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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상황에 드러난 카카오 초연결사회의 역설

3만2000대 서버 전체 다운…IT 역사상 유례 없는 사안
당정, 데이터센터 이중화 의무화 법안 추진

 
 
 

카카오 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지난 15일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는 초연결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T,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관련 서비스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먹통이 되면서 국민들은 많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관련 TF를 구성하고 서버 이중화 의무 방안 법제화를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비판이 나온다.
 
카카오 먹통 사태는 카카오가 입주해 있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카카오는 4개의 데이터센터로 분산해 사용하고 있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를 메인으로 사용했다”며 “서버 3만2000여 대 전원이 다운됐고, 물리적 훼손도 있었다. 화재 현장이기 때문에 진입해서 작동하는 게 어려웠다. 3만2000대라는 서버가 전체가 다운되는 것은 IT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대처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안일한 대처가 이번 사태 불러 

이후 진행된 카카오 긴급기자간담회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복구가 지연된 원인은 서비스의 주요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는 돼 있었으나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한 데 있다”며 “이 도구들의 이중화는 판교데이터센터의 운영이 안정화되는대로 시작하겠다. 안정화 이후 2개월 안에 유사한 사고는 막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이 완전히 멈추더라도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현재 카카오는 4600억원을 투입해 내년 중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며, 시흥에서도 2024년 데이터센터의 착공을 목표하고 있다. 자체 데이터센터는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방화, 내진과 같은 방재시설을 더 안전하게 구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카카오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대처가 너무 안일했다고 말한다. 특히 같은 화재 사건으로 피해를 입었던 네이버 서비스의 경우 카카오와 달리 빠르게 복구됐다.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IDC) 이중화 정도가 최고 ‘10레벨’이라면 카카오는 현재 7레벨 정도 수준일 것”이라며 “추가로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8~9레벨로, 추후 글로벌 기준으로 해외 클라우드를 포함하면 10레벨을 목표로 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 이중화 구축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훈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앞서 홍은택 대표가 복구 지연의 원인으로 말한 개발자 운영도구 이중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평소 대규모 재난 상황에 대한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가 보여준 초연결사회의 위험에 대한 대비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제2, 제3의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서울 지역에 내린 폭우로 인해 한국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이 15시간 가량 먹통된 바 있다.
 

제2, 제3의 ‘카카오 먹통’ 발생할 수 있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번 ‘카카오 대란’을 계기로 국가안보실에 사이버안보TF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사이버안보TF를 구성하고, 사이버안보 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정보원, 국방부, 대검찰청, 경찰청,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사이버작전사령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카카오 장애 사태와 유사한 디지털 재난이 안보 위협 상황으로 전개될 것에 대비해 범정부 차원의 대비태세를 중점 점검했다. 사이버안보TF는 안보실 사이버안보비서관 주관으로 주요 관계부처와 실무차원의 회의를 월 1~2회 정기적으로 개최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카카오,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버를 서로 다른 곳에 이중화하는 걸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버 이중화 법제화를 올해 안에 마치는 한편, 법안 통과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현장 점검을 통한 행정권고에도 나서기로 했다.
 
현재 통신사·방송사 등 기간통신사업자는 이중화를 비롯한 재난관리 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지만,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부가통신사업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와 관련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는 2018년 KT 화재 사건 이후 벌써 두 번째로, IT 강국을 자부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심각한 사태다. KT 사태를 겪고도 화재 같은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이중화 장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상임위는 통과하고 법사위에 계류된 상황에서 해당 회사들의 ‘과도한 이중규제’라는 항의 때문에 21대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폐기됐다”며 “이제라도 국회가 나서서 관련법을 정비하는 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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