친절이나 매장 철수 등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3단계에서 감수했던 위험의 결과가 나타나는 단계다. 이때 CEO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중요한 이슈다.  
 
위기를 느낀 리더는 허둥지둥 만병통치약을 찾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검증되지 않은 전략, 급진적인 개혁, 혁신적인 제품, 기업문화의 변화 등을 꾀한다. 이런 시도는 처음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곤경에 빠졌다고 생각했을 때 본능적으로 허둥댄다. 물에 빠졌을 때도 가만히 있으면 뜨게 마련. 하지만 공포에 질려 허우적거리다 보면 점점 더 깊이 빠진다. 마찬가지로 프랜차이즈 기업은 이때 차분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위험 관리도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해야 한다. 불안감에 싸여 있다 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마라. 냉정하게 무엇을 하면 안 될지를 따질 때다.  
 
러시아 모스크바 레닌그라드스키 기차역 인근 맥도날드 패스트푸드점. [TASS=연헙뉴스]

전사적 역량 개발·관리에 지속적으로 총력 기울여야

마지막 단계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단계다. 5단계에 들어선 프랜차이즈 기업은 여러 차례 급여가 밀리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리더들은 회생 의지를 잃는다. 어떤 CEO들은 기업을 매각한다. 어떤 기업은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한다. 극단적인 경우 기업의 수명이 다한다.  
 
짐콜린스는 4단계에 접어든 기업이라도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대 백화점 프랜차이즈 기업인 ‘노드스트롬’이다. 뛰어난 고객서비스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소매 회사로 명성을 누렸다. 1990년대 꾸준히 하락하다 2000년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겪는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창업가문의 4세대인 블레이크 노드스트롬이 이 회사를 맡아 처음으로 명성을 가져다준 성공의 고객서비스, 판매직원의 전문화에 다시 초점을 두고 모든 사업부의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개선하면서 힘차게 회복했다. 이로써 30억 달러 넘는 비용을 절감했다. 파산 직전의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전사적 자원관리(ERP)와 연구개발 투자 비율을 늘렸다. 결국 2006년 노드스트롬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건전한 재무제표를 갖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월마트·맥도널드·스타벅스·디즈니랜드·나이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최소 한 번 이상 몰락 위기를 경험했으며 ERP 구축을 적극 도입한 기업들이다. 진정한 1등은 어려움이 없는 기업이 아니다. 위기에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이다. 더 나아가 위기를 겪고 더 강해지는 기업이다. 몰락에 대처하는 방법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단순한 구호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 기업들은 그야말로 자멸할 정도로 ERP 구축을 엄청나게 세부적이며 지속적으로 실행·변화시켜 나갔다.  
 
이런 기업들을 보며 ‘우린 아직 소규모 기업이니 대기업이 된 후 ERP를 구축해야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수 기업들은 작은 소기업일 때부터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아 매뉴얼로 정리했고 이를 시스템화해 ERP를 구축해 나갔기 때문에 큰 기업이 된 것이지 큰 기업이 된 뒤에 구축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
 
※ 필자는 23년 경력의 프랜차이즈 전문가다. 중앙대·연세대·평택대와 매일경제 등 학계와 언론계에서 CEO에게 프랜차이즈 창업·경영을 강의해 왔다. 현재 프랜차이즈ERP연구소와 프랜차이즈M&A거래소를 운영하면서 가맹 본사를 대상으로 ERP 구축, M&A 자문, 경영 컨설팅 등 프랜차이즈 사업 전반에 대한 맞춤형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창용 프랜차이즈ERP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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