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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에”…시들해진 K-스타트업, 먹을 게 없다 [유통 스타트업 ‘생존게임’②]

“적자도 감수했지만”…고금리 시대에 투자 유치 ‘꽁꽁’
버티컬 플랫폼→종합몰 시류 맞지만, 연관성 키워야

 
 
 
신선한 회를 산지에서 당일 배송한다는 아이템으로 누적 170억원 투자 유치를 받았던 ‘오늘회’ 플랫폼 운영사 ‘오늘식탁’이 지난 9월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사진 오늘회 캡쳐]
 
성장을 위해 적자도 감수했었던 유통 스타트업들이 고금리 때문에 닥친 ‘투자 혹한기’에 덜덜 떨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선한 회를 산지에서 당일 배송한다는 아이템으로 누적 170억원 투자 유치를 받았던 ‘오늘회’ 플랫폼 운영사 ‘오늘식탁’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9월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업계에선 오늘회를 시작으로 생존위기에 놓인 플랫폼들이 하나둘 사업을 접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버티컬 플랫폼 떨치고 ‘종합몰’ 확장했지만…고금리에 ‘털썩’

 
마켓컬리는 지난 7월 홈페이지 내에 화장품 전문관 '뷰티컬리'를 시범 오픈했다. [사진 마켓컬리 캡쳐]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신선식품 유통 스타트업들은 ‘성장을 위한 적자를 마다치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가입자 수를 우선 확대하면 거래액이 증가하고, 추가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다는 구조였다.  
 
이에 신선식품 유통 플랫폼들은 한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플랫폼’ 이미지를 과감하게 떨치고 화장품부터 가전제품, 과일·채소까지 함께 판매하는 종합쇼핑몰로 영역을 넓혔다. 오늘회도 회에 특화한 플랫폼에서 정육과 과일·채소 등을 함께 판매했고,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마켓컬리도 최근 홈페이지에 화장품 전문관을 오픈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컬리에서 비식품을 처음 판매한 건 2016년 하반기부터로, 신선식품에 특화된 회사긴 했지만,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식품만 사는 것이 아니라 주방용품 등 여러 가지를 주로 함께 구매한다는 특성을 반영해 판매 분야를 더 넓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뷰티 제품들은 2017년 하반기부터 판매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고객이 구매를 해 매년 3배씩 판매량이 늘었다”며 “이에 뷰티 제품을 모아서 특화서비스로 운영하는 게 좋겠단 생각에 ‘뷰티컬리’ 전문관을 최근 오픈하게 됐으며, 현재 식품과 비식품의 판매 비중은 70:30 정도”라고 밝혔다.
 
오늘회처럼 회에 특화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스타트업 ‘인어교주해적단’도 수산물뿐 아니라 마장동 축산시장과 제휴를 맺어 육류도 조금씩 판매하고 있다. 인어교주해적단 측은 “‘수산물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단 생각으로 온라인 도·소매, 수출·입, 산지 직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 한계, 당분간 회복 어려워…“상품군 연관성 키워야”

 
지난해까지는 투자 유치가 활발했지만, 고금리 시대가 오면서 시장이 얼어붙어 스타트업들은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선식품 유통 스타트업들은 판매 상품군과 배송 지역 확대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지만, 그와 동시에 적자도 쌓여갔다. 지난해까지는 투자 유치가 활발했지만, 고금리 시대가 오면서 시장이 얼어붙어 스타트업들은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유통 스타트업 관계자는 “오늘회뿐 아니라 현재 스타트업 시장 자체가 겨울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고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아야 운영을 할 수 있는 구조다 보니 다른 업계보다 불경기에 대한 체감도가 더 높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업계에서 투자 상태가 전체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고, 이런 상황이 해결되려면 경제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 풀려야 해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도 있지만 ‘버티컬 플랫폼’이란 정체성이 흔들려 성장에 한계가 생겼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과)는 “엔데믹이 끝나면서 억눌렸던 소비가 오프라인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한 가지에 특화했던 플랫폼들이 영역을 확장해 종합몰로 가는 전략이 시류에 맞기는 하다”면서도 “하나의 카테고리를 잡고 그것을 세분화시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연관성이 떨어지는 영역의 상품군까지 판매하게 되면 플랫폼 자체의 색깔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스타트업은 처음 5~6년 동안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한데 이 기간 동안 매출을 냈을 때 이것이 어떻게 이익으로 실현될 수 있는가에 대해 재무적인 발상을 해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단계적으로 한 가지 카테고리를 특화해 충성 고객을 만들고 관련 또는 비관련 사업으로 다각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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