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이 만든 4대 금융 ‘13.8조’ 순익…‘땅 짚고 헤엄치기’ 비판도[금융지주 실적①]
3분기만에 4대 금융 순익 13조원 돌파…대출 감소에도 금리 상승 영향
리딩그룹은 ‘신한금융’...사옥매각익 더해 전년도 순익 넘어
하나·우리금융, 연말 ‘4조클럽’ 경쟁 치열
13조8544억원.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 만에 달성한 누적 당기순이익이다.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은행만큼은 이번에도 확실하게 웃었다. 순이익은 부동산 호황기였던 지난해 전체 순이익과 맞먹었다. 순위는 바뀌었다. 신한금융그룹이 KB금융그룹을 제치고 ‘리딩금융’으로 올라왔다. 우리금융그룹은 4위 자리에 머물렀지만, 하나금융그룹을 바짝 뒤쫓고 있다.
4대 금융 3분기 누적 순익 13.8조원 ‘역대 최대’
대출에서 발생한 이자이익은 총 41조1561억원으로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5.7%(8조6807억원) 급증했다. 대출 자산이 증가하지 않았지만, 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은행 가계대출은 1조1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62조9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대출은 줄었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이익이 급증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4대 은행의 9월 말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1~6.81%를 기록했고,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4.73∼7.14% 수준으로 치솟았다. 주담대 금리가 7%대로 올라선 것은 13년 만에 처음이다.
신한금융, 증권사 사옥 매각익으로 ‘리딩그룹’ 탈환
특히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전체 순이익 4조193억원보다 높았다. 3분기에만 1조5946억원을 기록해 연말에 가면 사상 처음으로 ‘5조 클럽’도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순이자마진(NIM) 개선 ▶선별적 자산 성장 통한 영업이익 개선 ▶기업 부문의 자금 공급 ▶비은행 계열사 성장 등을 호실적의 이유로 꼽았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3분기 손익은 증권 사옥매각 등 비영업자산 매각을 통한 자본효율화 노력으로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며 “사옥매각을 제외한 경상 순이익은 지난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소재 본사 사옥을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격은 6395억원으로, 매각이익은 4438억원으로 전해졌다.
단 이번 사옥매각 이슈를 제외하면 KB금융의 순이익은 신한금융보다 높아진다. 특히 KB금융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14조3771억원으로 신한금융의 13조9438억원보다 높았다.
하나·우리금융, 누가 먼저 ‘4조클럽’ 달성할까
우리금융의 순이익 상승률이 하나금융보다 높은 것은 대출 자산 차이에서 발생했다. 이자이익 증가율을 보면 우리금융은 24.7%를 기록했고 하나금융은 19.4%를 보였다. 우리은행의 총대출은 301조원, 하나은행은 268조원이다. 금리 인상 효과를 우리은행이 더 크게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두 금융지주 중에 연말 ‘4조클럽’에는 하나금융이 먼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이미 3분기에만 1조1219억원 순이익을 달성했다. 4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을 내면 연말 총순이익은 4조원을 넘을 수 있다. 우리금융은 4분기에 1조34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내야만 4조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금융지주들이 호실적을 냈지만 이로 인해 ‘이자장사’라는 비판은 모면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대 금융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데에는 이자이익의 증가가 큰 기여를 했다”며 “국내 금융사들이 수익 다변화는 외면한 채 이자이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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